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코노미(Petconomy)란 반려동물 관련 시장 또는 산업을 일컫는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펫코노미도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정부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고 동물 존중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지난달 19일 민법에 제98조의2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업계도 반려동물 관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CU, 반려동물 전용 보양식 선보여…대웅제약·유한양행 등 동물의약품 개발 주력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는 2018년에 이미 3조원을 넘어섰다. 연평균 성장률이 14.1%인 것을 감안했을 때 2023년에는 4조6000억원, 2027년에는 무려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해마다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시장 주도권을 잡고 있는 기업은 아직 뚜렷이 없는 상태다. GS리테일이 반려동물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지분인수로 펫코노미의 왕좌를 노리는 가운데 유통업계를 비롯해 제약업계는 반려인을 위한 상품 출시 등 시장 선점을 위해 저마다 속도를 내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달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반려동물 전문몰 ‘펫프렌즈’를 공동 인수하는 등 반려동물 상품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11번가는 반려동물 용품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관련 용품 전문 쇼핑몰 ‘스토어봄’과 함께 반려동물 사료, 간식, 장난감 등 약 1500개 상품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 오후 5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이 완료된다. 배송 가능지역은 서울 전 지역과 안양, 군포, 부천, 의왕, 과천, 수원, 광명, 구리, 의정부 등 경기도 일부다.
반려인 김양우 씨(35)는 “앞서 쿠팡 로켓배송을 애용했는데 11번가에서 오전 7시까지 배송이 가능해져 앞으로 11번가를 이용할 생각이다. 아침 일찍 출근해야하는 직장인들에게 매우 좋은 서비스다”며 “11번가뿐만 아니라 많은 유통업계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도 그렇지만 반려동물도 한 여름 무더위를에 지치기 쉽다. 특히 털이 긴 반려동물은 더위를 먹어 체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편의점 CU는 여름철 반려동물의 기력 회복과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반려동물 전용 보양식을 선보였다. CU가 선보이는 반려동물 전용 보양식은 ‘정성 가득 한그릇 3종’(삼계탕, 오리탕, 북어탕)으로 반려견, 반려묘 구분 없이 모두 즐길 수 있다. 이 상품에는 닭가슴살, 인삼, 당근 등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원재료를 사용했다.
CU가 반려동물 전용 보양식을 선보인 것은 반려동물 용품 및 먹거리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인 윤수희 씨(31)는 “반려견 꾸잉이가 요즘 들어 몸에 힘이 없고 축 처진 모습을 보여 보양식을 구매했다”며 “삼계탕과 오리탕은 조단백질 함량이 높고 북어탕은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돼 있어서 그런지 반려동물의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CU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반려동물 카테고리 상품의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48.7% 늘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 신장률인 30.5%를 넘어서는 수치다. 구체적으로는 반려동물과 외출 시 사용되는 배변봉투, 애견샴푸, 장난감 등 활동성 용품의 매출이 20.6% 늘었고 같은 기간 사료나 간식의 매출은 무려 53.8% 증가했다.
국내 제약사도 반려동물 산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대웅제약, 유한양행 등은 직접 동물의약품 개발을 주력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5월 대한수의학회에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SGLT-2 억제제 ‘이나보글리플로진(DWP16001)’의 당뇨병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자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현재까지 당뇨병 치료를 위한 경구용 동물의약품이 없었던 만큼 해당 연구 결과는 많은 반려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유한양행은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치료제 ‘제다큐어(성분명 크리스데살라진)’를 출시했다. 제다큐어는 지엔티파마가 개발한 뇌신경세포 보호 합성신약으로 2월 국내에서 첫 번째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유한양행은 제다큐어 판매 외에도 외에도 향후 반려동물용 먹거리, 헬스케어 제품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반려인 김현빈 씨(26)는 올해 만 16세인 반려견이 지난해부터 인지장애 증세를 보이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뽀댕이가 항상 소변도 잘 가리고 산책 가자고 하면 앞장 서곤 했는데, 몇 개월 전부터 인지력이 조금씩 떨어졌는지 소변도 잘 못 가리고 매사에 반응이 느려진 것이 느껴져 속상하다”면서 “인지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치료제가 나와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동국제약은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동물용 의약품 제조, 수입 및 판매업’을 신규사업 분야로 추가하는 등 국내 제약사들의 반려동물 산업 진출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펫팸족 증가에 힘입어 향후 반려동물 시장 성장 더욱 가열될 것”
한편 반려동물 사업 모델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이상)에 등극하는 스타트업도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펫코노미 성장세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추세라는 점에서 더욱 잠재력이 높다.
미국의 경우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로버(Rover)가 2일 나스닥에 상장하며 10억달러(1조원대) 기업이 됐다. 6월에는 반려견용 장난감·간식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바크박스(Barkbox)의 모회사도 상장에 성공했다.
반려동물 DNA 검사업체 임바크(Embark)는 소프트뱅크로부터 7500만달러(약 860억원)를 유치했고, 수의사와 원격진료가 가능한 동물병원 모던애니멀(Modern Animal)은 7550만달러(약 865억원)를 확보하는 등 반려동물 스타트업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김옥진 원광대학교 반려동물산업학과 교수는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펫코노미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26.4%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아끼는 펫팸족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향후 육아 관련 산업보다 반려동물 산업이 더 성장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과거 애완동물과 달리 현대 사회에서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는 최근 반려동물 산업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고가의 유기농 프리미엄 사료, 반려동물 호텔 및 유치원, 반려동물용 브랜드 의류 등 현재 반려동물 시장을 이끌고 있는 제품들을 살펴보면 변화된 사용자의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반려인의 수요를 반영하는 ‘펫테크(Pet-tech)’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펫테크란 애완동물(Pet)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반려동물을 돌보는 데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에 IT와 같은 첨단 기술을 적용한 기기를 말한다. 국내 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돌보기 위해 펫테크 기기를 이용하는 반려가구는 전체 반려가구의 64.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 급식기와 자동 급수기’(39.4%) △모니터링을 위한 ‘홈 CCTV와 카메라’(30.3%) △반려동물 전용 ‘자동 장난감’(26.1%) 등의 순으로 인기가 많았다.
김 교수는 “펫팸족의 증가로 반려동물 시장에 불고 있는 이러한 트렌드 변화가 반려동물 산업에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최근 국내 대기업들도 반려동물 산업 성장에 맞춰 반려동물 사료나 기능성 영양제, 동물약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향후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줄어든 대인 관계로부터 오는 심리적 불안감을 반려동물이 주는 위안과 안정감으로 대체 받으려는 심리가 은연중에 작동하고 있다”며 “반려동물과 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도 더욱 증가하고 펫팸족들의 소비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노령 반려동물도 늘어나면서 영양제나 건강관리 제품, 요양 관련 제품이나 산업,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 산업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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