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정점론’ 확산에 국내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심이 몰리고 있다. 올 들어 12개 종목에 7000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미국 장기채 ETF 5종도 6000억 원대로 몸집을 불린 상태다. 개인투자자들이 장기채 ETF를 순매수하며 시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장기채 ETF(듀레이션 10년 이상, 인버스 제외) 12개 종목의 순자산총액은 8일 기준 1조66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신규 3종은 상장 첫날 기준) 9379억 원과 비교해 77.7% 늘어난 수준이다. 미국 장기채는 더 높이 뛰었다. 국내에 상장한 미 장기채 ETF 5종의 순자산총액은 작년 말 2144억 원에서 8일 6209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16.7% 오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상승폭이다.
개인이 장기채 ETF 강세를 이끌었다. 개인은 올 들어 9일까지 국내 장기채 ETF에 대해 2066억 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이 2119억 원을 팔아치우고 외국인이 37억 원을 사들이는 데 그친 것과 상반된다. 미 장기채 ETF에 대한 개인의 순매수액도 2902억 원으로 컸다.
종목별 연초 이후 개인의 순매수 규모를 보면 ‘KBSTAR KIS국고채30년 Enhanced’가 921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 ETF는 ‘KIS국고채30년Enhanced’ 지수의 일간수익률을 1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순자산총액(3083억 원)이 국내 장기채 ETF 중 가장 큰 게 특징이다.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가 739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 ETF는 원금과 이자를 분리하는 스트립을 통해 듀레이션을 대폭 확대한 상품이다. 듀레이션이 28~29년으로 국내 채권형 ETF 중 가장 길다. 순자산도 1199억 원으로 상당하다. 미국 장기채 ETF 중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1420억 원)이었다.
장기채 ETF가 주목받는 이유는 주요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 들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이자율이 정해져 있는 채권에 대한 매력이 커져 가격은 올라간다. 장기채는 단기채에 비해 금리 하락기에 가격 상승폭이 크고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한도 길어 투자 가치가 높은 편이다.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금리 동결 확률은 71.2%, 0.25%p 인상 확률은 28.8%로 나타났다. 연준이 1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경우 한국은행도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운용업계는 장기채 투자 전략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 본부장은 “금리 정점론에 무게가 실리면서 듀레이션이 가장 긴 30년 장기채 ETF에 개인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며 “장기채ETF는 금리가 하락할 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동시에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분할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김대호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매니저도 “국내 채권뿐만 아니라 미국 국채에 대해서도 금리가 고점을 형성했다는 인식 속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듀레이션이 긴 채권에 투자한다면 높아진 변동성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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