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11-03 21:38
뉴스 > 인터뷰
[인(人)스토리] - 기선완 한국자살예방협회장
“젊은 층 극단 선택 늘어… 코로나 막판 지금이 위기”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개인보다는 사회구조적 문제… 국가적 과제로 접근해야
권현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2-15 00:03:00
▲ 기선완 한국자살예방협회장. [사진=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자살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해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많이 갖고 있어서 자살 문제는 결국 우리나라 모든 문제의 최종 결과일 뿐인 거죠. 그래서 자살을 잘 이해하고 자살에 대한 분석을 잘하면 우리나라의 문제점 역시 알 수 있게 돼요.”
 
자살 문제가 개인적인 문제로 많이 비치지만, 결국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는 기선완 한국자살예방협회장의 말이다. 그는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오랜 기간 정신건강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기 협회장에게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젊은 세대의 자살률 증가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자살은 사회 구조적 문제… 사회 문화적 인식도 변해야”
 
기 협회장은 자살예방협회 6대 협회장을 지낸 데 이어 올해 초 7대 협회장에 연임됐다. 이른바 코로나 시기에 협회장 직을 이어간 그는 오히려 ‘포스트 코로나’인 요즘이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시기는 어떻게 잘 넘어가느냐가 굉장히 중요했던 만큼 그 시기에는 다행히도 자살률이 그렇게 많이 올라가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요즘엔 코로나 분위기가 끝나 가면서 자살률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데, 더 걱정인 것은 10·20·30대의 자살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광고
이는 포스트 코로나와 경제 위기가 합쳐진 결과라는 게 김 협회장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대인관계에서 오는 갈등이 줄어든 효과가 있었던 것에 비해, 지금은 비교적 느슨해진 분위기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까지 더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젊은 세대 중 여성의 자살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옛날에 비해 요즘 여성들의 사회적 욕구가 상당히 높아져 있는 것에 비해 현실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직업이 아닌 임시직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이 비교적 많은 상황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젊은 여성들이 코로나로 인해 실직의 대상이 돼 버리니까 부담감이 높아진 상황인 것이죠.”
 
기 협회장은 지금이 자살예방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재난 초기보다는 끝나가는 상황에 자살률이 더 높아졌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과거 2008년도와 2010년도 경제 위기 때도 위기가 막 닥쳤을 때는 자살률이 조금 떨어지다가 경제 위기 끝물에서 오히려 올라가는 양상을 보였었죠. 큰 재난을 겪으면 사람들의 긴장·경계심이 높아져 그 당시에는 자살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 기선완 협회장은 젊은 세대 자살률 증가를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
 
현 시기가 중요한 만큼 기 협회장은 인천시 서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자살과 관련된 사례 회의를 매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케이스를 접하게 된 기 협회장은 우리나라 20·30대의 자살 원인에 대해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하나는 정신건강의 문제로 대표적인 것이 우울증이에요. 두 번째가 경제적인 문제이고, 세 번째가 신체 질환의 문제, 이렇게 크게 카테고리를 나눠 놓고 있어요.”
 
“정신과적인 것은 우울증이나 혹은 알코올 중독과 같은 것이 주로 자살과 관련이 높아서 하나로 범주화할 수 있어요. 자살 직전의 90%의 환자들에겐 정신과적인 문제가 동반되는데, 그 대부분은 우울증이라고 봐요. 그러니 우울증만이라도 빠르게 발견해서 치료할 수 있다면 자살률을 상당히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죠.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는 우울증에 대한 치료 접근성을 강화해서 꽤 효과를 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젊은 세대의 자살률 증가에 대해 기 협회장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산율 저하 등의 이유로 인구 감소 위기를 맞이한 우리나라에서 젊은 세대의 자살률 증가는 생산성 저하 면에서도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젊은 사람들이 앞으로 일당백의 생산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나라 유지가 어려워지는 상황인데 바로 그 젊은 사람들이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일이죠. 초저출산 국가에서 젊은 사람들 하나하나가 굉장히 중요한 인적 자원인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막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
 
기 협회장은 젊은 세대 자살률의 증가는 개인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 사회적 구조에서 비롯된 여러 트라우마가 연결되며 이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어느 한 이유만이 아닌, 생애 주기 동안 발생한 트라우마들이 누적돼 자살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상담 등을 진행한)10·20·30대를 보면 성장 발달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던 경우가 많았어요. 부모의 이혼 등에서 비롯된 경제적 어려움, 또 이것이 학교생활·사회생활 부적응으로 이어지는 등의 몇 가지 트라우마를 겪게 되면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관심이 이어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기 협회장은 지적했다. 상대적인 박탈감의 최소화를 위해 출발선이 분명히 다른 것에 대해서 사회적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젊은이들한테 기본적인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겠죠. 젊은 사람들이 그래도 열심히 일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수 있을 정도의 기본적인 것은 깔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택이나 양육·일자리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죠. 경쟁이 심하고 출발선은 다른데 경쟁이 정의라고 생각하면 좀 문제가 있지 않겠어요?”
 
▲ 기 협회장은 효과적인 자살률 감소를 위해서는 사회 문화적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
 
나아가 기 협회장은 자살예방사업 특성상 단기간의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없는 점을 고려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속적인 지원 및 사업의 효과는 시간은 걸리지만 분명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핀란드의 경우를 그 예로 들었다.
 
“지금도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들보다 자살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누적된 것들까지 따지면 훨씬 많을 거예요. 그런데도 코로나에 투입된 예산에 비해서 자살 예방에 투입된 예산은 턱없이 모자라죠. 물론 당장 투입 예산을 늘린다 해도 효과를 보는 건 몇 년 후가 될 거예요. 자살예방 사업 특성상 한두 해 만에 효과를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에요.”
 
“자살이라는 것이 모든 문제의 총체적인 것인데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진 지는 몇 년 안 됐고 전면적인 사업을 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자살은 국가적인 정책으로 전력투구하면 좋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몇몇 나라에서 증명이 됐죠. 핀란드 같은 나라가 바로 그 경우예요. 80년대 말 핀란드는 높아진 자살률을 국가적인 위기 상황으로 인식해 예방책 사업을 국가적으로 진행하면서 자살률을 낮췄어요.”
 
사회 문화적인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나라가 압축 성장을 해 오며 과거에 형성된 경쟁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선 경쟁이 미덕인 것처럼 여겨져 왔고, 경쟁해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것들을 협력이나 신뢰의 문화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어요. 이런 사회·문화적인 행태를 바꾸지 않으면 자살률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거에요.”
 
마지막으로 기 협회장은 자살을 한 번이라도 생각한 젊은이들에게 살아야 할 이유는 본인이 스스로 찾는 것이라며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그것에서 본인의 보람과 가치·의미를 찾기 바란다는 조언을 전했다.
 
“사회에서 꼭 필요하다고 인정을 받아야 내가 사는 것이 아니고, 내가 스스로 그런 가치와 보람과 의미를 찾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죠.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도 내 존재의 가치는 분명히 있어요. 하찮은 일이라도 그 일에서 내가 어떤 보람과 가치와 의미를 느끼고서 주위 친구들과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것 또한 인생의 중요한 가치니까요. 그런 마음으로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4
좋아요
1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0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155,415 ▶
어제 196,604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