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가뭄 등 이상 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가운데 ‘슈퍼 엘니뇨(El Nino)’가 올 여름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탓으로 풀이된다. 원당·코코아 등 곡물과 수자원 ETF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콩 가격과 연동된 ETF인 ‘KODEX 콩선물(H)’은 최근 1개월간(6월7일~7월7일) 12.9% 상승했다. 5월까지만 해도 연초 상승률이 -12.8%였지만 지난달 반등에 성공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ETN 상승폭은 더 컸다. ‘하나 레버리지 콩 선물 ETN(H)’은 27.2% 올랐다. ‘신한 콩 선물 ETN(H)’의 상승률도 15.4%로 높았다.
밀에 투자하는 ‘대신 밀 선물 ETN(H)’은 한 달간 2.5% 오르며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4%)을 크게 넘어섰다. 밀·콩·옥수수 등 여러 곡물에 함께 투자하는 ‘메리츠 레버리지 대표 농산물 선물 ETN(H)’과 ‘메리츠 대표 농산물 선물 ETN(H)’도 각각 6.0%·3.8% 올랐다.
슈퍼 엘니뇨가 올 여름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곡물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 기후예측센터(CPC)는 지난달 8일(현지시간) 슈퍼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NOAA가 예측하는 엘니뇨 발생 가능성은 80~90%다. 앞서 세계기상기구(WMO)도 7~8월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 70%, 9월까지 슈퍼 엘니뇨가 시작할 확률 80% 등 올 하반기 엘니뇨 현상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슈퍼 엘니뇨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올라가는 상황이 3개월 넘게 지속되는 것을 뜻한다. 슈퍼 엘니뇨가 발생하면 통상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중남미에는 폭우와 폭염, 호주·인도·동남아에는 가뭄 등 이상기후를 초래해 농산물·곡물 생산에 타격을 입힌다.
위기는 현실로 나타났다. 남미 곡창지대인 아르헨티나는 가뭄 등의 여파로 콩·옥수수·밀 등 주요 곡물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로사리오 곡물거래소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올해 예상 곡물 수출 규모는 184억 달러(23조9807억 원)로 지난해(393억 달러)의 ‘반토막’ 수준이다. 미국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미 전국가뭄완화센터는 올해 미국의 옥수수 생산지역의 70%와 콩 생산지역의 63%가 가뭄의 영향을 받는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 지역은 카카오콩 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폭우가 갑작스럽게 쏟아지면서 카카오콩을 부패시키는 흑점병(Blackpod)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제카카오기구(ICCO)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콩 누적 수출 입고량은 지난달 기준 210만 t으로 1년 전보다 4.8% 감소했다. 미국 코코아 선물(9월) 가격은 6일(현지시각) t당 3277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장중에는 3378달러까지 치솟으며 8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타 원자재 대비 농산물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이유는 엘니뇨 발 이상 기후에 따른 공급 차질 이슈 외에도 흑해 협정 연장 여부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다”며 “엘니뇨 현상이 지속된다면 공급 차질 이슈가 이어질 것이다”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곡물 중에서 남반구·아시아에서 주로 재배되는 원당·커피·코코아 등 소프트 커모더티(soft commodity)가 엘니뇨의 직격탄을 맞고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정크푸드 판매 비중이 높은 곳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은 “소비 침체 속에서 (식품)업종 내 판매량 추이에 따라 차별화가 나타나 수요가 덜 위축될 수 있는 품목을 영위하는 기업에 기회 요인이 많을 것이다”며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고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정크푸드 카테고리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수자원 ETF 투자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중남미의 이상고온·가뭄으로 수자원이 희소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자원 인프라 회사에 투자하는 ‘인베스코 수자원 ETF(PHO)’의 주가는 올 들어 7일(현지시간)까지 7.39% 올랐다. 같은 기간 ‘퍼스트 트러스트 워터 ETF(FIW)’도 9.25% 상승률을 거뒀다. 이 ETF는 수자원 산업에 속한 기업 상위 37개사를 담고 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기온 상승에 따른 물 부족 심화, 개발도상국의 급격한 도시화·인구증가는 물 산업의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수요를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 산업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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