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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IT업계 노조 활동
‘노조 불모지’는 옛말… 목소리 높이는 네이버·카카오 노조
네이버 노조, 5개 계열사 처우 개선 요구… 노동위 조정절차 돌입
카카오 노조,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반발… 후속 단체행동 예고
“엔데믹 이후 IT 기업 여유 없어져… 노사 문제 더 불거질 것”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7-12 16:47:00
▲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노조 불모지’였던 IT 업계에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IT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노조 불모지’였던 IT업계에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IT 근로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가 없을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노조 설립 이후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IT업계는 ‘판교의 등대’라는 말로 대변되는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유명했지만 노동조합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네이버, 카카오, 안랩,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에 노조가 설립되면서 자신의 권익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앞서 올해 4월에는 웹젠 노조가 파업을 결의해 IT업계 최초 파업 여부를 두고 주목을 받았으나 웹젠 노사가 합의점을 찾으며 파업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IT업계의 양대 거목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노조와의 갈등을 겪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네이버는 계열사 직원의 처우 문제로,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문제를 두고 노조가 반발하며 노사간 내부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네이버 5개 계열사 임금·복지 본사와 차이 커… 본사가 직접 나서라”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에 따르면 지난달 초 네이버의 5개 계열사(NIT·NTS·그린웹서비스·인컴즈·컴파트너스)와 사측의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이 결렬됐다. 이에 공동성명 측은 지난달 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공동 조정을 신청하며 본격 대응에 나선 상태다.
 
노조 등에 따르면 네이버 계열사 직원들은 본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연봉을 받고 있으며, 지난해 성과급도 본사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금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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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계열사들은 네이버가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네이버INS의 자회사로 네이버의 손자 회사에 해당한다. 서비스 개발, 디자인, 인프라, 보안, 고객서비스 등 네이버의 경영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들 5개 계열사의 지난해 매출 대부분이 네이버 및 네이버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공동성명은 4월 모회사 네이버와의 교섭이 잠정 합의를 이룬 뒤, 이를 바탕으로 연봉 인상률 10%, 매월 15만원의 복지포인트 지급,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기구 등을 요구했으나 5개 법인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공동성명은 “사측은 각 계열사가 독립경영을 하고 있어 교섭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네이버 본사가) 5개 계열사 대표에 대한 인사 및 평가, 예산 배분 등의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 독립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모순”이라며 “이제까지 해당 계열사 대표들은 창립기념일 유급 휴가조차도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주장했다.
  
▲ 네이버 5개 계열사 처우 문제를 두고 네이버 노조와 사측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네이버 노조는 5개 계열사 사옥 앞에 현수막을 부착하고 네이버 본사 앞에서 게릴라 피케팅을 진행하는 등 단체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게 지난달 7일과 29일 온라인 공동간담회를 개최하며 의견수렴에 나섰다. 네이버 노사는 5개 계열사의 관할 지방노동위를 통해 6월30일 2차 조정에 들어갔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네이버 정도 규모의 회사라면 각각의 계열사 문제까지 하나하나 다 신경 쓰기 어렵다”며 “말 그대로 독립법인인 만큼 각 회사 경영진이 노동자 측과 대화해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반대 전 계열사 서명운동… 경영진, 노조와 긴급 회동
 
카카오 역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두고 노조와 적잖은 갈등을 겪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계열사 매각으로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회사가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의 57.5%를 보유 중인 카카오는 지분 및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해 MBK파트너스와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투자 유치를 통해 약 8조5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464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으로 카카오로부터 분사한 이래 최초로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독과점 논란이 일며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게다가 이미 대다수 택시 기사가 가입해 있기 때문에 사업 확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는 올해 안에 초기 투자자인 텍사스퍼시픽글로벌(TPG)의 투자 계약에 따른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해왔으나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이 이어지며 IPO 시장이 위축됐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방법으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추진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 유니언)는 지난달 27일부터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 반대에 대한 전 계열사 임직원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크루 유니언은 카카오의 최대 주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사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며 면담을 공개 요청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보도 직후 카카오모빌리티 경영진은 직원 대상 약식 간담회를 열고 매각 추진 배경과 진행 과정 등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크루 유니언은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조차 매각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이 노동조합으로 집결하며 카카오모빌리티 노조는 카카오 계열사 최초의 과반 노조로 거듭나게 됐다.
 
카카오 노조의 요구가 거세지자 김성수 카카오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장과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가 노조와 긴급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노조는 이후 예정돼 있던 기자회견을 취소하며 노사 갈등이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듯 했으나 이후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을 발표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카카오모빌리티 관련 당사자,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등 관계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카카오모빌리티 투기자본 MBK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에 대해 크루 유니언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는 매각협상을 중단하고 단체교섭 및 이해당사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루 유니언측은 이어 “사업 확장과 이윤에 치우친다는 비판에 대해 지난해 카카오가 약속했던 사회적 책임은 제대로 진전되지 못하는 상태”라며 “선언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물밑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MBK가 모빌리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조차 갖지 않을 것”이라면서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생계와 삶을 이어가고 있는 노동자들은 심각한 고용위기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카카오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와 단체교섭 등 사모펀드 매각 반대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후속 단체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노조가 없던 업계에 노조가 생기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일뿐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개발자 연봉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신호탄으로 노동자 측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IT업계에 노조가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제대로 제기되지 않았지만 노조가 생기고 나니 내재해 있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기존 기업들이 겪었던 문제를 네이버와 카카오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위 교수는 “코로나19 시기에는 IT 업계가 호황이었고 개발자 인력 확보 등의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요구를 쉽게 들어준 감이 있다”면서 “이제 IT업계 상승세가 꺾이는 시점이기 때문에 다른 문제들이 터져 나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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