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완화하면서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조만간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및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지는 감염병)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였다. 항공, 여행, 카지노 등이 대표적이다.
리오프닝 관련주라고 다 똑같지는 않다. 주가에 이미 기대감을 지나치게 반영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아진 종목들도 많다. 증권업계는 각국의 방역지침 변화 속도, 인플레이션 연관성 등에 따라 업종마다 상승여력이 다른 만큼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를 고려한 리오프닝·엔데믹 수혜주는 엔터테인먼트, 의료기기, 편의점 등이다.
“中보다는 美·歐 관련 기업, 상품보다는 서비스업에 주목 필요”
최근 정부는 방역지침을 완화했다.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을 ‘사적모임 인원제한 10명 및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24시’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권덕철 중대본 1차장은 “앞으로 2주간 유행이 확연한 감소세로 전환되고 위중증환자와 의료체계가 안정적인 수준을 보인다면 실내 마스크 착용 등 핵심 수칙을 제외한 영업시간, 사적모임, 대규모 행사 등 모든 조치 해제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마스크를 벗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소식에 리오프닝·엔데믹 관련주 주가는 꿈틀거렸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항공업계 대장주인 대한항공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7일까지 15.4% 올랐다. 아시아나항공도 25.8% 급등했다. 진에어(28.5%), 제주항공(25.3%), 티웨이항공(8.1%), 에어부산(3.2%) 등도 급등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1.7% 소폭 오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상승률이다.
하늘길이 열리자 여행주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한 달 동안 각각 8.8%, 6.1% 올랐다. 여행, 항공, 카지노, 호텔 등 리오프닝 관련주들이 담긴 ‘TIGER 여행레저’도 10.0% 치솟았다.
수많은 리오프닝·엔데믹 수혜주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삼성증권은 엔데믹 수혜주를 선별하는 4대 원칙을 제시했다. 이는 △세계 각국 방역체계 차이 △산업별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위축 정도와 2021년 수요 회복 정도 차이 △거시경제 리스크(물가 상승, 경기침체 등)와 연관성 △2년간 산업·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 변화 등이다.
이에 따르면 중국보다는 미국·유럽 의존도가 높은 기업·산업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을 사실상 폐지하는 수준까지 방역을 완화했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점진적으로 방역 수준을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상하이를 포함한 대도시를 연쇄적으로 봉쇄하는 등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한 상태다. 중국 매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기업의 실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상품보다는 서비스업이 유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기간 가계는 비자발적으로 상품에 대한 소비를 늘렸지만 서비스에 대한 소비를 줄였다. 서비스업이 상품업보다 엔데믹에 따른 이연수요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여행·관람(스포츠·공연)·교육·외식업 등을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상품업종은 기저효과에 따라 수요 둔화를 겪을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업종이 강조됐다. 원재료비 부담률이 높은 상품보다는 서비스업종, 수요가 매우 많아 가격결정력을 가질 수 있는 업체 등을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비용·사업·산업 구조조정을 거쳐 체질 개선에 성공한 기업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박은경 삼성증권 플랫폼비즈니스팀 팀장은 “이러한 기준을 고려해 엔데믹 수혜주로 엔터테인먼트, 의료기기, 편의점 사업에 주목할 것을 권유한다”며 “최선호 업종은 패션과 화장품이고 항공·여행·카지노·면세점 등은 종목별로 선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엔터株 JYP Ent., 의료기기株 덴티움, 편의점株 BGF리테일
다른 증권사도 엔터업종에 주목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엔터 4개사(하이브·JYP Ent.·SM·YG엔터테인먼트) 합산 영업이익을 5728억원으로 전망했다. 작년(3446억원) 대비 66.2% 높은 수치다. 공연 매출 부문에도 주목했다. 2019년과 비교해 5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실적 모멘텀을 만드는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엔터 4사의 합산 적정 시가총액을 25조원으로 전망하며 업종에 대해 투자의견으로 ‘비중확대’를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하이브 42만원 △JYP Ent. 8만4000원 △SM 11만2000원 △YG엔터테인먼트 9만2000원 등으로 내다봤다. 7일 종가와 비교해 각각 44.8%, 34.2%, 43.8%, 47.7% 상승여력이 있는 수준이다. 최선호주는 JYP Ent.와 하이브다.
이혜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직 오프라인 투어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아티스트가 다수지만 2~4분기로 갈수록 투어 일정을 확정할 아티스트가 늘어날 것이고 실적 추정치도 점진적으로 동반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며 “공연 사업의 이익 체력은 팬데믹 이전보다 오히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연 평균티켓단가(ATP) 상승과 온라인 공연 병행 효과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공연 확대 흐름은 케이팝 산업의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도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사실상 공연 시장이 ‘멈춤’이었던 기간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케이팝 아티스트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미주, 유럽 등 전 세계에 걸쳐 팬덤이 커졌다”며 “따라서 본격적인 리오프닝과 함께 각 지역에서 펼쳐질 오프라인 공연의 규모는 과거대비 훨씬 커질 개연성이 높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연이 병행되는 하이브리드 포맷이 자리 잡으면서 수익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상 복귀 및 대면 마케팅 정상화로 미용·성형, 임플란트 등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도 회복될 전망이다. 글로벌 미용성형 수요는 팬데믹 기간 중에도 견조하게 유지됐다. 성형수술 건수는 소폭 줄었지만 보톡스·필러, 레이저 시술 등 비외과적(Non-surgical) 시술 건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리오프닝이 진행되는 이달부터 마스크 의무화가 완화되면 일상생활과 병행할 수 있는 비교적 가벼운 시술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플란트 시술 수요는 이미 작년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 국내 임플란트 3사(오스템임플란트, 덴티움, 디오)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은 1조2662억원, 영업이익은 248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28.9%, 47.9% 증가한 수치다. 향후 해외 학술행사 등 대면 마케팅으로 해외 채널망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관심종목으로 덴티움과 바텍을 제시했다. 덴티움 목표주가는 10만원이다. 7일(7만2100원) 대비 38.7% 높은 수준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헬스케어팀장은 “코로나19로 비대면 마케팅 위주의 소극적인 영업 활동만 가능했지만 이달부터 전 세계적으로 위드코로나 전환이 본격화됨에 따라 잠정 연기됐던 해외에서 학술행사·임상 교육 등을 통한 대면 마케팅의 길이 열렸다”면서 “주력 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유럽·남미·아시아 지역에서 대면 마케팅이 연말까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잠재 수요자들을 추가로 확보하며 올해에도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종도 일상회복을 맞이해 5년 만에 업사이클(호황기)에 진입할 전망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0~2021년 주요 편의점의 구매 건수는 연평균 10% 감소했다. 코로나19 기간 외출을 삼가면서 편의점 방문객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영업시간 정상화 등 소비자 일상이 회복되면 방문객 수는 2019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를 거치는 과정에서 산업구조가 재편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편의점은 2년간 객단가를 매년 10%씩 올렸다. 팬데믹 이전 5000원 중반이던 객단가는 현재 7000원을 상회하고 있다. 단가가 높은 주류, 안주류, HMR(가정간편식) 등으로 주요품목을 개편한 덕분이다. 팬데믹에 따른 일시적 효과라기보다는 유통산업 재편에 따른 구조적 상승세라는 평가다.
박 팀장은 “2018~2019년 가맹점주 상생지원금 부담과 같은 리스크는 재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가맹점주 상생지원금 요구의 이면에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뿐만 아니라 2017년부터 시작된 점포당 매출 하락이 자리했다”며 “올해는 편의점업의 업사이클이 본격화되는 시기이기에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상호 ‘윈-윈’할 수 있을 것이고 편의점 수익성도 과거 최고치인 2017년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편의점 중 관심종목으로는 BGF리테일을 골랐다. 목표주가로 23만3000원을 제시했다. 7일(17만8000원)과 비교해 30.9% 상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박 팀장은 “편의점은 물가상승의 수혜주이기도 하다”며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낮아 판매제품 가격 상승효과가 수요 감소효과를 넘어서며 기존점 성장률에 긍정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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