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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166] 잘 지냈어?라는 인사의 속뜻
마음 넓은 아내일 거라는 착각
김규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03 06:30:10
 
 
당신도 잘 지냈느냐는 질문이 날아오지 않자 동우는 잠시 머뭇거렸다. 헛스윙이 되어 버린 걸 깨닫고 멀뚱 하운을 바라보았다. 동우는 하운 없이도 행복하다는 것을 증명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하운은 입을 꼭 닫고 동우가 자랑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동우는 흐트러짐 하나 없이 단정한 모습이었다. 짙은 눈썹과 날선 콧날, 날렵한 턱선과 적당히 튀어나온 이마, 그리고 훌쩍 큰 키와 적당한 몸집. 하운조차 그가 전남편이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한다면 매력을 느꼈을지도 모를 만큼 동우의 외모는 썩 수려했다. 다만 한 땀도 비뚤어지지 않게 잘 봉제된 고급 양복과 반듯한 넥타이, 풀 먹여 다린 드레스 셔츠의 빳빳한 칼라, 그리고 하운을 바라보는 동우의 시선은 그들이 함께했던 시간의 긴장감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가식으로라도 잘 지냈느냐고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
 
동우가 더는 참지 못하고 둘 사이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던 긴장을 먼저 깼다. 그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들떠서 외모에서 땄던 점수를 깎아 먹었다. 조금 채신없이 보였다. 이쯤에서 하운은 조소를 날려 더욱 궁지로 몰아붙여야 했다. 나는 속으로 그녀를 힘차게 응원했다.
 
“당신의 안부를 왜? 이럴 땐 서로 모르는 척하는 게 예의인 거 몰라?”
 
날것인 채로 튀어나온 말과 함께 격앙된 목소리의 파장이 고스란히 동우에게 전달되었다. 게다가 하운의 말은 동우의 새로운 아내와 아이의 존재를 이미 보았으며 의식하고 있다는 걸 자백해 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남자가 그걸 놓칠 리 없었다.
 
“당신, 여전히 뾰족하구나. 하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
 
피식 웃으며 동우가 여유롭게 비아냥거렸다.
 
“그래도 또 찌르지는 말았으면 해.”
 
동우는 빈정거리며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며 자신의 배를 손으로 가렸다.
 
“보고도 모른 체하는 건 우리가 함께 보낸 시절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 자그마치 몇 년인데. 그리고 저 사람.”
 
동우가 슬쩍 자신의 어린 아내가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아이에게 젖병을 물리고 있던 여자는 모든 신경을 꼿꼿이 곤두세워 남편과 남편의 전 와이프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아이를 안고 있는 만큼 우월한 표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나이는 어려도 이 정도는 이해해 줄 줄 아는 여자야.”
 
홈런을 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동우의 힘찬 스윙이었다. 스스로 다짐하듯 동우가 입꼬리를 눈 밑까지 쭈욱 끌어올리며 웃었다. 하운의 입장에서는 속이 뒤집힐 미소였다. 만약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여자 고르는 취향이 바뀌었나 봐, 오렌지색 무슈카사노바는 싫증 났어?라며 콧방귀를 뀌어 버리고 만다면 하운의 완벽한 패배로 끝날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 하운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우쭐대는 동우의 태도가 그녀의 전투 의지를 깨운 게 분명했다. 긴장되었던 얼굴이 부드럽게 펴지면서 미소까지 여유 있게 머금었다. 하운은 손에 들고 있던 백을 여유 있게 어깨에 옮겨 멨다. 목을 빳빳이 들고 동우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글 김규나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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