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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반려동물용품 전문점들이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대형 유통업계와 인터넷 쇼핑몰들이 반려동물 용품시장에 진출하면서 매출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장기불황까지 겹치며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한국펫산업소매협회는 ‘대기업의 반려동물용품 산업 진출은 골목상권 침해’라며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대기업·유통업계, 반려동물 시장 가세로 영세업자 경영악화·폐업 속출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이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1조 5684억 원에 불과하던 반려동물 산업규모는 지난해 2조 3300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14%씩 성장한 셈이다. 오는 2027년에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 6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기업도 반려동물 관련 산업에 진출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계와 편의점 업계는 새롭게 반려동물 브랜드를 론칭하고 유통망을 이용해 관련 판매시설을 갖추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 고급화된 상품을 내놓으며 차별화를 꾀했다. 인터넷 쇼핑몰들은 편의성과 저가 마케팅 등을 앞세워 반려동물용품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약 4000개에 달하는 기존의 중소규모 사업자들의 매출은 큰 타격을 입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수 불황까지 지속되면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업자들까지 발생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전문매장이 밀집해 있는 서울 퇴계로 상권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에 비해 반려동물 관련 매장은 절반 이상 사라졌고, 남아있는 매장들 역시 매출 하락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퇴계로에서 동물병원과 펫숍을 함께 운영하는 윤신근 원장은 주변의 펫숍들이 대기업과 온라인 쇼핑몰에 밀리며 경영이 위태로워졌다고 우려했다.
윤 원장은 “대기업과 인터넷 쇼핑몰들이 적정가가 아닌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워 시장의 기능을 혼란스럽게 하면서 일반 영세업자들이 매출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며 “시장이 전반적으로 불경기를 타면서 매출은 몇 년 동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두개 층에 걸쳐 동물병원과 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은 한개 층만 운영하고 있다”며 “반려동물 산업이 각광받았을 때는 증축의 꿈도 가졌는데 이제는 오히려 줄이는 것을 고민하는 상황이 됐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퇴계로에서 반려동물용품 매장을 운영하는 권순자(가명) 사장은 “퇴계로가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다”며 고개를 저었다. 권 사장은 “내수 침체의 여파 때문인지 올해 여름이 지나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며 “요즘도 계속 안 좋다는 뉴스가 이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더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동물을 직접 분양, 판매하는 곳들은 살아있는 생물을 팔다보니 하루아침에 그만두지도 못하는 상황이다”며 “작은 곳에서 종업원 없이 하는 우리도 힘든데 더 큰 매장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서울 뿐 아니라도 지방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인터넷 쇼핑몰과 대형 유통업계의 저가 공세에 밀려나면서 매장을 찾는 손님이 뚝 떨어졌다. 충북 청주에서 반려동물용품 매장을 운영하는 박지영(가명) 대표는 “주변 중소 유통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에 밀리다 보니 매장까지 와서 사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가격만 물어보고 나가는 손님도 상당수에 달한다. 이젠 사람보기가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동반성장위, 내년 중기 적합업종 결과 발표…영세업자들 기대감 커
4000여개에 달하는 중소형 펫숍들이 경영악화가 계속되자 반려동물용품 판매업자들의 모임인 한국펫산업소매협회는 지난 5월 동반위에 반려동물 산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확인을 신청했다. 중대형 유통업계의 반려동물 시장 진출은 영세상인이 대부분인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김성길 펫산업소매협회 부장은 “소수의 인원들이 점포를 운영하다보니 수익 자체가 소소한 상황인데, 매출도 크지 않아 12시간 이상 매장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며 “점포들의 평균 매출을 확인한 결과 90% 이상이 월 100~15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자본과 네트워크 등의 인프라를 갖춘 유통업계들이 시장에 들어와 동일한 선상에서 대결하면 중소형 매장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생존의 위협을 받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 찾아왔다”고 강조했다.
동반위는 지난 10월까지 중소사업자들이 운영하는 펫숍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한데 이어 대기업 측의 입장을 청취했다. 이후 반려동물용품 산업에 진출한 대기업, 중견 유통업계, 온라인 쇼핑몰, 중소사업자들과의 조정협의체를 통해 중소기업 적합여부를 논의하고 합의에 나설 계획이다.
김상록 동반위 적합업종지원부 과장은 “총 110개의 관련 품목에 대한 적합 논의를 진행하는데 조정단계를 통해 범위와 합의사항 등이 결정된다”며 “대부분 적합심사가 신청일로부터 1년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는 만큼 반려동물용품 심사도 내년 5월쯤이면 합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펫산업소매협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과 더불어 지난 13일부터 시행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도 고려중이다. 김성길 부장은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 심사에 집중하고 있지만 두 업종의 병행이 필요한 만큼 신청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에 영세 사업자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불황에 허덕이는 펫숍 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지영 대표는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 전만 해도 어느 정도 매출을 유지했던 만큼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된다면 영세업자들의 매출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윤신근 원장은 “적합업종 심사를 계기로 정부가 영세상인들과 대기업이 동종업계에서 충돌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반려동물용품 산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유업종인 만큼 규제를 통해 운영을 제한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며 “단 시장에서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내수 시장은 중소사업자들이 담당하고 대기업은 해외 시장을 노리는 방식으로 조정해준다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반려동물용품 산업을 아무나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상식이 없는 사람들이 시장에 나선다면 전체적인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반려동물에 관심 있고 지식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산업을 활성화 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이한빛·박예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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