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사태가 60일을 지나는 가운데 경찰의 강압적이고 무리한 ‘끼워 맞추기식 수사’가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이 서부지법 청년들 전체를 공동 범죄 모의자로 결론 내려놓고 ‘특수건조물침입죄’와 ‘특수공무방해죄’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8일 스카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1월19일 오전 3시10분쯤 B(41)씨는 A(44)씨와 함께 서부지법에 있었으며 현장을 금방 벗어났던 A씨와 달리 B씨는 후문을 통해 법원 내로 진입해 5분가량 소요 현장에 있었다. 이후 60일가량이 지난 10일에 마포경찰서 수사관이 B씨 거주지인 경남으로 찾아와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B씨가 다수의 사람과 공동으로 서부지법 후문을 강제 개방·침입했다”며 특수건조물침입죄를 적용했고 “경찰관들을 철제 바리케이드로 밀치고 시위대를 검거하려던 경찰의 팔을 내려쳤다”며 특수공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아울러 경찰은 “B씨는 경찰관을 향해 바리케이드를 밀고 후문으로 침입하는 등 적극 가담자”라고 구속 필요 사유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B씨 사건을 대리한 장주용 변호사는 “B씨는 후문이 개방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문에서 후문 쪽으로 이동해 경내에 진입했을 뿐 경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다수의 사람과 공동으로 후문을 강제 개방·침입한 사실이 없다”면서 특수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사건 당일 B씨가 나온 영상 분석 결과 시위대에 고립된 경찰에게 길을 터 주기 위해 철제 바리게이드를 자신의 몸쪽으로 당겼을 뿐 밀친 사실은 없다”며 “한 경찰관이 시위대를 잡아끄는 것을 보고 이를 말리려고 팔을 휘둘렀지만 내려친 사실은 없다”고 특수공무방해 혐의 적용에 의문을 표했다.
장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출석 요구 없이 곧바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구속까지 한 B씨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운을 뗀 뒤 “그런데 많은 분이 B씨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체포·구속되고 있어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게 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B씨가 대통령 영장 발부에 항의할 목적으로 경내에 진입한 것이 아니며 내부 상황을 걱정한 나머지 시위대와 경찰 사이의 물리적 충돌을 막아보려고 경내로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A씨는 “B씨가 사건 가담자가 아닌데도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속된 것”이라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내면서 “경찰이 결론을 정해 놓고 무리한 수사를 이어간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범죄의 가담 정도와 행위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경내에 있었던 모든 이들을 공동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다”고 말을 마쳤다.
◇ 서부지법 자유청년 변호인단…후문을 강제 개방한 적 없고 범죄 모의 사실 없다
<시민들이 문을 흔들자 후문이 쉽게 개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편 17일에는 서부지법 자유청년 변호인단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날 회견장에 나온 연취현·소정임·장주용·임응수 변호사는 “법원 안으로 들어갔던 청년들은 기물 파손이나 폭력 행위에 가담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폭도로 몰렸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미리 결론을 내려 둔 계획범죄 프레임에 수사를 무리하게 끼워 맞추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한 “이들은 공동으로 범죄를 모의한 것이 아니므로 특수건조물침입이 아닌 일반건조물침입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변호인단은 기자들에게 사건 당시 후문 개방이 이뤄지는 과정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며 “다수의 위력으로 후문을 파손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영상에선 몇몇 시민이 후문을 흔들자 쉽게 개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후문이 바닥 걸쇠로만 고정돼 있었고 자물쇠와 같은 단단한 잠금장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연 변호사는 “서부지법 건물 밖 경내는 야간에도 출입이 허용돼 온 공간으로 건조물침입죄의 보호 공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누가·언제·어떤 방식으로 후문을 개방했는지 전혀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 변호사는 “여러 판례를 찾아봤는데 민노총 집회 시 일어난 불법 행위는 구속된 경우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민노총은 아무리 심하게 경찰을 때려도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실만으로 체포되고 60일가량 구속돼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며 수사의 부당함을 토로했다.
장 변호사는 서부지법 판사들이 재판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이해충돌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피해를 본 서부지법에서 체포 영장·구속 영장 발부하고 재판도 하는 상황이다. 재판이 불공정해질 것을 염려해 서울고법으로 관할이전 신청했는데 기각됐다”면서 “다만 항소심은 서울고법에서 진행되므로 만회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심각한 정신 질환·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는 청년도 60일가량 구금된 상태”라며 “청년들이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다. 다만 이들이 죽을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재판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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