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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리사초략>에 영락 5년(395) 을미 2월의 비리(卑離) 친정 이후 “8월에 백제의 진무(眞武)가 또 빈틈을 노리고 쳐들어와 상이 기병 7000을 휘몰아 패수(浿水)가에서 8000여 수급을 노획했다”는 기록으로부터 위치적으로 비문에 새겨진 염수는 패수와 멀지 않은 곳이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사학계에서 정사(正史)라고 하는 <삼국사기>에는 호태왕비문에 새겨진 비려(碑麗) 정벌에 관한 기록은 고의 삭제됐는지 아예 없고 “4년(395) 가을 8월, 왕이 백제와 패수(浿水)가에서 싸워 대패시키고 8000여명을 생포했거나 목을 벴다(虜獲八千餘級)”고 간단하게 기록돼 있다.
영락 5년 을미년 기사에 새겨진 염수(鹽水)가 요동군 지역이거나 가까운 곳에 있는 산서남부 운성염지(雲城鹽池)였음을 입증해주는 확실한 유적자료들은 바로 산서성 서남단 하곡(河曲) 지점에 있는 요서군의 상징 백이·숙제의 무덤과 낙랑군에 속하는 패수(浿水)현이다. 그 패수는 과연 어디를 흐르는 강이었을까.
위만이 조선으로 망명하면서 건넌 강이고 일명 한사군 전쟁의 주 무대였으며 이후 고구리의 남쪽국경(南界)이 되는 패수가 북부 하남성 제원시를 흐르는 현재 추하(溴河)라는 사실에는 어떠한 이견이 있을 수가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확실한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한반도 청천강으로 비정한 식민사학계나 난하 등 북경 부근으로 주장한 재야사학들은 다시 한 번 새겨야할 것이다.
<한서지리지>에서 유주에 속하는 낙랑군의 속현인 패수는 <위서지형지>에서는 회주(懷州)에 속하는 무덕군의 속현(屬縣)으로 기록돼있다. 회주에는 무덕(武德)군 외에 하내(河內)군이 속한다. 이 두 군의 속현들은 대부분 <한서지리지>에서 사예(司隷)에 속하는 하내군의 속현들로서 모두 황하북부 하남성에 있는 지명들이다.
참고로 <위서 지형지>는 삼국지 조위(曹魏) 때의 지리책이 아니라 탁발선비족이 세운 북위 때의 지형지다. <위서 지형지>에서 하내군과 함께 회주에 속하는 무덕군은 天平(동위 효정왕) 초기에 하내군에서 분리돼 나온다. 회주와 하내군과 패수와의 관계를 지리지 원문을 대조·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한서지리지>의 하내군(河内郡)，高帝元年为殷国，二年更名。莽曰后队，属司隶。户二十四万一千二百四十六，口百六万七千九十七。县十八：怀(회)，有工官。莽曰河内。汲(급)，武德(무덕)，波，山阳(산양)，东太行山(태행산)在西北。河阳(하양)，莽曰河亭。州，共，故国。北山，淇水(기수)所出，东至黎阳入河。平皋(평고)，朝歌(조가)，纣所都。周武王弟康叔所封，更名卫。莽曰雅歌。脩武(수무)，温(온)，故国，已姓，苏忿生所封也。野王(야왕)，太行山在西北。卫元君为秦所夺，自濮阳徙此。莽曰平野。获嘉，故汲之新中乡，武帝行过更名也。轵(지)，沁水(심수)，隆虑，国水东北至信成入张甲河，过郡三，行千八百四十里。有铁官。荡阴(탕음)。荡水东至内黄泽。西山，羑水所出，亦至内黄入荡。有羑里城，西伯所拘也。
<위서지형지> (怀州 회주) 天安二年(467)置，太和十八年(494)罢，天平(534)初复。领郡二县八 户二万一千七百四十 口九万八千三百一十五
(河内郡 하내군) 汉高帝置。领县四 户九千九百五 口四万二千六百一 野王(야왕)二汉、晋属，州、郡治。有太行山(태행산)、华岳神。沁水(심수)二汉、晋属，治沁城。有沁水, 济水。河阳(하양)二汉, 晋属, 后罢，孝昌中复。轵(지)后汉、晋属，治轵城。有轵关。
(武德郡 무덕군) 天平初分河内置。领县四 户一万一千八百三十五 口五万五千七百一十四。平皋(평고)二汉、晋属河内(하내)。有平皋陂、平皋城、安昌城。温二汉、晋属河内。有温(온)、浿水(패수)。怀二汉、晋属河内。有长陵城、怀城。州二汉、晋属河内。有雍城、中都城、金城。
<금사지리지> 懷州(회주)，上，宋河內郡(하내군)防禦，天會六年以與臨潢府懷州同、加「南」字，仍舊置沁南軍節度使，天德三年去「南」字。皇統三年閏四月置黃沁河堤都大管勾司。大定五年置行元帥府。興定五年置招撫司。户八万六千七百五十六。縣四、鎮六： 河內倚。有太行陘、太行山(태행산)、黃河(황하)、沁水(심수)、浿水(패수)。鎮四武德(무덕)、柏鄉、萬善、清化。修武(수무)有濁鹿城。鎮一承恩。山陽興定四年以修武縣重泉村為山陽(산양)縣，隸輝州。武陟(무척)有太行山、天門山(천문산)、黃河、沁水。鎮一宋郭。
위 3종의 지리지에서 읽어낼 수 있듯 패수현은 북부 하남성인 하내군에서도 특히 무덕현과 온현에 바로 인접하고 있는 현임을 알 수 있다. 그런 패수를 식민사학처럼 한반도 청천강이니 재야사학처럼 하북성 난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 없는 그릇된 비정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수경주>에서 위만이 건넌 강으로 기록된 패수(浿水)는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는 추수(溴水)로 또는 격수(湨水)로 기록돼있다. 세 글자가 서로 너무 흡사하다 보니 혼용(混用)됐을 것이다. 패수는 지금도 추하(溴河)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산서성 남단 왕옥(王屋)산 밑에서 발원해 하남성 제원시에서 다른 두 물길과 합쳐져 망하(蟒河)라는 이름으로 옛 하내군이었던 온(溫)현에서 황하로 들어가는 물길이 그것이다.
또한 <산해경(山海經)>의 산경 남산2경에 “동쪽 500리에 성산이 있고 그 동쪽 500리에 회계산이 있는데 작수가 나와 남쪽으로 흘러 격(추)으로 들어간다. 역시 동쪽 500리에 이산이 있는데 격(추)수가 나오는 곳이다”는 문구가 있다. 그 湨(溴)에 곽박(郭璞)이 ‘一作浿’라는 주석을 달았다. 즉 하남성 제원시를 흐르는 격수 또는 추수가 패수라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고대사의 지명을 밝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패수의 위치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졌으므로 더 이상 청천강이니 난하니 하는 논쟁을 또 되풀이할 필요가 없어졌다. 나아가 지금까지 고금을 거쳐 수백 명의 학자들에 의해 제각기 제기됐던 패수의 지명비정에도 종지부가 찍혀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패수에서 8000여 백제군의 목을 벤 호태왕의 공적은 과연 비석에 새겨져 있을까. 다음 연재에서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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