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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구룡마을 재개발 일방추진 논란

서울시 판자촌 개발에 뿔난 원주민들 “불통행정 중단하라”

“협의 완료 발표는 거짓말…대중들을 어떻게 속이는지 이제 알겠다”

배태용기자(tybae@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6-17 13: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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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강남에 남아 있는 유일한 판자촌 구룡마을 일대에 100% 공공임대 아파트 단지 개발을 추진해 원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서울시는 원주민들과 충분한 협의 끝에 나온 계획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원주민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구룡마을 입구에 걸린 반대 현수막. ⓒ스카이데일리
 
서울시가 무리한 재개발로 강남 판자촌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서울시가 강남에 남은 유일한 판자촌 구룡마을을 허물고 100% 공공임대 아파트 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이곳에 거주하던 원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게 생겼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당초 서울시는 원주민들과 충분히 협의한 끝에 나온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명백하게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의 공급 계획은 주민들이 생활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허술한 계획이기 때문에 만약 개발이 추진되면 상당수의 주민은 삶의 터전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원주민과 협의 끝냈다…구룡마을 100% 공공임대 아파트 단지 재개발 추진”
 
구룡마을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567-1일대에 소재한 무허가 판자촌이다. 부지 규모만 26만6502㎡에 달한다. 이곳은 1970~1980년대 개포동 일대 개발로 집을 잃은 철거민들이 모여든 곳으로 현재 1100여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무허가 주택이 몰린 구룡마을은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한 채로 30년 넘게 방치 돼 왔다. 열악한 주거 환경 탓에 주민들은 화재, 침수 등 각종 재난사고 위협에 노출돼 있었다. 사회적으로 개발 요구가 끊이지 않자 결국 서울시는 2012년 구룡마을 일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고 개발을 추진했다.
 
최초 서울시는 사업시행구역을 분할하지 않고 수용하는 미분할 혼용방식으로 사업 계획을 발표했으나 강남구와의 견해 차이로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결국 2년 내 개발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고 2014년 8월 구역지정을 해제해야 했다. 그 해 12월 서울시가 강남구의 100% 수용·사용방식의 공영개발을 받아들이면서 사업은 재추진됐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박현정] ⓒ스카이데일리
 
서울시는 2016년 12월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구역지정 및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시행사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지정했다. 서울시는 사업추진을 위해 토지주·거주민 협의체를 비롯한 관계기관과의 회의를 수차례 진행했다. 지난 11일 4구역 지정 및 개발 계획 수립을 고시한 지 4년 만에 실시계획 인가를 고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구룡마을은 4000가구 규모의 공공임대주택으로 개발된다. 분양·임대주택을 함께 공급하는 기존 ‘소셜 믹스(social mix)’ 방식 개발 계획을 ‘100% 공공임대’ 계획으로 전환한 것이다. 원주민들에게는 전용면적 40㎡ 주택을 임대료를 인하해 100% 재정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업은 2022년 착공, 2025년 하반기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자치구·거주민·토지주 등과 논의해 최대한 일정을 단축해나갈 예정이다.
 
구룡마을 원주민들 “협의 끝냈다는 발표는 거짓말…대중들 어떻게 속이는지 이제 알겠다”
 
서울시가 발표한 구룡마을 개발 계획은 첫 삽을 뜨기 전부터 각종 잡음을 낳고 있다. 구룡마을 원주민들은 서울시의 계획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으며 갑작스러운 발표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강일 구룡마을 주민협의체 회장은 “서울시가 TF팀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실시계획을 발표했다고는 하는데 사실 협의랄 것도 없이 통보식에 가까운 처사였다”며 “원주민들은 이런 식의 개발을 대다수 반대하고 있는데 어떻게 주민들을 위한 개발이라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주민들의 반대 의사가 충분했음에도 서울시는 막무가내로 실시계획 인가 고시를 진행했다. 이에 대한 문의를 하려고 해도 전화연결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다”며 “주민들은 90% 이상이 이번 실시계획 인가 고시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의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구룡마을 원주민들은 대다수 60대 이상의 고령층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임대료를 감면해 준다하더라도 결국 쫓겨날 신세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순환재개발 등의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은 구룡마을 일대. ⓒ스카이데일리
  
구룡마을 주민 임덕주(60대·가명) 씨는 “서울시가 발표한 계획안 자체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우리 가족은 세대 구성원이 4명인데 10평 남짓한 방에서 어떻게 살아가라는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 개발이 되면 지금보다 환경이 좋아져야 하는데 10평 남짓한 단칸방 임대주택이 정녕 주민들이 생활여건을 좋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구룡마을 주민 안병식(60대) 씨는 “서울시가 공공임대주택이 원주민들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결정고시 했다는 발표를 보고 시가 어떻게 대중들을 속이는지 제대로 알게 됐다”며 “현재 원주민 90% 이상이 반대하고 있고 시에 매수된 극소수만 동의를 했는데 전체가 다 동의한 것 마냥 발표 하는 것을 보니 너무나 억울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과거에도 쫓겨나고 또 쫓겨나게 생겨 참담할 따름이다. 지가가 비싼 이곳에 임대료를 깍아준다 한들 그걸 낼 수 있는 사람이 이곳에 살겠나”라며 “상당수의 가구가 수입이 없는 고령층 가구로 종이를 모아 생계를 영위하는 분들도 더러 계시는데 임대료만 인하해준다고 어떻게 이곳에 계속 살 수 있겠나. 결국 나가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도 현재의 계획은 원주민을 정착시키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임석우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개발 사업은 균형 발전 측면에서는 양호하지만 기존 지역에 커뮤니티를 붕괴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사업체는 커뮤니티를 붕괴 시키지 않는 선에서 개발을 해야하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방법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구룡마을과 같은 무허가 점유지 같은 경우 시가 나름대로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판단되나 입지가 강남인 만큼 임대료 감면을 해준다 한들 원주민들이 쫓겨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 “그 사람들의 생활수준에 맞는 새로운 공공임대주택 등에 입주할 자격을 주고 합리적안 방안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며 “개발구역의 일부 지역 또는 당해 재개발구역 외의 지역에 주택을 건설하거나 건설된 주택을 활용해 순차적으로 개발하는 ‘순환재개발’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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