최근 문재인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탈석탄·탈원전과 동시에 신재생·친환경 에너지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하는 정부 에너지 정책을 두고 비효율·고비용 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에너지 생산단가 상승으로 인한 국민 피해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신재생·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중국 기업 배불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재생·친환경 에너지의 대표 격인 태양광 발전을 늘리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품의 중국산 수입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어서다.
中제품의 韓제품 둔갑 눈감아 준 정부…중국기업 놀이터 전락한 국내 태양광 시장
최근 지구의 기후변화 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로 부상했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지난해 발표한 ‘2020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위험 요소로 기후변화·자연재해·생물다양성소실 등을 꼽았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전개됐다.
문 대통령도 동참했다. 지난 10월 28일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처음 발표한 뒤 이후 약 1달여 간 수석·보좌관회의, 국무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의 공개발언에서 탄소중립을 무려 8차례나 언급했다. 탄소 중립은 탄소 배출량을 흡수량으로 소멸시켜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정부가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으로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석탄발전을 줄이지 않고선 탄소중립 자체가 성립되지 않고 또 석탄발전을 줄이면서 부족해진 에너지를 채우려면 재생에너지 확장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우리나라 자연환경을 훼손해 중국 기업 배만 불리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정부 출범 초기 신재생·친환경 에너지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태양광 발전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중국 기업 부품 수입량을 대폭 늘린 것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중 중국산 비율은 32.6%로 집계됐다. 지난해 21.6%에 비해 11%p 상승한 수치다. 패널은 태양광 발전소에 설치되는 완제품으로 태양광 제조업 생태계에서 최종 단계에 자리하고 있다.
반면 올 상반기 국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67.4%로 지난해(78.4%)에 비해 11%p 하락했다. 2015년 77.7%였던 국산 태양광 패널 점유율은 지난해까지 70% 밑으로 떨어진 적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중국 기업 제품을 대체할 국산 제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중국 보다 우수한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국내 기업 중 태양전지(셀)까지 자체 생산하는 한화큐셀은 올 상반기 미국 주거용과 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지난 8분기 연속 점유율 1위(22%)를 달성했다(우드맥킨지).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일본, 영국, 한국 등에서도 점유율 1위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국내 태양광 산업이 건강하다’며 태양광 시설 확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 중국산 제품의 시장 잠식이 더욱 본격화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원전을 폐로하고 태양광을 무리하게 늘려온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국내 태양광 시장을 중국 업체들의 놀이터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우리나라 태양광 산업이 건강하다며 근거로 내세우는 한국에너지공단의 통계 자체가 오류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밝힌 국산 점유율 수치에는 태양광의 핵심부품인 태양전지(셀)를 해외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만 해서 만든 모듈이 모두 포함돼 있다.
현행 대외무역관리규정 제86조2항2호에는 ‘태양전지를 수입해서 모듈을 만들 경우 국내 투입 원가 비율이 85% 이상이 돼야 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인증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에너지공단은 태양전지의 원산지와 상관없이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모듈은 무조건 국내산으로 인증해주고 있다.
완제품 단계에서 국내산으로 둔갑한 태양전지(셀) 수입액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7년 1억2066만 달러였던 수입액은 2019년 3억8658만 달러로 2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수입량 또한 같은 기간 3156톤에서 5666톤으로 늘었다. 모듈(패널) 수입량도 2017년 4만9700톤에서 7만6901톤으로 증가했으며 수입액 또한 같은 기간 2억4970만 달러에서 3억7413만 달러로 증가했다.
한 의원은 “셀을 수입해 국내에서 단순 조립한 모듈을 국내산으로 둔갑해 공급하고 있다”면서 “더구나 이를 국산제품 점유율 통계에 포함해 발표하고 있는 것은 국민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확한 국산 점유율 정보와 중국산 제품의 시장잠식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지금까지 보급된 태양광 설비 원산지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양광만으로 탈원전·탄소중립 동시에 실현은 불가능…블랙아웃 가능성 배제못 해”
중국산 위주의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자연환경이 크게 훼손되고 있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월 산림청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 1만2527개소 중 7.4%인 922개소가 산사태 위험지역인 1·2등급 지역에 설치돼 있다. 1·2등급지 내 태양광시설은 △전북 245개소 △전남 238개소 등 호남권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장마철이던 7~8월 경 산지 태양광 산사태 발생 건수는 총 2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14건이 산사태 위험 1·2등급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과정에서 산림이 크게 훼손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산사태 14건 중 5건의 태양광시설은 문 대통령 취임 1년여 이후인 2018년 7월 이후 설치됐다.
구 의원은 “위험등급 1·2등급 이상이면 산사태 발생확률 높아 환경부는 태양광시설 설치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의 무리한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무분별하게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도 “태양광 사업의 인·허가 주체가 산업부와 지자체로 나뉘어 있고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으면서 환경보호 지역에 태양광 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태양광 시설이 소중한 산림을 훼손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의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과 탈원전을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신재생·태양광 발전을 늘려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복안인데 이를 현실화 시키려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고 지적이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원전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피력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역학 교수는 “하루에 평균 4시간 돌아가는 태양광 에너지만으로는 절대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며 “결국 태양광과 LNG(천연액화가스)를 가지고 원전을 대체하겠다는 것인데 효용이 없고 경제성이 현격하게 떨어진다. 자연환경과 기후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를 인력이 조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전력발전 단가만 봐도 원자력이 kWh(킬로와트시)당 60원 가스가 120원 태양광이 약 160원이다. 적어도 태양광은 원자력 보다 3배 가까이 비싸 경제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된다”며 “탄소중립과 원자력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 태양광을 늘리겠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만약 태양에너지를 얻을 수 없는 나머지 시간을 가스로 돌리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탄소중립의 모순이다”고 설명했다.
오정근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전 세계가 탄소중립으로 나아가야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대안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탈원전과 탈석탄이 동시에 진행되면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태양광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막대한 설비비용 대비 효율이 크지 않아 전력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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