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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탐방=강남상권을 가다<174>]-강남구청역 역세권

80년대 강남부자 발길 몰린 대박상권 ‘이젠 추억’

강남최초 백화점 영동백화점 폐점 후 상권 쇠퇴, 김영란법 시행 후 암울

이성은기자(asd3cpl@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1-26 0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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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7호선·분당선이 오가는 강남구청역 인근에 자리한 백화점길(선릉로131길, 언주로134길) 상권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상권이 크게 침체됐다. 사진은 백화점길 상권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지하철 7호선·분당선 강남구청역 인근에 위치한 ‘백화점길(선릉로131길~언주로134) 상권’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김영란법) 시행 및 경기 침체 여파를 몸소 느끼고 있다. 과거 백화점을 끼고 있는 최고의 상권이었으나 지금은 인근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장소 정도의 상권으로 전락한 상태다.
 
80~90년대 전성기 누린 백화점 상권…김영란법·경기침체 여파로 ‘암울’
 
강남구청역 일대 상권은 지금의 강남구보건소 자리에 있던 강남구청의 이전과 함께 난 1983년 강남 최초의 백화점인 영동백화점이 들어서면서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특히 학동로 이면도로에 자리한 ‘백화점길’은 강남구청역 상권 중에서도 메인 상권으로 꼽혔다. 하지만 백화점 건물의 노후화로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고 급기야 백화점 철거가 이뤄지면서 상권이 침체되기 시작했다.
 
백화점이 철거된 자리에는 SK계열 부동산 개발회사인 SK D&D가 높이 20층, 연면적 약 1만3310평(4만4000㎡) 규모의 업무용 빌딩을 건축했다. 이듬해인 2012년 행정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이지스자산운용을 통해 건물을 매입, 건물명을 ‘POBA강남타워’로 바꿨다. 지금은 GE에너지, 퀄컴 등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POBA강남타워를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 하루 유동인구(2017년 10월 SK텔레콤 통화이용자 기준)는 6만6336명이다. 30대(1만6385명)가 가장 많고, 20대(1만4395명)가 그 뒤를 이었다. 반경 500m 이내 거주 인구 역시 총 1만7249명 중 30대가 3429명(19.9%)으로 가장 많았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배현정] ⓒ스카이데일리
 
직장인 고객을 중심으로 침체됐던 상권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여러 가지 악재에 부딪혀 상황이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상권의 침체가 더욱 본격화 됐다. 그 배경에는 △김영란법 영향에 따른 회식문화 침체 △전반적인 경기저하 △직장인들의 소비 위축 △집객시설 부족 등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백화점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진경(가명·남) 사장은 “풍부한 직장인과 거주자, 더블 역세권 등 상권으로서는 최적의 환경인 것은 맞지만 점심식사 직장인들이 손님의 대부분이다”며 “개통된 분당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곳 보다는 건대입구나 강남, 압구정 등으로 빠져 나간다”고 말했다.
 
상권 분석가인 박균우 두레비즈니스 대표는 “강남구청역 인근 상권도 음식점이나 술집 등이 위주로 돼 있는데 그러한 업종의 매출이 지난해부터 약 30% 정도 줄고 있다”며 “김영란법의 여파로 인근 직장인들의 회식 문화가 사라진 게 결정적 이유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윤태용 에프앤비 창업연구소 대표는 유동인구가 인근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곳 상권을 이끄는 유입시설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윤 대표는 “역세권이라고 해서 상권이 무조건 발전하지 않는다”면서 “교통 등 기반시설과 함께 사람들을 유입할 수 있는 시설이 생기는 등 주변의 여러 시설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분당선 개통으로 더블 역세권이 형성돼 상권이 좋아질 것이라는 얘기는 일반적인 말일 뿐, 결과적으로 상권이 발전하려면 유동인구 흡입력이 있는 주변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면서 “삼성역에는 코엑스가 있고 잠실역에는 제2롯데월드타워가 있다는 점을 예를 들 수 있다”고 전했다.
 
상권 침체 분위기 임대료에 반영…권리금 내리막길 가속화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권 침체는 고스란히 임대료에 반영됐다. 시간이 지나도 임대료 변화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권리금은 오히려 과거보다 하락했다.
 
이영진 웰컴부동산 소장은 “6~7년 전만해도 점포 권리금은 기존 1억원 이상 이었는데 지금은 다소 떨어진 상태다”며 “현재 약 25~30평 기준 보증금 5000만원~1억원 사이, 월 임대료 400만원 안팎, 권리금 8000만원 정도다”고 설명했다.
 
▲ 나산백화점이 있던 자리에 지금은 POBA강남타워가 세워져 있다. 과거 백화점을 끼고 형성된 상권은 지하철 강남구청역 개통 이후 지금은 오피스 상권으로 변모했다. 이곳 상인들은 대다수는 점심식사 영업을 위주로 하고 있다. 사진은 POBA강남타워 ⓒ스카이데일리
 
백화점길 상인들은 경기침체·김영란법 등의 여파로 직장인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게 상권침체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허진수(가명·남) 사장은 “예전에는 넥타이 부대들이 주로 호프집에 들러 2차를 하거나 1, 2명의 동료와 함께 맥주 한두 잔이라도 간단히 마셨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들이 점차 줄고 있다”고 말했다.
 
POBA강남타워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들 역시 연말이나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회식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기준(가명·29·남) 씨는 “근무한 지 6개월이 채 안 되지만 평소 저녁 회식을 하는 등의 분위기가 없다”며 “이달만 해도 아직까지 저녁 회식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녁 시간대 영업을 위해 새로 점포를 오픈한 상인들도 상권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지난 2003년 문을 연 호프집 ‘쪼끼쪼끼’의 김진근(65·남) 사장은 “직장인들의 근무 후 술자리를 가지는 횟수가 줄어들고, 많은 사람들이 저녁 시간대에 다른 지역으로 약속을 잡는 등 유동인구가 빠져 나가면서 매출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잘 되던 시절에는 성수기 기준 월 매출이 40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의 경우 성수기에도 월 매출이 2000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며 “연말 단체 손님 예약도 과거에는 20건 정도 들어왔지만 지난해에는 1~2건 밖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후 리모델링만 두 차례 했다는 호프집 ‘펀비어킹’ 전기래 사장은 자영업자들의 영업환경이 날로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카드 수수료 및 최저임금 인상,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영업이 날로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과거와 비슷한 수준의 돈을 벌어도 나가는 돈은 더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 주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백화점길 상인들은 상권 침체 이유로 김영란법 시행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이곳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유동인구를 흡입할 수 있는 시설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사진은 백화점길에 위치한 점포들 ⓒ스카이데일리
 
약 10년 전 문을 연 ‘독도참치’ 박영민(가명·남) 사장도 김영란법 시행을 상권 침체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손님이 60~70%는 줄었다”며 “잘 될 때는 월 매출 2000만원도 기록했지만 현재는 월 매출이 15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름에 빠진 강남 소상공인들…상권 침체 속 생존경쟁 안간힘
 
상권의 침체가 지속되자 저렴한 가격과 특색 있는 메뉴 등으로 차별화를 꿰하는 매장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닭볶음탕을 주 메뉴로 하는 ‘계화기식당’은 약 8개월 전에 문을 열었다. 이곳의 주 메뉴는 묵은지 닭볶음탕이다. 가격은 1만6000원(中)이다. 정지호(38·남) 매니저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박리다매로 판매된다고 보면 된다”며 “아직까지 적자는 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오픈해 큐브 스테이크를 판매하는 ‘달링 스테이크’의 메뉴는 비프스테이크부터 치킨, 오돌뼈스테이크 등으로 다양한 편이다. 판매하는 메뉴들의 가격은 6500~7000원이다. 추가로 양을 늘릴 경우 메뉴의 가격대가 1만1000~1만2000원으로 증가한다.
 
진미정(가명·여) 매니저는 “점심과 저녁 매출 비중은 절반씩으로 손님 연령층은 다양한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이 하몽 카빙(Jamón Carving·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하는 방식으로 숙성시킨 햄을 써는 일) 교육을 받고 있기도 하다”면서 다른 식당과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성은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박종훈(35·남) 보스턴 감자탕 사장 단박 인터뷰
▲ 보스턴 감자탕 전경 ⓒ스카이데일리
- 이곳에서 감자탕 영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시간대를 노리고 약 한 달 전 오픈했다. 선릉역 인근에 식당 하나를 더 운영 중인데, 가까운 곳에 점포 하나를 더 열 생각을 갖다가 이곳 상권이 매력적일 것 같아 문을 열게 됐다. 저녁 영업까지 괜찮을 꺼라 생각했는데 예상 보다 저녁 시간대 손님이 없는 것 같다”
 
- 매장의 특징을 설명한다면
 
“주 메뉴인 감자탕 재료는 물론, 김치 등 반찬까지 모두 국내산을 쓴다. 이틀에 걸쳐 육수를 우려내는 등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외국산 재료를 쓰는 다른 식당에 비해 메뉴마다 1000원 정도 더 비싸다. 외관도 단순히 동네 감자탕집과 같은 모습 보다는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서 깔끔하게 보이려 노력했다. 매장에는 4인석·6인석이 혼재된 15개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 영업 현황은 어떠한가
 
“손님들은 30, 40대 연령층이 많은 편이다. 매장 문을 이제 막 열게 돼 아직 단골손님들은 없지만 점차 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사람들 왕래가 잦은 봄철부터 더 많은 수익을 내다보고 있다. 현재 1일 매출은 평균 150만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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