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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대한민국 여성복지 사각지대(中-장애여성)

연애·결혼·임신…남들은 축복, 장애 여성엔 고난

가족·친구 조차 인격침해 부지기수…편견 이겨 낸 그녀들 ‘조명’

배수람기자(baebae@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5-23 00: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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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장애 1급인 김연서 씨는 장애여성이 혼자 자녀를 양육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수반된다고 토로했다. 경제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자녀와의 교감조차 어려웠다고 호소한 김 씨는 정부의 교육 및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배수람·나수완·배태용 기자]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그동안 사회적 약자로 분류됐던 이들의 인권 신장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는 추세다. 일부 개선의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여성들도 여럿 존재한다. 장애인 여성들이 대표적이다. 여전히 장애인 여성들의 인권 보호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비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신체적·정신적 결함을 지닌 장애인 여성들은 비장애인 여성에 비해 사회 활동에 제약을 받는 편이다. 심지어 여성으로서 마땅히 축복받아야 할 결혼·임신에서조차 가족·친구 등 주변 사람들의 가시 돋친 시선을 감내하는 경우도 빈번한 실정이다.
 
이혼 아픔 딛고 홀로 자녀양육…존재가치 깨닫고 장애인 여성 인식 개선 앞장
 
경기도 인천시 계양구에서 국가공인 안마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연서(54·여) 씨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김 씨는 어릴 때 시신경이 정상적으로 발달되지 못하고 성장이 멈추면서 시력을 잃게 됐다. 나머지 한쪽마저 시력이 점점 나빠져 현재는 대략적인 형체만 가늠할 수 있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가족들도 시력이 조금 나쁘다고 생각했지 시각장애를 지녔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 했어요. 거리 감각이 없어서 자꾸 부딪히고 넘어지고 다치는 경우가 많아서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많이 당했죠. 가족들조차 저를 가엾게 여기고 부끄러워했었어요. 마흔이 다 돼서야 제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걸 깨달았는데 그 전까지는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원망도 많이 하고 자살충동도 느꼈죠”
 
김연서 씨는 25살에 비장애인 남편을 만났다. 달콤한 부부생활도 잠시, 3살배기 아들과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김 씨는 남편으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았다. 그가 시각장애인걸 몰랐던 남편은 아내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주변에서 던지는 시선이 견디기 힘들어 했다고 김 씨는 회상했다.
 
“아무래도 시야가 흐리니까 행동하는 게 이상하잖아요. 레스토랑을 가서 외식을 해도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데 눈앞에 놓인 음식도 잘 못 먹고 밤에는 야맹증이 심해서 외부활동을 거의 할 수 없었죠. 남편은 이런 제 모습을 보고 아이들에게 유전이 되진 않을까 걱정했죠. 저는 ‘아빠가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구나’라는 걸 깨닫고 모든 걸 버려도 아이들만은 꼭 내 손으로 잘 키우자는 마음을 가졌어요”
 
“장애여성으로 혼자 두 아이를 키워내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동화책 하나 술술 읽어줄 수 없다는 게 가장 마음이 아팠죠. 늘 자식들에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항상 미안한 마음이 앞서요. 아들·딸 모두 장성했지만 아직도 함께 다닐 때는 맹인용 지팡이를 접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걸어요. 제가 장애인이라는 걸 다른 사람이 알면 혹시 가족들이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죠”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김 씨는 어렵사리 직장생활을 시작하더라도 시야가 흐린 탓에 번번이 실패의 쓴 맛 보면서 점차 자존감도 낮아졌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설 자리가 없다고 느낀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으로 두 자녀를 친정에 맡긴 채 도피하듯 일본으로 떠났다. 김 씨는 우리나라와 달리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어려움에 공감해주는 일본인들 속에서 조금씩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까 항상 경직돼 있었어요. 합병증 때문에 온몸이 굳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가기도 했죠. 사람들이 두려워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늘 두통으로 고통을 호소하기에 이르렀죠. 그때 처음 통증치료 안마를 접했어요. 그러면서 안마를 배워봐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여러가지 자격증에 도전하고 성취해나가는 기쁨을 맛보면서 주어진 삶을 진취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발마사지를 비롯해 스포츠마사지 등을 배워 자격증을 취득한 김 씨는 이후 10여년째 국가공인 안마원을 운영 중이다. 시각장애인이 운영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각종 합병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장애인들도 많이 찾는다. 온몸을 이용해 통증치료 안마를 하는 탓에 김 씨의 고통이 배가되기도 하지만 몸이 거뜬해졌다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다고 한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불편하고 갑갑한 건 당연하죠. 하지만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가족들에게도 행복을 줄 수 없더라고요. 할 수 있는 일이 적다고 해도 찾아보면 있어요. 당당하게 사회 구성원으로서 무언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도 기쁘고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도 달라진 모습을 보며 너무 좋아하죠. 다른 장애인 여성들도 저처럼 아픔을 털어내고 조금 더 빨리 어둠을 뚫고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애인들과 눈을 맞추고 정상적으로 대화하는 게 힘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가족들에게서조차 이런 인격을 침해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선천적인 장애는 물론이고 중도장애의 경우 발생하는 어려움에 대한 교육도 필요해요. 아울러 어릴 때부터 장애인·비장애인이 어우러질 수 있는 장애인식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연애·결혼 순탄치 않은 장애여성…‘각자의 삶’ 배려해주는 시선 필요
 
지난 2004년 아파트 7층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경추손상 사지마비, 이른바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최지현(40·여) 씨는 동양화 채색화 화가로 활동 중이다. 중환자실에서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보낸 이후 최 씨는 가까스로 재활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최 씨는 재활병원에서 치료사 남편을 만났다. 하지만 연애부터 결혼까지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장애인들이 재활훈련을 통해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재활병원에서 조차 두 사람의 만남을 반기지 않았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감정까지 침해당해선 안 되잖아요. 하지만 제가 다니던 재활병원에서는 치료사와 환자의 만남을 축복은커녕 금기시했어요. 각자가 취하는 삶의 방식이 있는 건데 그걸 존중해주지 못하는 게 불편했죠. 재활병원에서 이런 경험을 겪었다는 게 상당히 모순이라고 생각했어요”
 
▲ 최지현 씨는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이후 재활병원에서 남편을 만났다. 비장애인 남편과의 결혼을 두고 주변에서 던지는 시선에 상처를 받았다는 최 씨는 장애인식 개선 프로그램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사진=최지현 씨 제공]
 
두 사람은 주변의 불편한 시선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사랑을 지켜왔다. 그 과정에서 최 씨가 장애여성이라는 이유로 주변에서는 불합리한 말들이 많이 오갔다. 결혼에 골인한 이후에도 주변의 동정어린 시선은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남편과 함께 다니면 주변에서 ‘남편이 천사야’, ‘아내 돌보느라 힘들지’, ‘신랑이 착하네’ 등의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단지 몸이 조금 불편하고 장소적인 제약이 따를 뿐이지 다른 부부와 같은데 제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평범하게 바라보지 않았죠. 그들의 말 속엔 늘 가시가 있었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툭툭 던질 때마다 저뿐만 아니라 남편까지 깊은 상처를 받았죠”
 
“결혼 전에 남편이 사회복지사를 통해 장애여성과의 결혼에 대해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사회복지사가 현실적으로 힘든 결혼을 왜 하냐고 반문했다고 해요. 어차피 언젠가 헤어지지 않겠냐는 뉘앙스로 말이죠.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돼야 하는 사회복지사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는데 하물며 그런 교육을 받지 않은 비장애인들은 오죽할까 싶어요. 장애여성이라는 이유로 사랑이라는 감정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침해당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죠”
 
최 씨와 남편은 결혼하면서 자녀를 가지지 않기로 약속했다.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임신을 해서 아이를 가지는 것보다 서로에게 충실하자는 결심에서였다. 두 사람의 결정에 친정은 물론 시댁에서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장애여성의 경우 아이를 낳게 되면 본인이 양육을 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어요. 어떤 가정은 친정에서 아이를 다 돌봐주고 엄마는 주말에 겨우 얼굴을 보는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약속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되레 걱정을 하더라고요. ‘시부모님 생각하면 아이를 낳아야 하지 않냐’, ‘남편 생각하면 아이를 가져야지’, ‘나중에 나이 들어서 애가 있어야 엄마를 도와주지 않겠냐’ 등의 이야기들을 쉽게 하더라고요. 아이를 강요하는 주변 사람들의 말들을 들을 때마다 너무 속상해요”
 
“장애여성에게 결혼이나 임신은 굉장히 민감한 얘기에요. 여전히 그런 인식이 짙다는 게 답답하죠. 장애인이기 때문에 성인이지만 부모에게 의지해야 하는 게 항상 미안한데 주변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허탈하기도 해요. 각자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의식수준이 개선돼야 해요”
 
최지현 씨는 장애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말했다. 비장애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경제적인 활동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할 수 있는 활동이나 체험 등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간극이 좁혀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서로 얘기를 나눌 기회의 장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장애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일부 비장애인들 중에는 여전히 우월감을 가지고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면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은 투명인간처럼 그들을 무시하게 되죠. 장애인, 비장애인 간의 격차를 넓히는 위험한 태도와 생각이라고 생각해요”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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