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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이철규 부장|조성우·강주현 기자] 사회적으로 ‘마른 몸’을 추구하는 인식이 짙어지면서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짧은 시간에 보다 손쉽게 살을 빼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목된다. 다이어트 약 복용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운동과 식단조절 등의 요인을 배제하고 단순히 식욕을 줄이며 몸무게를 줄여주는 다이어트 약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아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높은 가격 지불한 다이어트 약 섭취…돈·건강 잃는 악순환 빠지는 ‘위험한 선택’
강원도 원주에 거주하는 김경주(27·남·가명) 씨는 100kg에 육박하는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한약 다이어트 약을 처방받았다. 그의 키가 185cm를 넘기는 점을 감안해도 몸무게가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고민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3개월분의 다이어트 약을 85만원의 가격으로 구입했다.
그가 구매한 약은 식욕을 억제해주는 효능을 지니고 있었다. 살을 빼는 데는 도움 됐지만 댓가가 만만치 않았다. 그는 “다이어트 약을 먹었을 때 식욕이 줄어들고 허기진 부분이 많이 사라진 느낌을 받아 자연스레 소식(小食)을 했기 때문에 몸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며 “적은 식사로도 포만감을 얻을 수 있었고 약을 먹는 기간 동안 약 10kg정도의 살을 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주목되는 사실은 단순히 살을 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점이다”며 “운동이나 식단조절로 살을 뺀 것이 아니라 단순히 식욕을 억제하며 먹는 양을 줄이며 몸무게를 줄인 탓에 약을 끊자마자 식사량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몸무게가 원상복귀 됐고 결국은 약을 중단한 지 반년 도 안 돼 원래 몸무게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이어트 약을 먹으며 살을 뺀 점에 대해 “후회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그 돈으로 헬스장을 끊거나 다른 운동을 시작했으면 단기간에 살을 빼진 못하더라도 건강하게 살을 뺄 수 있었을 것이다”며 후회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신소연(26·여·가명) 씨는 과거 뱃살에 대한 고민 때문에 비만클리닉을 찾았다. 신 씨는 그곳에서 다이어트 약과 복부주사까지 맞았다. 하지만 효과는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신 씨는 6회분의 복부주사와 10주일분의 약값 등을 포함해 50만원 가량의 금액을 지불했다.
신 씨는 “원래 식욕이 많지 않았지만 운동을 게을리 한 탓에 뱃살이 나온 건데 다이어트 클리닉에선 식욕억제제를 처방해주고 샐러드 등 저칼로리의 식단을 추천해줬다”며 “개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처방을 해주기보단 틀에 박힌 매뉴얼대로 다이어트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이어트 클리닉으로부터 탄수화물 섭취를 절반으로 줄이고 채소와 계란 등 단백질로 아침, 점심을 해결하며 저녁은 샐러드만 먹는 방식의 식단을 받았다”며 “하지만 원래 뱃살정도를 제외하면 마른 체형이던 신 씨에게 해당 다이어트 식단은 몸의 피로를 불러왔으며 한동안 제대로 된 일상을 영위하기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신 씨는 복부주사에 대한 효과도 거의 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뱃살이 조금 빠지고 몸무게가 약간 줄긴 했지만 이는 주사 때문이라기 보단 운동과 식사량을 줄인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다이어트가 아니라 그냥 사람을 굶기면서 살을 빼게 만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편하게 살을 빼고 싶어서 다이어트 클리닉을 찾았는데 차라리 그 돈과 시간으로 운동을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연예인처럼 되기 위한 극한 다이어트…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외톨이 전락
3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섭식장애 정보 카페 ‘소금인형’ 매니저는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다이어트를 통해 해당 병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원의 80%정도가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여성이라고 설명하며 외형적인 부분까지 완벽하길 바라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 매니저는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섭식장애를 얻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똑똑한 사람들이다”며 “주변에서 예쁘고 몸매가 좋은 사람들이 칭찬을 받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많은 여성들이 예쁘다고 이야기하는 몸무게, 몸매에 자신을 가두는 것 같다”며 “이 모습을 유지하게 위해 음식을 먹고 토를 하거나 심할 경우 씹기만 하고 뱉어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과한 다이어트로 인해 자존감을 상실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타인에게 내가 먹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친구도 만나지 않게 되고 결국 홀로 남게 돼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특히 이 매니저는 체중 감량을 위해 거식증에 대해 알아보고자 카페에 가입하는 회원도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디어에서 마름이 예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날씬한 것이 자기관리를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하기 때문에 체중 감량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것 같다”며 “심지어 일부러 거식증을 앓고 싶어 카페에 가입하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다이어트를 하고 싶지 않아도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미 주변사람들과 멀어질 대로 멀어져 더 이상 갈 곳을 잃은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이 매니저는 “체중에 얽매인 자신을 보며 다이어트를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만 벗어나기 쉽지 않다”며 “주변 지인들이나 부모님들에게 고충을 이야기해도 공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매니저는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한 부작용을 치료할 곳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섭식장애의 경우 길게는 10년가량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해당 전문의가 많이 없는 실정이다”며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한 섭식장애에 대한 관심과 저변이 넓어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우·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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