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룬 연구원이 지난달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수성가로 10억달러(약 1조1496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전 세계 40세 이하 청년 억만장자의 수는 47명으로 집계됐다. 재산 순위 1위는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였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더스킨 모스코비츠, 에두아르도 새버린, 션 파커 페이스북 전 사장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페이스북을 설립할 당시 저커버그의 나이는 20세에 불과했다. 미국 내에서는 마크 저커버그 뿐 만 아니라 수많은 청년 창업가들이 성공스토리를 쓰고 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최고 경영자는 24세에 창업을 시작했으며 트래비스 캘러닉은 33세에 글로벌 기업 ‘우버’를 탄생시켰다.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여럿 등장하고 있다. 왕타오(DJI), 청웨이(디디추싱), 류창둥(징동)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역시 수년 전부터 청년창업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지자체 차원의 청년창업 지원 정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청년창업 이면에 자리 잡았던 각종 부작용이 하나 둘 불거져 나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무턱대고 창업에 도전했다가 심각한 고충을 겪는가 하면, 취업 시기를 놓쳐 경제적인 고통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무분별한 청년창업을 독려하는 사회 분위기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의 이슈포커스 주제로 ‘청년창업의 현주소’를 설정하고 현상과 사례, 한계점 등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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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진강 부장, 정성문 차장, 이기욱·조성우 기자] 청년들의 무분별한 창업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무성하다. 벤처 활성화, 청년실업 해소 등의 장점을 지니긴 했지만 아직까지 현실적인 여건은 미비한 측면이 많아 예비 청년창업가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장밋빛 미래만 꿈꾸었다가는 자칫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버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정부의 청년창업 지원 대책이 청년들의 무분별한 창업을 촉발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됐다. 과도한 규제, 복잡한 절차 등 정책적인 뒷받침은 미비한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실효성 없는 퍼주기식 지원으로 청년들에게 허황된 꿈만 심어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교육 지원 등 정부·지자체 주도 청년창업 씨뿌리기 활발
중소벤처기업부(구·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창업(30세 미만) 신설법인 수는 6062개에 달했다. 청년창업 지원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 3644개였던 청년창업 법인(신설) 수는 이듬해인 2014년 3885개로 소폭 증가했지만 2015년에는 전년 대비 1000개 이상 증가한 4986개를 나타냈다.
청년창업 지원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 기관으로는 중소벤처기업부(이하·중소벤처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중진공) 등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이들 기관은 자금 및 교육시스템 지원 등의 방법으로 청년 창업을 촉진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자금지원 프로그램은 중진공의 ‘청년전용창업자금’이다. ‘청년전용창업자금’은 대표자가 만 39세 이하이고 중소기업 운영기간이 3년 미만이거나 예비창업자인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연 2.0%의 고정금리가 적용되며 대출기간은 6년(3년 거치, 3년 상환) 이내다. 대출 가능 금액은 최대 1억원이다. 중진공이 직접 대출해주는 형식이다.
중소벤처부는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운영 중이다. 사업규모만 500억원에 달하는 이 프로그램은 기술성·사업성이 우수한 청년들의 창업을 돕는다. 창업준비공간, 전담교수지도, 장비·사업비(연 최대 100만원) 등이 지원된다. 지원대상은 청년전용창업자금과 동일하다. 중소벤처부는 △상생서포터즈 청년·창업 프로그램 △창업도약패키지 △K-스타트업 등의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청년 창업 지원이 중소벤처부, 중진공 등 2곳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청년상인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경기도 등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각종 사업을 통해 청년 창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창업까지는 그럭저럭 가능…규제 장벽 등 창업 이후의 장애물 극복이 관건
그런데 최근 정부 차원의 청년창업 지원 정책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불거져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청년창업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이 나오곤 있지만 효과 자체는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정책을 믿고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는 견해가 나오는 배경이다.
중소기업청이 지난 4월 발표한 ‘2016년 창업기업실태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창업가 중 72.8%는 정부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신청을 통해 자금 지원을 받은 이는 24.8%에 불과했다.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로는 △알지 못해서(41.7%) △활용 필요성을 못 느껴서(28.9%) △기본자격 요건이 까다로워서(25.5%) △선정평가 요건이 까다로워서 통과하기 어렵다고 판단(19.1%) 등이 꼽혔다. 지원 자체를 잘 알지 못하거나, 사전에 알았더라도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청년창업가들이 많았다. 정책 자체의 실효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배경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SN인더스트리 창업자 이상준 대표는 “창업을 하다보면 3~4명의 일을 혼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바쁜 청년창업가들이 각종 지원 정책을 일일이 찾아다니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많은 서류와 브리핑 자료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보니 자금지원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대신 준비해주고 지원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챙겨가는 일종의 ‘브로커’가 판을 치는 실정이다”며 “정책 자체는 좋지만 홍보부족과 복잡한 행정절차는 아쉽다”고 꼬집었다.
자금 지원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지원 사업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청년창업가들은 정책자금 사업에 대해 평균 3.5점(5점 만점)의 점수를 부여했다. 총 8개 부문 중 R&D지원(3.1점), 사업화지원(3.4점) 등에 이어 3번째로 낮은 점수다. 특히 자금 사용처가 제한돼 있어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창업자는 “사용처가 제한돼 있다 보니 많은 창업자들이 아는 사업체를 통해 돈을 세탁하는 일까지 벌어진다”며 “청년창업자들이 사업에만 몰두해도 모자를 판에 엄한데 시간을 허비하는 상황이 발생하니 답답할 뿐이다”고 말했다.
청년창업가들을 위한 교육대책 역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금의 창업교육은 자금지원을 받기 위한 ‘자격 갖추기’ 성격이 강해 실질적인 도움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는 “현재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교육은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창업 교육의 경우 10대 때부터 학생들이 사업과 관련된 판단력,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공교육 차원에서 조기에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조기 교육을 통해 창업 도전자의 (아이디어 등) 역량이 향상되면 시장의 투자 역시 활발해 질 것”이라며 “대출금이 아닌 투자금으로 창업을 시도하게 되므로 ‘실패’에 따른 부작용도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청년창업 지원에 대한 정부 정책의 전체적인 방향 설정이 잘못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무작정 자금지원을 통해 창업기업을 양산하기보다는 창업 이후의 지원도 고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규제 개혁 철폐 목소리가 상당했다.
지난달 1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스타트업 코리아, 정책제안 발표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누적 투자액 상위 100개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 창업을 했다고 가정할 경우 60%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창업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이 대표적이었다.
장종현 엔슬포럼(창업 지원기관) 회장은 “일례로 핀테크 관련 규제만 해도 모든 사업과 복잡·밀접하게 연관 돼 있기 때문에 창업에 큰 제약이 된다”며 “규제 개혁을 통해 많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실현되면 민간 투자 인프라도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현재 국가가 할 일은 직접적인 자금 지원이 아니다”며 “현재 정부의 자금지원 방식은 생산성이 없는 ‘좀비기업’을 양산할 뿐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규제 완화를 넘어선 ‘혁파’가 이뤄져야 한다”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해지면 투자는 저절로 따라오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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