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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은행이 아닌 곳에서도 예적금·대출 등의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은행 대리업’ 도입이 추진된다. 금융당국은 이미 일부 은행 업무를 제공하는 우체국 등의 오프라인 채널을 확대하고, 두세 개 은행이 함께 영업하는 ‘공동지점’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들어간 ‘은행권 오프라인 금융 접근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소비자의 온·오프라인 금융 선택권을 보장하고,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이용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은행 대리업은 비은행 금융기관, 통신·유통사 등이 예금·대출 등의 단순 업무를 대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보통 은행과 제휴 또는 계약을 맺어 수수료를 받는다. 은행이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보험 상품을 파는 ‘방카슈랑스’와는 달리 은행 대리업은 은행이 통신사 등에 수수료를 주고 예금 등 단순 업무를 대행토록 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 도입은 ‘은행법’ 개정 사항으로 금융위는 업무 범위, 인가 요건, 건전성 확보 및 소비자 보호 의무 등에 대해 업권·학계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최근 은행권이 추진하는 공동지점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장소나 전산운영 등 적극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점·자동화기기(ATM) 위치 및 이용정보를 제공하는 ‘금융대동여지도’ 모바일 앱은 서비스를 고도화 할 예정이다.
우체국이 서비스하고 있는 은행 업무 위탁은 확대된다. 현재 우체국에서 씨티·산업·기업·전북은행 업무를 볼 수 있으며, 빠르면 올해 안에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이 새로 추가된다. 지난달 4대 시중은행과 이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4대 시중은행 고객은 전국 2482개의 금융취급 우체국 지점에서 입출금 및 잔액조회, 자동화기기(ATM)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우정사업본부와 은행권은 서비스 제공 지역을 전국으로 합의했다. 그간 의견을 좁히지 못한 수수료 산정은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체국 통장과 시중은행 통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통합 리더기(약 8380대)가 전국에 보급·교체될 예정이다.
위탁업무를 신속·안정하게 수행할 수 있게 금융결제원의 전산망 중계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시스템을 연내 구축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시스템을 고도화해나갈 계획이다. 편의점, 백화점 등 현금카드 가맹점에서 물품구매를 동반한 소액 출금(캐시백) 및 거스름돈 입금 등이 활성화되도록 업무위탁규정상 허용 및 관련 약관 변경 등을 추진한다.
은행대리업 도입은 본격 논의된 지 1년이 넘은 과제다. 지난해 7월 금융위 금융발전심의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금융정책 추진 방향’으로 이를 논의·추진했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은행대리업 도입을 재추진하는 배경은 당시나 지금이나 같다. 금융업의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 등으로 비대면 영업·거래가 증가하면서 은행들이 지점 수를 줄이고 있는데,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여전히 오프라인 채널 이용을 좀 더 선호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의 전국 지점은 2016년 7102개에서 지속 감소해 작년 말 기준 6094개로 집계됐다. 5년간 1008개가 줄었으니 1년에 200개꼴이다. 신도시 등 새로운 수요로 신규 개설되는 지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문을 닫은 은행 지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권 지점은 2013년부터 지속 감소했다. 감소세는 2018~2019년 다소 완화됐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부터 다시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김연준 금융위 은행과장은 “지점이 많은 시중은행의 지점 축소가 가장 컸고, 은행권 전체 지점 중 시중은행의 지점 수 비중도 매년 감소했다”며 “다만 최근에는 지방·특수은행의 지점 축소도 크게 증가하는 등 모든 은행권으로 지점 축소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미 일본은 2002년부터 은행 대리업 제도를 시작했다. 비은행 금융기관이나 유통업체 등이 결합해 73개의 대리점이 운영되고 있으며, 우편저축은행 개념의 유초은행이 3829개 우체국을 대리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이이치생명이 일본 대형 생명보험사 가운데 처음으로 은행 대리업 진출을 선언했다.
금융위는 일본과 같은 해외사례 조사,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하반기 중으로 금융회사의 플랫폼 비즈니스 허용범위와 은행 대리업 도입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보험 모집채널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채널별 특성에 맞는 육성방안도 내놓는다. 손해보험 등 구조가 간단한 대중적 상품은 비대면으로, 생명보험과 같은 고난도 상품은 대면 채널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증권사가 마이데이터와 연계해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빅데이터 같은 IT기업과 협업해 트레이딩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도 조정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앞으로도 오프라인 금융서비스는 은행서비스의 질 유지, 고령층 등 취약계층 배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 충족 등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프라인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해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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