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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잃어버린 한·일 경협 20년 이제 복원하자
對日·對中 쌍둥이 무역적자 돌파구 시급히 찾아내야
2030의 당당한 극일(克日)로 문화·경제 교류 확대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11 06:31:30
 
▲ 김상철 글로벌비즈니스연구센터(GBRC) 원장
지난 40년간 일본·중국과의 한국 경제 교류를 보면 극명하게 대조적이다. 처음 20년은 일본에 기울어졌다면 나중 20년은 거의 중국에 전력투구했다. 
 
고도성장 시기에 일본과의 협력은 일본으로부터의 소재·부품·장비 수입 의존에서 비롯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대일(對日) 만성적 무역적자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반면 중국 시장은 현지 진출과 수출 확대라는 양면 전략을 구사한 한국 기업에 최대 수혜를 안겨 주었다. 그렇다고 중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도 아니었다. 산업화와 기술력 제고에 더해 해외시장에서 한국 상품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수준까지 올라오는 데 한국 기업의 기여가 컸다. 중국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판세에 급격한 변화가 생겨나면서 한국 경제에 적잖은 딜레마를 던져 주고 있다.
 
무역에서 일본에서는 적자를 보더라도 그 이상으로 중국을 비롯하여 다른 시장에서 더 큰 흑자를 내는 기간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정부도 이에 대해 안도하면서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를 방치하다시피 했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31년 만인 작년에 처음으로 대중(對中) 무역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경천동지할 현상이 나타났다. 적자 규모도 무려 180억 달러로 대일(對日) 적자에 거의 버금가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도 7월 말 누계 기준 약 60억 달러로 적자 구조가 굳어져 버리는 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중국에 팔 수 있는 상품의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 상품의 수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에 대한 쌍둥이 무역적자는 매우 치명적이다. 하지만 이것을 심각하게 보는 시각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일본과의 무역 규모 격차가 줄면서 조만간 일본을 제치고 수출 5위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온다. 좋은 일이긴 하지만 이웃 양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이대로 놔둔다면 언젠가는 큰 화근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은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저가 중국 상품의 해외시장에 대한 거침없는 공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 상품의 설 자리가 계속 위협받고 있다. 중국 기업과 상품이 활력을 잃은 내수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계속 해외로 뛰쳐나온다.
 
중국의 무서운 굴기는 한국과 일본을 더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실제로 한·일 기업의 위상을 갈수록 위축시킨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일 양국 간 국민은 물론이고 기업 등 경제계의 교류가 다시 기지개를 켠다. 특히 2030세대의 문화 교류가 활발하다. 음악 장르는 트로트·엔카로 확장되고 넷플릭스를 통한 영화나 드라마 유통으로 문화 교류가 거의 절정으로 치닫는 중이다. 일부 선동적 정치꾼들이 반일 선전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일본과 더 가까워지고, 역설적으로 중국과의 거리가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일본과의 관계를 과거보다 미래에 중점을 두고 풀어 나가야 할 것을 인식한다. 젊은 층일수록 훨씬 더 성숙한 극일(克日)의 참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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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류를 넘어 이제 산업으로까지 범위가 확대되는 중이다. 이제 일본에 대해 얄팍한 자존심을 내세우는 피해 의식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교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 나온다. 그만큼 우리 위상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미래 세대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교류를 비롯해 양국 공급망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이나 디지털 전환 협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통의 물꼬가 트이고 있다. 
 
반도체 주도권을 한국에 빼앗긴 일본 업체들이 삼성이나 SK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장비와 제조 기술을 접목해 글로벌 주도권을 찾자고 제안한다.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편승해서 한·일 양국 간 쌍방향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잃어버린 양국 관계 20년 복원을 위한 새로운 협력은 물밑에서 상당 기간 진행되었다. 지난 10년간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기업에 취업한 한국 청년이 3~4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 보니 불가피하게 빚어진 현상이다. 한편으론 규제가 심한 한국을 피해 일본 시장으로 진출한 스타트업도 많다. 뒤늦게 개과천선한 일본 정부의 외국인 창업 규제 대폭 완화라는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뚝 끊겼던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도 재개될 조짐이다. 기업 간의 협력 기운이 빠르게 상승 곡선을 타는 중이다. 반대로 중국 기업과는 협력 기회가 거의 없어 당분간은 정체할 것이 분명하다. 주어진 여건에 순응하면서 조화와 균형을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일 양국 협력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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