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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롯데그룹 갑질 논란

직원은 갑질, 신동빈은 방임…집행유예 신분 잊었나

계열사 갑질에 협력업체 줄줄이 도산…“믿었던 것 후회” 성토

강주현기자(jhka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1-30 17: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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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도덕성을 우선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 이어 경영비리로 검찰수사까지 받으면서 롯데그룹을 향한 국민적 반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며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는 올해 초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도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통해 사회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고 강조했다. 그런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신 회장의 공언과 달리 롯데그룹이 여전히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호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갑질 행태가 각 계열사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롯데그룹의 고질적인 병폐문화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스카이데일리가 스카이데일리가 롯데그룹을 둘러싼 갑질 논란 사태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 롯데피해자연합회는 롯데그룹의 ‘갑질’로 발생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수년간 롯데그룹과의 불공정거래를 통해 수백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고 그 중 상당수 업체가 도산했다고 토로했다. 현재 피해자들은 연합회를 꾸려 롯데그룹과 투쟁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월드 타워 ⓒ스카이데일리
 
최근 롯데그룹의 갑질 행태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불거져 나오면서 총수인 신동빈 회장에게 그 책임을 묻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그룹 내 여러 계열사가 동시 다발적으로 비슷한 논란에 휩싸이면서 ‘갑질’ 자체가 그룹 전체의 고질적인 병폐문화라며 신 회장이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재계 안팎에서는 롯데그룹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업체가 한둘이 아닌 만큼 사태의 심각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롯데그룹 자체 노력 만으로 해결이 어렵다면 국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경제에 있어 롯데그룹의 영향력이 적지 않은 만큼 불매운동, 범국민적 규탄대회 등을 통해 그릇된 문화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 순간에 길거리 내몰린 직원·가족 어쩌나…롯데그룹 갑질 피해자들의 울분
 
롯데피해자연합회는 롯데그룹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모여 발족한 단체다. 롯데마트 피해업체 신화, 롯데건설 피해업체 아하엠텍, 롯데백화점 피해업체 아리아, 롯데슈퍼 피해업체 성선청과, 롯데자산개발 롯데몰 피해업체 AK내셔날, 롯데상사 피해업체 가나안RPC 등 6개 업체가 소속됐다.
 
롯데피해자연합회(이하·연합회)에 따르면 이들은 롯데그룹으로부터 총 470억원(연합회 추산) 상당의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신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는 피해를 감당하지 못해 도산한 상태다. 롯데그룹에 사과와 피해보상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작 롯데그룹 측에선 협상하자는 의견만 제시한 채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태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희라] ⓒ스카이데일리
 
명품 쌀을 판매하던 가나안RPC는 지난 2004년 롯데상사와 협력업체로 계약을 맺었다가 5년 만에 도산했다. 롯데상사가 가나안RPC에 매월 약 2500톤 규모의 쌀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독점계약을 체결했지만 약속한 물량을 구매하지 않는 바람에 26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은 탓이다.
 
김영미 가나안RPC 대표는 “롯데상사가 요구하는 물량을 맞추기 위해 기존 업체와도 계약을 종료하고 쌀 공급에 나섰다”며 “공장과 기계 등에 대규모 투자했지만 정작 롯데상사가 약속한 물량을 사주지 않아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고 결국엔 도산하기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롯데상사가 계약업체를 상대로 막말을 뱉고 향응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대표는 “연합회 활동을 시작하자 롯데그룹 측에선 우리가 돈을 받아내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 매도했다”며 “멀쩡한 회사와 수많은 가정이 망가졌는데 돈만 보는 속물 집단으로 몰아세운 건 인신공격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롯데상사는 계약업체를 상대로 향응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며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일을 일삼은데 대한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대기업으로 군림하는 현실이 한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그룹의 갑질로 수많은 하청업체가 손실을 입고 도산했으며 업체에서 일한 직원들 그리고 그 가족들까지 생각하면 셀 수 없는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목소리 높였다.
 
책임의 화살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경영비리 등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은 이후 윤리경영을 강조해 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신동빈 회장은 잘못이 있을 때마다 반성하고 혁신하겠다는 말만 거듭하는데 어제의 일은 마무리 짓지 않고 그럴듯한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고 난 후에 미래를 준비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먹고 살기 위해 롯데 머슴처럼 살았는데…남은 건 수백억원대 손실 뿐
 
▲ 롯데피해자연합회는 롯데그룹의 갑질 행태를 고발하는 버스를 롯데타워 앞에 세워두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회생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롯데그룹측의 책임과 피해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송파구 잠실 롯데타워 앞에 세워져 있는 롯데피해자연합회 소유 버스 ⓒ스카이데일리
 
롯데마트에 삼겹살을 남품하던 유통업체 신화도 피해업체 중 한 곳이다. 윤형철 신화 대표는 롯데마트와 거래 전까지만 해도 적자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건실한 업체였던 회사가 거래 이후 매년 적자를 봤다고 토로했다. 그가 추산한 누적 피해 금액은 100억원이 넘는다. 
 
윤 대표는 “롯데마트와 거래 이후 확인된 손실금액만 100억원이 넘는다”며 “롯데마트가 낮은 단가로 납품을 요구하니 거래량이 많아질수록 손해는 커질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자본금마저 까먹을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롯데마트가 ‘이번에만 협조해주면 납품가를 보존해주겠다’는 말을 애초부터 믿었으면 안됐는데 너무 후회가 된다”며 “게다가 중간에 거래를 관둘 경우 손실을 보전할 수 없다는 판단에 3년8개월여 동안 불공정한 거래가 반복됐지만 끝내 손실을 보상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롯데마트 측에 부당함을 호소하면 담당자는 오히려 ‘상부에 보고했으니 이번 기회에 손가락 빨게 해주겠다’는 말로 겁박했다”고 덧붙였다.
 
아하엠텍은 롯데건설로부터 280억원 규모의 당진 현대제철소 기계·배관 설비공사를 하청 받은 후 부도 사태를 맞았다. 100억원이 넘는 공사비가 투입됐지만 롯데건설 측이 알맞은 금액을 보존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금액은 절반 가량인 53억원에 불과했다. 결국 공사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아하엠텍은 간판을 내리게 됐다.
 
▲ 롯데피해자연합회 측은 지속적으로 집회 등을 통해 사안을 공론화 시키고 있다. 이들은 힘없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인 롯데그룹의 말을 거스를 수 없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롯데피해자연합회 측은 내달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본사 앞에서도 집회를 열 예정이다. 사진은 롯데에 항의하고 있는 롯데피해자연합회 [사진=롯데피해자연합회]
 
안동권 아하엠텍 대표는 “당시 롯데건설의 본부장이던 인물이 해고될 위기에 처하자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비용을 허위로 보고했고 결국 우리만 손해를 입게 됐다”며 “롯데건설에 정당한 정산을 요구하자 ‘법대로 하라’는 말만 돌아왔고 대기업과의 법정공방에서 버틸 여력이 없어 결국 도산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본부장은 부사장까지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그는 “롯데건설에게 하도급을 받은 이후 건실하던 회사가 문을 닫았고 수많은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면서 “대기업의 갑질로 인한 피해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끔찍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연합회와 롯데그룹 간 갈등이 고착화된 상태다.  연합회 측은 “롯데그룹 태도를 보면 누구도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며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롯데그룹의 갑질에 대한 진실을 밝힐 때까지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재 연합회와 관련된 사안은 업체별로 다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관련된 계열사도 각기 달라 정리된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며 “공정위에 계류된 사안도 있고 의원실과 엮인 곳도 있으며 해결된 사안도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현재 롯데그룹 갑질 논란과 관련해 내부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명 하도급법에 따르면 대기업 등이 협력업체를 상대로 약속한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 등에 시정조치,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을 실시할 수 있다”며 “롯데그룹의 경우 내부검토 중에 있어 자세한 내용을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주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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