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이루어진 이후 대의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다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적절한 외부 견제가 불가능하고 시스템 개혁을 위한 개헌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의결정족수로 대통령 직무를 곧바로 정지시키는 탄핵 조항과 정치화한 사법부에 인용 당할 경우 선출된 권력의 정당성이 신기루가 된다는 것이 87년 헌법의 맹점으로 꼽힌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은 ‘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이 같은 논의를 골자로 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태우 윤석열 전 대통령 변호인단 변호사·이명웅 전 헌법재판소 부장 연구관 등이 발제와 토론을 맡았다. 대통령 직선제를 핵심으로 하는 ‘87년 체제’를 극복하고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한 헌법 개정 논의가 이루어지는 헌법상 독립기관인 헌재와 선관위를 개혁하는 방안이 불가피하다는 데 문제의식을 함께한 전문가들은 효과적 견제 시스템을 도출하는 구체적 방안에 논의를 집중했다.
발제를 맡은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2.3 계엄선포 이후 거대 야당이 장악한 대통령의 탄핵 소추 및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변론 과정 등을 보면서 87 헌법이 가진 결함이 헌법재판소를 ‘괴물’로 만든 것을 느꼈다는 소회를 전했다. 그는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일어나는 제도적 원인은 ‘탄핵 조항’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이 대통령을 ‘내란죄’로 몰아 계엄 해제 당일 탄핵 소추 발의안을 내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라며 “‘내란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내란 방조죄’로 위협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것을 보고 또한 놀랐다”라고도 했다.
그는 “계엄 선포 전부터 거대 야당의 입법권 폭주는 눈치챘으나, 실체가 없는 내란죄 선동으로 탄핵 소추를 통해 대통령 권한과 직무를 정지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수사기관들과 일부 법원의 정치적 압력을 가하여 불법으로 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것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라며 “13일 만에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불법으로 직무를 정지시키는 폭거는 ‘정상적인 헌법 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며 ‘헌법 형식을 빌린 의회의 연성 쿠데타’”라고 했다.
이어 “이번 탄핵 사태는 단순 권력 투쟁이 아닌, 정치 내전이며 체제 전쟁으로 자유민주 헌법 체제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파기하느냐 심각한 헌법 위기 상황으로 괴물이 된 87 헌법 체제는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원포인트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그는 “대통령 탄핵 소추가 되면 권한이 정지되는 거 이 조항(헌법 제65조)을 개정하지 않으면은 사법의 정치화와 정치의 사법화는 지속될 비극”이라며 “예를 들면 지금의 민주당이 대통령을 낸다고 하더라도 5년 단임제하에서 3년 정도 지난 후 대통령이 힘이 빠지면 같은 당내에서도 충돌이 일어나고 대통령 탄핵 소추가 발의된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구조에서는 국민의 힘이든 더 불어민주당이든 탄핵 소추 조항으로 정치적 갈등이 생기고 언제든 탄핵 위기로 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국가적 위기’라고 본 그는 “국회의장이 직접 나서서 주도권을 갖고 양당이 동의하게끔 최소한 탄핵 소추가 발의되더라도 대통령 직무 정치를 막는 조항을 신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 교수는 헌법재판소 조직 구성 방식과 선거관리위원회 조직 구성 방식 또한 현재 대통령 3인, 국회 3인, 대법원장 3인이 나눠 먹는 식의 헌재와 선관위 조직 구성 방식은 헌재를 더욱 ‘정파화 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의 대안으로 “국회 의결 표수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혹은 5분의 3 이상으로 바꿔야 하며 대법원장 지명 3인 몫을 지우면 9인이 필요 없어지므로 5인 정도 슬림화한 조직으로 바꾸고, 모든 위원을 상임으로 전환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관위원장은 1년 혹은 2년 단위로 돌아가면서 위원장을 맡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라고도 했다.
헌법학자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원 명예교수는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을 바로 세우자’고 했다. 그는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일어나는 제도적 원인은 ‘탄핵 조항’이라고 했다. 그는 “현행 헌법은 외형적으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어 대통령에게 권력과 권한이 집중된 것으로 보이더라도, 헌법의 구조와 내용뿐 아니라 운용 과정에서 나타난 모습은 국가권력 간의 견제 불균형 때문에 정상적 국가 작용이 저해되거나 마비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점은 법률제정권과 국정통제권을 가장 많이 가진 국회가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에 의하여 지배를 받게 되면 국회의 헌법상 권한이 그 취지와 목적을 넘어서 사용됨으로써 권력분립 원칙의 견제가 무너지고 균형을 잃게 된다”며 “헌법상 독립기관을 별도로 두는 것보다 기능적 면을 고려해 삼권에 포함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며 견제 장치를 두는 게 합헌적”이라고 제언했다.
토론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에 직접 나섰던 도태우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회피·기피 사유에 해당하는 문제가 제기되어도 스스로 문제없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종결한다”며 “추가 견제할 방법도 없고 재판 진행에 대한 어떠한 문제 제기도 견제적 효력이 미미하고 결론을 좌우할 증거신청 조사조차도 기각하고 불리하게 판단하여 정당한 재량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사법부와 선관위에 대해서도 도 변호사는 “독립성만 강조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며 정기적 선거도 외부감사도 없어서 책임성 보장이 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선관위와 사법부가 제도적으로 유착되면 선거 부정 의혹에 대한 객관적 검증 요구가 사법부의 권위에 대한 부당한 도전과 음모론으로 매도되게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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