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아파트의 관리비 부정이 또다시 터졌다. 광주 광산구의 한 1500세대 규모 아파트에서 25년간 경리 업무를 맡아온 40대 직원 B씨가 수억 원을 횡령한 뒤 돌연 사라졌다. 관리비를 관리사무소가 직접 운영하는 구조 속에서 그는 인터넷뱅킹을 활용해 장기간 돈을 빼돌렸지만 누구도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12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직원 월급 지급일에 B씨가 출근하지 않으면서 의혹이 시작됐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관리비 통장을 찾았으나 발견되지 않았고 은행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통장 잔액은 1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심지어 7억 원에 달하는 장기수선충당금마저 사라진 상태였다.
관리사무소 측의 조사에 따르면 B씨는 인터넷뱅킹을 활용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관리비를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장의 승인 도장이 필요했지만 인터넷뱅킹 도입 이후 B씨에게 출납 권한이 집중되면서 감시망이 허술해졌다.
그는 특히 ‘받는 사람’ 정보를 조작해 정상적인 거래로 위장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예를 들어 자신이 관리하는 계좌로 이체하면서도 통장 기록상으로는 거래처에 송금한 것처럼 꾸몄다. 이를 통해 수년간 의심을 피해 왔다.
현행법상 3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는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이 제도도 무력화됐다. B씨는 잔액 증명서 등 회계자료를 조작해 감사를 통과했고 표본 조사 위주의 감사 방식은 이러한 위조를 걸러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감사 범위가 제한적인 데다 회계 담당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서류를 조작할 수 있다”며 “지방 아파트는 전문 관리 시스템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이런 부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지방자치단체도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아파트는 사유재산이며 자치 관리기구를 통해 운영되기 때문에 행정기관이 직접 감독하기 어렵다”며 “공동주택 관리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관리사무소 측은 B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광주 광산경찰서는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미 거액의 돈이 사라진 상태에서 입주민들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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