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과 투자자들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어요. 소상공인이 투자자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죠. 단순히 한 쪽을 돕는 게 아니라 서로 이득을 보며 공존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서비스예요. 앞으론 밀 키트(Meal Kit)와 배달 쿠폰 등을 제공하며 온라인 서비스에도 집중할 생각이죠. 이를 통해 소상공인은 비용을 줄이고 투자자는 이득을 늘리며 상생할 수 있을 거예요.”
현재 대한민국 소상공인들은 보릿고개를 오르고 있다. 작년 초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액이 감소해서다.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이었다.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설상가상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강제로 문을 닫기도 했다. 가게를 운영할 자금이 필요했다.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기관에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소상공인들은 어디로 가서 돈을 빌려야 하는가.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에 ‘펀다’가 손을 내밀었다. 펀다는 자금이 필요한 건실한 상점에 다수의 투자자들을 연결하는 국내 유일 자영업 전문 P2P(Peer to Peer·개인과 개인을 직접 연결하는) 금융 플랫폼이다. 매출이 높아도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웠던 소상공인에게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펀다 사무실을 찾아 박성준 대표(48)와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매월 비용이 들쭉날쭉한 자영업자… 대출 사업으로 전환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2003년 창업에 뛰어들었다. 첫 번째 사업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다가 스마트폰이 상용화된 2011년에 상점의 고객관리 및 마케팅으로 다시 도전했다. 매장에 방문할 때마다 마일리지를 쌓아 이를 친구나 가족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그는 이때부터 자영업자와 인연을 맺었다.
“자영업자 마일리지 서비스를 몇 년 하면서 소상공인들이 상당히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꽉 짜인 매출과 지출로 인해 한 달에 몇 만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마케팅 서비스에 부담을 많이 느끼기 마련이었죠. 그러다 보니 저희로서는 수익모델을 내기 어려웠어요. 그때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어요. 소상공인한테 돈을 받기보다는 빌려주는 쪽으로 사업 내용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2015년에 펀다를 만들었어요.”
“설립할 때 소상공인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에 초점을 뒀어요. 고객들이 얼마나 오고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데이터였죠. 사실 이 데이터는 원래 고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모아 놓은 것이었어요. 근데 이걸 어떤 상점이 건실한지 또는 향후 매출이 얼마나 될지 등을 분석·예측하는 쪽으로 쓰임새를 바꿨죠.”
박 대표는 부푼 포부를 안고 소상공인 대출 사업을 시작했지만 뜻밖의 난관에 부닥쳤다. 대부업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 때문이었다. 운영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들을 찾아가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겠냐고 물어봐도 선뜻 돈을 빌리기를 주저했다. 고객들에게 확신을 주고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개의 샘플을 만들고 언론 홍보 활동을 시작했어요. 관련 기사가 나가고 나서 ‘나쁜 애들이 아니고 건실한 청년들이 소상공인 대출 서비스를 하고 있구나’ 하는 반응이 나타났죠. 그 당시는 메르스(MERS·중동 호흡기 증후군)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건실한 상점의 매출도 2~3달 동안 확 줄었던 시기였어요. 그러다보니 대출 니즈가 급격히 커졌죠. 이후 펀다를 이용해 대출을 받고자 하는 소상공인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펀다의 주 고객은 음식점으로 대변되는 동네·지역상점이다. 이들의 특징은 특정 기간 동안 매출이 지출보다 또는 지출이 매출보다 높아 대출 수요가 변동적이라는 점이다. 학교 주변 상점들의 매출이 방학 때 줄어드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이들의 매출은 기복이 있을 뿐 줄어드는 것이 아니어서 대출금을 갚을 여력은 충분했다.
“이런 분들의 신용등급은 별로 좋지 않아요. 사업을 하면 알겠지만 중요한 건 세금 납부가 아니라 직원들에게 제때 월급을 주는 것이에요. 세금이야 며칠 밀려도 연체료가 몇 천원에 불과하잖아요. 근데 연체들이 하나하나 쌓이다 보니 기존 금융권 평가 방식에서는 이런 분들이 천대받는 것이죠. 매출액은 높은데 신용등급이 낮아서 대출을 못 받으니 굉장히 억울한 입장이죠.”
“P2P 대출 서비스는 많은 노동력 없이 자동화로 프로세싱을 해줄 수 있을 때 ROI(Return on Investment·투자자본수익률)가 나오는 영역이에요. 그러다 보니 기존 금융권들은 아직까지 그쪽에 투자를 하지 않았죠. 반면 해외에선 이미 소상공인을 위한 디지털 론(Loan)이 많이 존재하더라고요. 못 할 것 없었죠. 상점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자동화된 신용대출을 제공하고 있어요.”
펀다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망하지 않을 건실한 상점을 예측한다. 그렇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300~400개 이상의 분산투자를 실행한다. 마지막으로 카드사를 통해 상점들의 모든 매출을 매일 직접 수취해 일일상환을 자동화·강제화 해놓는다. 결과적으로 최악의 경우에도 수익률이 조금 떨어지는 수준을 유지한다. 다만 코로나19 이후엔 상황이 변했다.
“코로나 시대에는 모든 상점에서 전반적으로 매출이 하락하니 매출 곡선의 예측이 맞을 수가 없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작년부터 1년간 초단기상품(1개월 대출)으로 변화를 줬어요. 보통 신용대출이라고 하는 건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대출하는 게 주력이었는데 한 달 대출로 줄이게 됐어요.”
“다행히 최근엔 정상화가 되더라고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매출은 줄었지만 예측 가능한 상태로 돌아왔어요. 줄어든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의 안정된 상태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폐업한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 살아남으셨어요. 그래서 다시 중기 정도의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상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죠.”
소상공인과 투자자, 금전적 관계를 벗어나 팬 마케팅으로 연결하고파
P2P 대출의 영역은 개인, 부동산담보, 개인사업자 등 다양하다. 사업자 중에서도 공장 운영자, 중소기업 경영인, 소상공인 등 여러 분야로 나눠볼 수 있다. 여러 부문 가운데 박 대표가 소상공인에 집중한 이유는 이들의 데이터가 투명하다는 점이었다.
“머신러닝을 하려면 데이터가 잘게 많이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 데이터가 많이 모인 곳이 동네상점들인 것이죠. 작은 음식점 하나라도 하루에 수십 건의 카드 거래가 이뤄지고 재방문 또는 처음 온 고객인지 확인할 수 있고요. 이뿐만 아니라 그 동네의 상권 흐름도 파악할 수 있어요. 데이터를 분석할 내용들이 굉장히 많았던 것이죠.”
“또한 코로나19 등 전염병 사태를 빼고 나면 급격한 변동이 없는 영역이에요. 음식점은 보통 서서히 잘 되거나 안 되거든요. 물론 무리하게 음식점 사업을 크게 확장해서 하루아침에 망할 수 있긴 하지만요. 그냥 동네에서 꾸준하게 영업하고 계시는 소상공인들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더라고요. 자동화할 수 있는 대출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박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려움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자동화된 소상공인 신용대출의 방법론에서 해놓은 게 많지만 투자자들의 자금이 부족해서다. P2P 금융이 성장하는 데 있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투자자는 부족한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이런 방법론에 기존 금융기관들도 참여해서 일종의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 간 거래) 투자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P2P 금융의 역사가 아직 짧다 보니까 활성화돼 있지 않죠. 그런 의미에서 대출 대상을 찾아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이제 잘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투자 부문이 그만큼 못 따라오고 있어서 성장의 속도가 아직 덜 붙은 느낌이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박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겐 새로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라고 당부했다. 사업을 시작하면 고객, 환경 등으로부터 파생된 문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 넘어 산이다’를 반복하듯이 힘들지만 수많은 문제를 풀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이를 해결하고 나면 사람은 굉장히 강해진다는 얘기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친구들을 보면 처음에 되게 미숙했다가 어느 날 보면 갑자기 엄청 대단한 사람이 돼 있더라고요. 아마 끝없이 문제를 풀고 있어서인 것 같아요. 물론 어떤 곳에 있든 모든 사람에게 문제가 주어지겠지만 스타트업에선 조금 더 집약·집중돼 있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해결될 때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창업은 굉장히 재밌는 도전인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 항상 추천하는 입장이죠.”
박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늘어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온라인과 배달의 시대를 맞이해 이와 관련한 것들을 도와주는 작업을 막 시작했다. 또한 소상공인과 투자자들이 단순히 금전적인 관계를 벗어나 팬 마케팅 방식으로 투자자와 상점들을 연결하는 서비스와 기능도 설계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신용대출 시장은 간접적으로는 500조원 규모에요. 저희는 일단 일종의 방법을 찾았으니 여기서 노력하면 1000배 이상 성장할 수 있죠. 해외에서도 이미 수조원을 대출하는 저희 같은 회사도 있고요. 그 다음으로 마케팅 등 자영업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들을 제공해 매출을 올리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는 종합 서비스 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예요.”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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