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대차3법 등 반시장 정책으로 심화된 전세난을 해결한다며 내놓은 공공임대주택 확대 방안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방안은 비어 있는 임대주택과 상가, 호텔 등 비주거시설을 이용해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11만4000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해 부동산 업계는 물론 일반 수요자들은 현재의 전세난은 아파트 부족에서 비롯됐는데 다른 물건으로 공급하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요자가 원하지 않는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 혈세를 퍼붓는 것은 효과가 적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혈새낭비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임대주택 11.4만호 만든다는 야심찬 공급대책…APT 공급 물량은 쏙 빠졌다
앞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신고제 등을 담은 임대차3법 도입 이후 전세난이 본격화됐다. 임대차3법에 대한 반발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드린 반면 추가공급 대책으로 전세수요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매물 부족에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서울 강남을 필두로 수도권, 전국 등으로 전세난이 확산됐다.
아직까지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주거약자의 피해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달 19일 부랴부랴 ‘공공임대주택 확대방안’ 대책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에 공공임대주택 11만4100가구를 공급해 전세난을 해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물량 확보 방식은 기존 공공임대의 공실을 활용하거나 신축 다세대 등을 조기 확보하는 식이었다.
특히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우선 내년 상반기 중으로 물량의 40%가 넘는 4만9000가구의 공공임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수도권에 공급되는 물량은 2만4000가구며 서울에서 9000가구가 나온다. 정부는 빠른 공급을 위해 준공된 공공임대에서 나온 공실을 전세로 전환해 소득, 자산 기준을 없애기로 했다.
정부는 민간건설사와 매입약정을 통해 다세대, 오피스텔 등 신축 건물을 사전에 확보하는 방식으로 공급되는 매입약정 주택도 2025년까지 4만4000가구를 공급할 방침이다. 이들 주택은 임대료의 최대 80%를 보증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세형으로 공급된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90% 수준으로 책정된다.
아울러 빈 상가와 관광호텔 등 숙박시설을 주택으로 개조해 2022년까지 전국에 1만3000가구의 공공임대를 공급하고 30평대 공공임대주택도 내년부터 짓기 시작해 2025년까지 6만3000가구를 확충하고 그 이후부터는 연 2만가구 이상 꾸준히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정해주는 데로 살라는 일방통행 대책…“국민이 원하는 집은 아파트인데”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지만 국민의 반응 싸늘하기만 하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지금의 전세난을 해결할만한 대책과는 거리가 멀 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정작 수요자는 아파트를 원하는데 정부의 공급대책에는 아파트 공급과 관련된 내용은 쏙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문제에 대한 잘못된 접근방식과 원인분석에 실패한 결과라는 게 여론의 중론이다.
서울시민 박성현(35·남) 씨는 “임대차3법 이후 전세난이 생겨났는데 저금리 탓을 하는 장관의 발언을 보고 경각을 금치 못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저금리 기조는 지난해부터 계속 이어져왔는데 어떻게 임대차3법이 나오자마자 전세 문제가 생겨나는 지, 장관도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이러한 발언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며 “전세가 없어서 아파트 수요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이제는 과오를 인정하고 임대차 3법을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광진구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는 송주현(43·여) 씨는 “아파트에서 시작된 전세난을 잡기 위해 공공임대 주택을 내놓은 발상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언제부터 아파트 수요가 임대주택 수요로 돌변했는지 알고 싶다. 당장 아파트 전세는 잡을 수 없으니 임대주택이라도 들어가라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어 “그러면서 임대주택과 아파트가 시설 측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있는데 국회의원과 국토부를 비롯한 정부 고위 공직자들부터 솔선수범 하는 모습을 보여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버리고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는 것은 어떨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백승기(33세·남) 씨는 “공공임대주택이 공실로 방치 돼 왔던 이유가 무엇인 지 정부에게 묻고 싶다”며 “가격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그만큼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고위 공직자들은 절대로 그런 집에 살 일이 없으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서민들은 임대주택이라도 줄 테니 살라는 발상이 너무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전세대책은 지금이 전세난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입을 모았다. 전세난이 주로 발생한 시장은 아파트 시장인데 정부가 내놓은 전세대책은 수요자들이 원하는 물건에 대한 공급 대책은 빠져있다는 주장이다. 수요자가 원하지 않는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 혈세를 퍼붓는 것은 효과가 적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혈새낭비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전세대책은 공급 대부분이 1~2인실에 치우칠 것으로 보인다”며 “거기에 더해 임대차법 개정 등 근본적인 해법이 빠져 있어 전세 안정화 효과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국책사업인데 효과가 없으면 결국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다”고 비판했다.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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