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거래활동계좌 5000만 시대를 맞이한 가운데 최근 정부는 7년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선진국지수 편입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MSCI 주요 주주 등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을 접촉한 데 이어 편입 조건인 외환거래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공매도 전면 재개도 검토 중이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증시 부양 효과 때문이다. 선진시장에 편입할 경우 대규모 패시브(지수 추종) 자금이 들어와 수급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이점만 있는 건 아니다. 편입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역외 외환 시장을 전면 개방할 경우 해외투자자의 잦은 원화거래로 환율이 요동칠 수 있다. 공매도 전면 재개 역시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신흥시장 디스카운트 해소 위해 재도전
MSCI 지수는 미국 투자은행 MSCI가 측정해 발표하는 주가지수다. 파이낸셜타임즈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와 함께 글로벌 펀드가 투자할 때 지표로 활용된다. 이 지수는 세계 각국을 △경제발전 수준 △증시 규모 및 유동성 △시장 접근성 등의 기준에 따라 선진(DM)·신흥(EM)·프런티어시장(FM)으로 분류한다. 이 중 선진국지수는 선진시장으로 분류된 국가의 증시에 상장된 종목으로 구성된다. 소속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등 23개국이다.
한국은 신흥시장 소속으로 1992년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됐다. 2008년 ‘관찰 대상국’에 처음 오르며 선진시장 승격을 노렸지만 2014년 관찰 대상국에서 빠지며 아직까지 신흥국지수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2009년 FTSE 선진지수에 편입된 것과 대비된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무산된 데에는 △역외 외환시장 부재 △영문 공시자료 부족 △배당금액 사후 결정 △주식시장 데이터 사용 제한 △복잡한 외국인 투자자 등록 절차 △차입금으로 증권결제 불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국내가 아닌 역외 외환시장 부재로 인해 해외 외환시장에서 24시간 원화를 거래할 수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정부는 연내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방안을 마련해 선진시장 승격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20일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외환거래 참가자 증가, 거래 규모 확대 등에 대응해 외환거래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며 “해외투자자의 외환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간 및 절차상 제약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방해했던 외환시장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얘기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5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MSCI 편입 추진과 관련해 당시 “12월 말까지 서베이 결과를 보고 정부 입장을 1월 말까지 검토(마련)할 예정이다”며 “이후 해외 금융기관과 접촉해 의견수렴을 하고 MSCI도 6월 관찰국 리스트를 작성하면 제도개선사항 등 협의가 이뤄질 예정이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진행 중인 설문조사에서 해외투자자들은 외환시장 거래 시간이 한정되고 직접 참여하는 게 어려워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는 “외환시장 24시간 거래문제와 직접 참여 제약 등 시간 제약과 참여 문제를 풀어달라는 것이 주된 의견이었다”며 “해외투자자 절차 간소화 등도 있었다.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이 강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되면 ‘코스피 4000 시대’ 다가와
정부가 선진국지수 편입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국내 증시의 자금 급유출입을 완화하고 디스카운트(할인율)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불확실성이 증폭될 때 한국이 속한 신흥시장은 선진시장보다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금융위기 때인 2008∼2010년 MSCI 선흥시장 변동성은 선진시장보다 6.4∼16.5% 높았다.
또한 선진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신흥시장 PBR보다 1.6배 크다는 점도 투자 매력도를 높인다. 이는 신흥시장에 속하면 기업가치가 디스카운트돼 장부상 가치가 동일해도 선진시장에 속했을 때 신흥시장보다 1.6배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18년 중국 증시가 MSCI에 편입된 후 중국의 신흥시장 내 비중이 계속 늘어 상대적으로 한국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점도 MSCI 선진시장 승격이 시급한 이유다.
MSCI 선진시장 편입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경연에 따르면 MSCI 추종자금 규모는 최대 12조달러(약 1경4322조원)로 추정된다. 한국이 MSCI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승격하면 한국 증시에 159억~547억달러에 달하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29일 원/달러환율 종가 기준(1달러당 1187.0원)으로 환산하면 18조8700억∼65조9300억원 수준이다.
주가에도 호재다. 선진시장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으로 코스피지수는 4000p를 뚫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연이 MSCI 선진시장 승격 시 주가지수와 변동성을 분석한 결과 코스피지수는 3418~4035p 기록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종가(2993.29p)와 비교하면 최대 34.8% 상승 여력이 있다. 주가 변동성도 4.2%에서 14.2%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MSCI 신흥시장에 남아 있을 경우 신흥시장 디스카운트와 함께 유사 시 자본시장 급변동으로 인해 안정적인 기업 직접금융이 어려워지게 되며 중국의 MSCI 비중 확대에 따른 한국 비중 감축압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며 “MSCI 선진시장 승격이 이뤄지면 신흥시장 디스카운트 해소와 주가상승 및 변동성 축소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만큼 민관이 합심해 선진시장 승격노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의존도 높은 한국, 환율 변동성에 취약… “특수성 피력해야”
MSCI 선진시장에 편입된다고 장밋빛 미래만 펼쳐지는 건 아니다. MSCI는 한국의 선진시장 편입 불가 사유 중 하나로 역외 외환시장 부재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의 환전 상 불편을 지적했다. 이 조건을 받아들여 24시간 해외에서 원화를 거래할 수 있는 ‘역외(한국 이외 지역) 외환 시장’을 개설할 경우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지난해 기준 60%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다른 선진국보다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걸 의미한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 발생 시 외국인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자금을 뺄 가능성이 높다. 이때 역외 외환 시장은 외국인자금 이탈 창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경제계는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이 쉽지 않다는 전제 하에 국내 외환시장의 특수성을 MSCI에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역외 외환시장을 개방하면 수요자와 공급자들이 많이 형성되면서 오히려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며 “현재 원화는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통화로 외국인들이 한국증시 투자를 위한 자금을 환전하는 데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달러 거래액은 전 세계 10위, 기축통화를 제외하면 호주달러, 캐나다달러, 스위스프랑, 홍콩달러 등에 이어 5위다.
공매도 관련 이슈도 넘어야 할 산이다. MSCI는 공매도 허용 여부를 국가별 시장 분류 심사에 명시하지 않았지만 정성적 지표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환시장 문제와 달리 공매도와 관련된 선결조건은 전면 재개 외에 뾰족한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달 3일 비대면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전면 재개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을 위해서도 언젠가는 가야될 길이다”며 “다만 공매도 재개 등은 시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할 것이고 추후에 공매도 재개 방법, 시기 등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매도 전면 재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개인의 공매도 투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주식 차입기간을 연장했지만 개인과 외국인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여전하다는 분위기다. 외국인·기관과 비교해 정보력이나 자금 규모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외국인·기관의 주식 차입기간에 제한을 둘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기계적으로 추종하는 자금이 들어올 수 있지만 그게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이런 측면에서 따져보면 공매도 전면 재개로 국민들이 입는 피해 총량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외국인 자금 들어오는 것하고 국민이 주식시장에서 손실 입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MSCI 선진시장에 편입되고 외국인 자금이 들어온다고 해도 국민들의 수익률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공매도가 더 늘어나서 피해가 더 심화될 소지도 충분하다”며 “주식시장 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공정한 환경에서 공매도를 재개한 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얘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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