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 무겁고도 크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구현해 보수주의 정치철학의 틀을 바르게 세워 나가야 한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김대남 녹취록’ 등 야권 발 갈라치기 공세에 신음하고 있다. 단일대오를 갖춰도 모자랄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중심으로 계파 갈등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분열의 늪에 빠진 것은 최근 윤 대통령 부부와 여당 대표의 대립 구도가 친한(친한동훈)·친윤(친윤석열) 간의 감정싸움으로 이어지면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논란에 이어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만을 따로 불러 만찬을 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명품백 수수 의혹에 이어 공천 개입 의혹까지 김건희 여사 논란으로 인한 리스크도 끊이지 않았다.
일련의 상황에서 친 야권 성향의 매체인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녹취록은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선임행정관이 서울의소리 측 기자에게 한 대표를 공격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건넨 것이 공개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7일 서울보증보험 감사직을 그만둔 김 전 행정관은 탈당했지만 국민의힘은 윤리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와중에 한동훈 대표가 9일 윤 정부의 ‘역린(逆鱗)’으로 통하는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데다, 6일 저녁엔 20여 명의 ‘한동훈계’ 국회의원들이 만찬을 통해 단합 의지를 다진 바 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속도를 내면서 ‘독대 무산’ 이후 고조된 양측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국회 재표결에서 최대 4명의 여당 의원이 이탈한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친한계가 만만치 않은 세력으로 확인될 경우 여권 내부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한층 힘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추후 김여사특검법과 채상병특검법을 재발의하고, 이를 다시 윤 대통령이 거부해 국회 재표결이 이뤄질 경우 친한계의 표심이 특검법 가결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 대표가 세 과시를 토대로 주도권 확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야권은 이런 윤·한 갈등 양상이 내심 달가운 눈치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틈을 벌리고자 힘쓰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김건희 여사·채 해병 특검 공세도 최순실특검법과 같은 틈을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당장 국민의힘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진 두 개 법안을 힘겹게 막아 내야 했다. 김 여사 리스크로 인한 당내 불만이 쌓인 지 오래인 데다 커지는 불협화음으로 계파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여권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용으로 윤 대통령을 향한 탄핵 노림수는 결국 내부 분열이 있은 뒤에 여당이 완성해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친박(친박근혜) vs 비박(비박근헤)’ 불협화음에 정권을 내준 역사를 잊어선 안 된다. 여권 스스로 단결하지 못하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윤 대통령이든 한 대표든 모두 삽시간에 번지는 불길에 휩싸인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국민이 염증을 내는 계파정치 등 정치권의 구태와 결별하길 촉구한다. 시대 변화를 제대로 읽고 국민에게 내놓는 밥상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노력하길 당부한다. 지금처럼 합리성이 결여된 진보가 의회 권력을 쥐고 흔드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선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가 살아나야 한다. 그렇다면 정권을 내주는 윤·한 갈등은 조기 종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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