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순국선열들의 희생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민 통합을 다짐하는 자리인 제79돌 광복절 경축 행사가 두 쪽으로 쪼개져 개최된 것이다. ‘뉴라이트’ 이념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다. 정부 주최 경축식이 거행됨에도 이에 반발해 광복회를 중심으로 독립운동단체 및 야당은 별도 기념식 개최를 강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싼 뉴라이트 논란이 이번 사태를 촉발한 표면적 이유지만, 이견과 갈등은 윤석열정부의 인사 및 대일(對日) 외교 노선을 시비 삼는 데까지 번지고 있다. 광복절 행사 이후 야권은 일본의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 ‘강제 노역’이란 문구가 빠진 사안 등을 놓고 ‘대일 굴종 외교’를 비판하고, 여권은 ‘실용 외교’를 내세우면서 또다시 분열된 사회가 펼쳐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더불어민주당과 광복회의 ‘협량’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건국절을 전혀 추진하지 않고, 할 생각도 없다고 누차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 주최로 독립운동가 유족·종교계·주한 외교사절단 등이 참석하는 경축식에 대표적 독립운동단체인 광복회와 제1야당이 참석하지 않은 건 부끄러운 일이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이종찬 광복회장이 정부와 날을 세우는 것은 독립기념관장 임명 과정에서 자신이 미는 인사가 배제된 데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어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김형석 관장이 독립기념관을 대표하고 운영할 만한 적임자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명백한 결격사유를 지적하기 힘든 인사 결정을 문제 삼아 국가적 기념일을 반쪽으로 만든 것은 결코 공감받을 일이 아니다.
또한 야권이 정부를 향해 ‘친일’ 총공세를 펼치는 배경엔 국민 정서상 일본 문제가 파급력이 큰 이슈라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본다. 최근 특검·탄핵 정국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가운데 반일 감정 자극으로 공격 지점을 전환하는 전략이라는 시각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가 “윤석열정부가 지나치게 일본에 경도돼 있다. 여론상으로도 이만큼 파괴력 있는 이슈가 있느냐”고 말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8·9월에도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며 약 두 달 간 거리 집회를 이어 갔다. 당시 일부 여론조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걱정된다’는 여론이 70%에 이르면서 민주당이 전략적 공세를 펼쳤다. 이는 외교를 당리당략적으로 이해하는 민주당의 저열한 수준의 심보다. 이러니 민주당이 윤 정부에 친일 프레임을 씌워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정치 공세를 펴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국민 갈라치기 행태라는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 게 아닌가.
일제 강점 암흑기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국권을 회복한 광복절의 의미는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주권 국가로서 당당히 활약하고 있지만, 작금의 국제 정세는 언제라도 독립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가 광복절을 기리는 것은 독립정신을 계승해 어떤 상황에서도 국권을 지켜 낼 수 있는 정신적 힘을 배양하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좌·우가 있을 수 없고 역사 전쟁이 끼어들 여지도 없다. 광복절 경축식만큼은 국민 화합의 상징 무대가 돼야 하는데 그것이 무색해져 버렸으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사람이 사는 곳에 어찌 다툼이 없겠는가. 하지만 지금 한국의 현실은 그 정도(正度)를 넘어섰다. 우리의 오랜 남북 갈등은 오히려 이제 뒷전이며 내부 남남갈등이 더 심각하다. ‘두 쪽 난 광복절 행사’를 보면서 오늘 대한민국에 정치와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국리민복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대화와 타협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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