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등 상속세를 폐지한 국가들의 증시 상승률이 인상 전후 1년간 하락하거나 조금 오르는데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한 해 증시 성적표도 상속세율이 높은 국가들이 상속세가 없는 국가를 압도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속세율 낮추는 것보다 대주주 이익 중심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상속세를 폐지한 OECD 소속 국가는 오스트리아(2008년)·노르웨이·체코(2014년) 3곳이다. 비OECD 국가인 싱가포르도 2008년 상속세를 없앴다. 스카이데일리가 인베스팅닷컴 등에서 이들 4개국이 상속세를 폐지하기 1년 전후 대표 주가지수를 확인한 결과 이들의 증시 등락률은 평균 -14.3%로 부진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2008년 상속세를 폐지한 오스트리아의 ATX 지수는 2007년 말 4512.98이었지만 2008년 말 1750.83로 하락하고 2009년 말엔 2495.56로 회복하는 데 그쳤다. 폐지 전후 2년간 주가 등락률은 -44.7%다. 같은 해 상속세를 없앤 싱가포르(STI 지수)도 상속세 폐지 전후 2년간(2007년 말 대비 2009년 말) 3465.63에서 2897.62로 16.4% 하락했다.
2014년 상속세를 폐지한 체코(PX)도 2013년 989.04에서 2015년 956.33로 3.3% 내렸다. 노르웨이(OBX)만이 상속세 폐지 전인 2013년 503.58에서 폐지 이듬해인 2015년 538.98로 7.0% 올랐다. 다만 같은 기간 미국의 S&P500 지수가 10.6% 오른 것을 감안하면 상속세 폐지 효과를 누렸다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2015년 상속세율을 50%에서 55%로 올린 일본(닛케이225) 증시는 인상 전후 2년간 1만7450.77에서 1만9114.37로 9.5% 뛰었다.
상속세가 없는 국가들의 최근 증시 성적도 저조했다. OECD·G20 소속 국가 가운데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6개국(중국·인도·캐나다·호주·인도네시아·멕시코)의 작년 한 해 대표 주가지수 상승률은 9.3%로 집계됐다. 반면 OECD·G20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이 높은 6개국(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한국)의 작년 주가 지수 상승률은 18.6%로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문한 상속세 완화 대책과 상충한다. 윤 대통령은 17일 서울시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국민이 다 같이 인식하고 공유해 과도한 세제를 개혁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가가 너무 오르면 대주주 입장에선 상속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기업가치 제고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EY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43개국 평균치(20%)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순위로 보면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다. 여기에 할증(최대주주 주식 상속 시 상속세율 20% 추가)을 적용하면 60%로 올라간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상속세 인하 또는 폐지 시 주가지수가 오를 것이라는 연구논문은 찾을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상속세 완화 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해소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주주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규식 변호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직접적인 원인은 망가진 기업 거버넌스”라며 “이해충돌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탈하고 지배주주의 ‘호주머니’를 채우기 때문에 (실제 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주주가치가 파괴되는데도 경영진이 버티고 있는 게 문제”라며 “경영책임을 지지 않으려하는 기업 거버넌스 문제들과 불공정한 구조들이 디스카운트의 원인이고 상속세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선 일본 정부의 거버넌스 개혁 프로그램을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일본 거버넌스 액션 프로그램의 핵심은 매출과 이익 성장에만 집중하지 말고 주주 입장에서 자본비용과 투자효율성을 따져보라는 것”이라며 “한국에 이를 제대로 적용하면 국내 블루칩 주가가 2~3배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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