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농업은 극심한 위기에 처했다. 농가 수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고령화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 수는 108만9000가구로 2010년 대비 8만9000가구 감소했다. 통계 집계가 처음 이뤄진 1960년과 비교하면 무려 53%(124만가구) 감소했다. 열악한 수익구조와 산업단지 및 택지조성으로 인한 전업 등이 활발히 이뤄진 결과다. 농업은 에너지, 철강, 조선 등과 같은 국가기간 산업이다. 이윤 추구만을 바라보고 접근할 경우 농업생산기반이 붕괴돼 국민 먹거리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대기업들의 농업 진출이 확대되고 있어 긍정적인 기대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농심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가 대기업의 농업 진출에 대해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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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 농업은 농가 수 금감과 고령화 현상 심화로 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의 농업 진출이 확대되고 있어 농민 및 시장으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기존 농민들이 대기업에 예속돼 한낱 농업 노동자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농업기반마저 붕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대기업들의 농업 진출을 두고 우려가 제기돼 업계는 물론 농민들의 이목이 쏠린다. 그렇지 않아도 농가 수 급감과 고령화 현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분야에 대기업이 진출하게 되면 기존 농민들이 대기업에 예속될 거라는 우려가 높다.
특히 대기업의 규모화, 계열화 농업진출 과정에서 생산농가들이 대기업 계열사에 편입될 경우 농민들이 결국 대기업에 종속되거나 농업 노동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CJ·아모레퍼시픽·한화 등 대기업 집단들 농업분야 ‘진출’ 속속 확대
자본력과 유통망, 기술력을 갖춘 국내 대기업들이 양돈, 양계, 축산업, 채소재배업, 젖소사육업 등 다양한 농업 분야에 무차별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 가운데 기존 사업 영역이 농업과 전혀 무관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영세 농민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농업분야에 진출한 대기업은 CJ, 아모레퍼시픽, 하림, 하이트진로, 카카오, 한화, 현대자동차, 농협 등 총 8개 기업집단 25개 계열사다. 이들 재벌 계열사의 매출액 규모만 436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공개 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양돈, 양계, 젖소사육업, 조류사육업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하림’의 농업 진출이 가장 두드러진다. 하림은 양돈업을 영위하는 농업회사법인 선진한마을을 비롯해 15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3218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농협도 종자 및 묘목생산업을 영위하는 농우바이오를 운영중이다. 1990년 설립해 지난해 매출액 135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활발한 M&A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CJ그룹은 2개의 계열사가 농업에 진출해 있다. 양돈, 양돈정액판매업을 영위하는 CJ돈돈팜과 곡물 및 기타 식량작물재배업을 영위하는 CJ브리딩 등은 지난해 매출액 483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7년부터 음료용 및 향신용 작물재배업 농업회사인 ‘오설록농장’을 설립해 운영중이다. 지난해 기준 자본금 51억원, 매출액 134억원을 기록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차 브랜드인 오설록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만큼 직접 녹차 채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대표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말 자본금 9억원을 들여 과실재배업을 영위하는 팜컬쳐를 설립했다. 과일주가 고객들로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만큼 주류에 들어가는 과실을 직접 재배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림과 농협, CJ, 하이트진로의 경우 기존에 식품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농업 진출에 어느정도 연관성을 보이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도 다수 포진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와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한화는 곡물 및 기타 식량작물재배업을 위해 그린투모로우라는 농업회사법인을 지난 2010년 설립했다.
농민들 “대기업 예속되면 농민은 농산업 노동자 전락할 걸” 우려감 제기
▲ 자료: 통계청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이 농업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농민단체 및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농업 진출은 중소 규모의 일반농가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생산에서 유통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대기업의 입김에 좌우될 경우 농민은 대기업에 종속된 농산업 노동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기석 마을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진행된 대기업의 농업진출 과정에서 생산농가들은 계열화 과정에 편입됐다”며 “생산농가는 원료와 자재를 모두 계열사로부터 공급받고 대기업에 노동력만 제공하게 돼 결국 농민은 기업에 예속된 한낱 농산업 노동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확대되면 시장교섭력이 없는 농민은 ‘봉건제’와 다름없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농민단체 일각에서는 “갑에 등극한 대기업이 과거 지주 행세를 하고 농민들은 노예와 다름없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목소리까지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 LG그룹 IT계열사인 LG CNS가 새만금지역에 여의도 면적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의 토마토 생산시설을 조성한다고 밝혀 농민단체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제한된 시장에서 대기업의 농업진출은 출혈경쟁과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져 농업생산기반 붕괴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사진=경남대책위]
실제로 농가에서는 대기업의 농업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최근 LG그룹 계열사 LG CNS 역시 전라북도 새만금지역에 여의도 면적의 1/4에 해당하는 규모에 토마토, 파프리카 등을 생산하려 했다. 하지만 토마토생산자단체협의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농민과 대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체 농가의 66%가 중소농가인만큼 이를 고려한 지원 대책 확보와 함께 대기업 중심이 아닌 농민들이 중심이 되는 발전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중심의 공동농업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개별경영 단위의 규모화로는 농업의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는만큼 산지 생산자 조직화를 통해 조합 간 연합체 구성과 역할분담으로 규모화·전문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기업이 농업 진출시 생산과 수확, 유통 등 전 공정을 독점하기 보단 산지생산자인 농가와 계약재배 등을 통해 생산된 농산물로 기업은 가공식품을 만들고 해외 수출까지 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의견이다.
한국농업연합 관계자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농업진출은 농민들을 농업 노동자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국내 농업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돈벌이를 위해 농업에 진출하기 보단 국민과 농민, 국가 발전을 위한 상생 구조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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