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김진강 부장, 정성문 차장, 이기욱·조성우 기자] 우리나라 청년 창업가들 중 상당수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봉착해 상당한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부족, 사회의 편견, 조직원 간에 갈등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혔다.
창업 이후에 찾아오는 자금 압박 고통 상상 그 이상…내부 갈등까지 촉발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16년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창업(만 30세 미만) 기업의 87.9%(복수 응답)는 자기자금으로 창업을 했다. 평균 창업비용은 약 2억8500만원이었다.
자금조달 방법으로는 개인 간 차용(25.5%), 은행·비은행 대출(20.7%) 등이 주를 이뤘다. 담보 및 신용등급에서 다소 불리한 청년층은 부모님 등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셈이다. 정부 보조금을 받은 경우는 0.7%에 불과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어렵사리 돈을 빌려 창업을 하더라도 자금 조달 문제는 지속된다는 점이다. 청년 창업가들은 창업 후 회사 운영 과정에서도 자금 조달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청년 창업가들의 추가 필요자금 조달 방법으로는 자기자금(62.7%), 은행·비은행 대출(21.5%), 개인 간 차용(18.3%) 등이 거론됐다.
마케팅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박세인(35·여) 대표는 “2012년 창업 당시에는 가지고 있던 자금으로 창업을 했지만 막상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금 압박을 더 많이 받았다”며 “정부로부터 일정부분 지원을 받기도 했는데, 그렇다고 자금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창업을 하게 되면 일반 샐러리맨들과 달리 수익이 고정적이지 않다는 점도 힘든 부분이다”며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해 직원 고용이 쉽지 않고, 설령 고용한다 해도 오래 머물러 있지 않아 사실상 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자금 조달 문제는 제2, 제3의 문제를 낳는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해진다고 전했다. 그는 “수익이 불규칙적이기 때문에 인건비 문제가 발행하고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갈등이 자주 발생한다”며 “함께 일을 시작해 노무문제, 법정 다툼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3년 째 모델에이전시를 운영 중인 안다슬(27·여) 대표는 창업 후부터 지금까지 자금 부족 문제에서 한시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 때는 자금 회전이 매우 어려워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뻔한 적도 있다”며 “지금도 인건비 등 결제일만 다가오면 걱정부터 앞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거래처 몇 곳을 확보하고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압박에서 벗어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패 없는 성공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불안한 미래, 사회의 선입견 등 고충
사업 실패에 대한 불안감 역시 청년 창업가들의 겪는 어려움 중 하나로 꼽혔다. 창업 성공의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실패에 따른 리스크는 실로 막대하기 때문이다. 금전적 압박은 물론 희박한 재취업 가능성 등이 대표적인 리스크로 거론됐다.
두 차례의 사업 실패 후 지난 2015년 1월부터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이성빈(34·남) ‘W LUV(더블유 러브)’ 대표는 “청년들이 처음 시도하는 사업에서 성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경험’인데 청년들은 다른 기성세대들에 비해 이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우리나라 대부분의 창업 지원정책은 초기 창업에만 집중돼 있어 사업 실패 후 재기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창업자들은 대부분 자금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사업실패 후에는 많은 빚을 질 수밖에 없다”며 “상당수 청년 창업가들이 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에서 기인한 현상이다”고 강조했다.
실제 20대 청년 창업가들의 업력(기업설립연도 기준으로 현재까지 영업연도를 나타내는 말) 추이를 살펴보면, 1년은 60.8%에 달하는 데 반해 3년은 8.9%에 불과했다.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창업에 뛰어들곤 있지만 정작 사업체를 존속시키는 데는 실패하고 있음이 파악되는 대목이다.
청년 사업가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 또한 장애물로 지목됐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업계나 거래처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한편, 일부 여성 사업가의 경우 미팅을 빙자한 술자리에 초대되는 사례까지 존재했다.
박세인 대표는 “방송 등에 전문가 패널로 출연할 일이 있어서 준비를 하고 있는 와중에 어리다는 이유로 취소가 된 적이 있다”며 “포럼 같은 곳에 참석하면 나이와 기업명 등을 보고 내 사업을 마치 ‘애들 장난’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다슬 대표는 “기업으로부터 정당하게 일감을 받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동종업계 종사자가 다짜고짜 찾아와 받은 일감을 내놓으라고 한 적이 있다”며 “어린 것이 남에 밥그릇을 뺏어갔다는 식의 항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심지어 사업 미팅으로 알고 나간 장소가 그냥 술자리였던 적도 있다”며 “어린 여자라는 이유로 그런 장소에 불릴 때면 너무나도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막연한 기대 품은 뜬 구름 창업 금물…최소한의 일감, 수익성 테스트 등 필수
청년 창업가들 중 상당수는 창업에 앞서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성공만 생각했다가는 망하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한 번 실패하게 되면 재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그 점을 특히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다슬 대표는 “수익이 너무나도 불규칙하기 때문에 일정부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거래처나 일감을 확보한 상태로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세인 대표는 “시장을 파악하지 못한 막연한 아이디어는 수익구조를 장담할 수 없다”며 “SNS를 통한 설문조사와 같은 최소한의 검증을 거치고 사업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빈 대표는 “청년들이 창업을 할 때 보통 자신의 아이디어에 엄청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누군가가 시도를 했다가 실패를 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사업에 뛰어들면 실패를 할 수밖에 없다”며 “경험이 많은 창업 선배들에게 조언을 얻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성문·이기욱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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