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명종(明宗)실록 29권, 명종 18년 6월25일 신미 두 번째 기사에는 이러한 내용이 나온다. 이감(李戡)을 사헌부 대사헌으로 삼았다는 글귀에 달린 “사람들은 이감을 조사역(趙師睪)으로 지목했다”는 사관의 주석이다.
조사역은 송(宋)나라의 인물이다. 송사(宋史) 권247 조사역열전 등에 의하면 그는 빈궁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조사역은 절차탁마(切磋琢磨·부지런히 학문과 덕행을 닦음)하는 대신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돼 영달을 꾀했다. 바로 ‘신들린 아부’였다.
조사역은 조정 권력자 한탁주(韓侂胄)를 타깃 삼았다. 한탁주에겐 애첩 열넷이 있었다. 어느 날 한탁주가 진귀한 뇌물 네 개를 받았다. 한탁주는 그것을 특히 총애하는 넷에게 나눠 줬다. 소식 접한 조사역은 무릎을 탁 쳤다. 그는 거금을 융자해 보물 열 개를 사들여 빈손으로 툴툴거리던 열 명에게 보냈다. 애첩들의 베갯머리송사 끝에 조사역은 조정에 출사했다.
‘아부 기술’은 전무후무한 경지까지 올랐다. 하루는 한탁주가 궁궐 같은 제 저택에 화려하고 광활한 원림(園林)을 만든 뒤 백관을 초청했다. 원림의 한 구역은 고요한 농촌을 모방한 고즈넉한 전원 풍경으로 꾸며져 있었다. 백관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권력자를 칭송했다. 그런데 한탁주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주변이 이유를 묻자 한탁주는 “농촌은 누렁이 정겹게 짖는 소리가 있어야 제 맛인데 아직 없는 게 아쉽네”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돌연 거짓말처럼 ‘멍멍’ 소리가 들렸다. 화색이 돈 한탁주 등은 부리나케 발원지를 찾아 나섰다. 마침내 부푼 가슴 안고 그곳을 발견한 한탁주와 이하 일동은 기절할 뻔했다. 그곳엔 인간이기를 포기한 조사역이 무아지경으로 견공에 빙의해 개거품을 물고 있었다. 이튿날 조사역은 고관대작에 제수됐다.
그러나 ‘아부질’은 한탁주에게 독이 됐다. 그가 권력에 취할수록 아부가 능사인 세태에 개탄을 금치 못하는 여론이 고조됐다. 결국 한탁주는 주제도 모르고 금(金)나라를 쳤다가 패한 뒤 조정 대신 사미원(史彌遠)에게 처단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 등이 선고됐다. 그런데 친명계에선 전무후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신의 사제”란 신격화와 “움직이면 죽인다”는 살기등등한 경고가 나오고 선거법 개정 움직임도 잇따른다. 허나 노골적 방탄은 민심을 악화시켜 이 대표와 민주당에게 독이 될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뒤틀린 충성심을 중용 기준으로 삼는 이와 이에 부화뇌동하는 이들의 말로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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