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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무너지는 제조업 수출 돌파구 없나
美·中 사이 샌드위치 신세 면하려면 제조업 회생시켜야
위기에 상응하는 기회의 극대화 전략 실종이 문제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1-06 06:30:18
 
▲ 김상철 글로벌비즈니스연구센터(GBRC) 원장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3분기 성장률이 0.1%에 그치면서 정부가 내놓은 올해 2% 중반 성장 전망이 실현되기 어려워졌다. 2분기에는 내수가, 3분기에는 수출 증가율이 주춤했다. 자칫하면 제로(0) 혹은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내년 경제는 더 어려워진다는 대내외 예측 기관들의 예상이 줄을 잇는다. 경제 낙관론만 계속 주장하던 정부의 목소리도 쑥 들어갔다. 성장을 부추길 조치는 전혀 하지 않고 요행수만 기다리고 있어 씁쓰레하다. 
 
대내외적으로 호재보다 악재가 더 많아지는 추세다. 내부에선 경제 회생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비생산적인 정치 파행이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외적으로는 경제 이기주의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미·중 마찰이 국지적인 전쟁을 더 부추기는 모양새다.
 
미국 대선의 결과와 관계없이 미·중 마찰은 더 격화될 것이고, 미국의 힘이 빠지면서 신(新)냉전 기류는 더 심화될 분위기다. 향후 5·6년간 글로벌 경제와 안보가 가장 위험한 구간대로 진입할 것이 확실하다. 80~100년마다 순환하는 밀레니얼 위기가 코앞으로 닥치고 있다는 역사학자 닐 하우(Neil Howe)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전환기에는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혼란이 일어나는 것이 필연적이다. 그러나 결과는 명백하며 국가 간 명암이 뚜렷하게 갈린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 위기에 함몰되어 추락하는 국가가 있는 반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 승기를 잡는 국가가 있다. 과연 한국은 어느 쪽에 위치할 것인가. 최근 한국 경제의 장래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자주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불길한 예감이 든다.
 
왜 이런 평가가 나오는지 새겨 볼 일이다. 우선 제조업 강국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을 비롯해 인도 등 신흥 제조 강자들이 계속 출현한다. 전통 제조업의 경우 한국 기업마저 자국을 외면하고 더 나은 둥지를 찾아 해외로 떠돈다. 보호무역이 기승을 부리면서 시장이 있는 현지에서 생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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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론 첨단 미래 제조 기술에서도 혁신에 발목이 잡히면서 뒷걸음질치고 있다. 미국·중국 등이 앞서고 일본·독일·한국 등 제조업 강국들이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현상이 현저하다. 기업이나 인재들은 갈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자국을 포기하고 더 나은 조건과 처우를 제시하는 곳으로 몰려간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이들 국가에 잘 보이지 않는다.
 
한국 수출의 장래에 대해서도 비관적 예측이 더 많다. 제조업 경쟁력이 무너지면 수출이 줄어드는 것을 피할 방도가 없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개발도상국까지 자국 산업 방어를 위해 관세를 높인다. 중국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든지 한국 상품으로 불길이 번질 태세다. 국내 소비 부진과 과잉 설비 해소를 위한 세계의 공장 중국 기업의 파상적인 해외시장 진출의 흐름은 더 거세지고 있다. 중국산의 수출 가격은 점점 더 내려갈 것이고 수출 시장에서 한국산이 불리한 상황에 노출될 공산이 매우 크다. 차별화를 통해 이를 뿌리쳐야 한다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기술이나 품질의 격차가 줄어들고, 저사양 제품에서는 중국 기업에 계속 시장을 뺏기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 제조업과 수출에 대해 낙관론이 비관론으로 바뀌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외풍(外風)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해외 진출을 막을 수는 없다고 하지만 국내와 해외 생산기지 간의 공급망 연결고리가 없다면 수출 연계는 없어진다. 수출에 있어서는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커 중국의 경기가 둔화하면 한국 수출이 타격을 입는 구조가 아직도 우리 경제를 힘들게 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최근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이 살아나면서 균형추를 만들어 가고 있지만, 미·중 양대 시장에 대한 수출 비중이 현재와 같이 38%에 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이나 중국 수입 시장에서의 한국 상품 점유율을 최대한 유지해 나가되 한국 수출에서 양국 비중은 30% 이하로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도나 동남아·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나 일본 시장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그나마 수출이 간신히 버티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위태위태하게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다. 중국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고 미국 수출도 호조세다. 다만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수출은 여전히 들쑥날쑥하고, 인도에 대한 수출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중국산에 대해 경계감이 확연한 유럽 시장에 대한 수출도 반사이익을 챙기지 못하는 형편이다. 수출 품목 다변화 속도도 더디다. 방산이나 소형모듈 원자로가 효자 품목이 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라면 수출이 올해 들어 10월까지 1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어 고무적이지만 다른 품목은 한류 파급 효과에 효과적으로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 미·중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를 면하기 위한 수출 시장과 품목의 다변화는 한국 제조업과 수출의 당면 현안이다. 위기가 커 보이지만 기회도 의외로 많다. 우리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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