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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미국은 폐지한 특별검사법… 한국은 왜?
미국, 정쟁만 초래한 화이트워터 사건 후 특별검사법 폐지
한국, 미국 사례 교훈 삼아 정쟁 위한 특별검사법 중단해야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1-24 06:31:00
   
▲ 이동호 변호사
이달 21·22일에 걸쳐 대통령실이 취임 한 달밖에 안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두고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는데 한동훈 위원장이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이를 두둔한 것이다. 그러자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 여사를 프랑스혁명 당시 처형당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했다. 이쯤 되면 선을 넘은 것인데, 이 사건의 본질은 김 여사를 상대로 한 일종의 함정 취재 내지 몰카 범죄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 특별검사법’과 서로 상승 작용을 하는 형국이다. 김 여사가 비록 피해자이더라도 특별검사법(‘특검법’)을 거부하려면 그 대신 명품가방 사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인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정치 공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으니 쾌재를 부를 만하다. 가해자는 사라지고 피해자가 궁지에 몰리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필자는 특별검사제도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1999년 9월 조폐공사 파업 유도 등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이 처음 시행된 이래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14차례의 특검 수사가 있었는데 ‘드루킹 특검’처럼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대북송금 특검’처럼 피의자를 자살로 몰거나 ‘최순실 등 국정농단 특검’처럼 전 정권에 대놓고  보복을 가하는 폐해도 발생했다.
 
작년 12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두 개의 특검법은 어떤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김 여사가 자연인이던 시절의 사건이 대상이라서 특검법의 본래 목적을 완전히 이탈했다. ‘화천대유 50억 클럽 특검법’도 그 사건의 핵심 피고인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방탄과 본질 흐리기 성격이 짙다.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으로 정쟁이 해소되고 국론이 모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마저 분열되고 있다. 
 
민주당은 특검도 못 믿겠다면서 집권당 시절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만들었다. 개별 사건에서 특검의 수사 대상과 특별검사 추천권을 놓고 늘 발생하는 여야 간 대립을 해소하고자 2014년에 ‘상설특검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시절 세월호 사건 수사에 딱 1번 사용된 채 사실상 사문화되고 이후 별도의 특검법이 계속 제정되고 있다. 국회가 자기가 정한 법도 안 지킬 정도라면 이제 특검은 정치적 공세 목적 말고는 달리 남은 용도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점에서 미국 사례를 돌아보고자 한다. 미국엔 19세기부터 정부 고위 관리 등이 관련된 사건에서 법무부 장관이 외부인사를 특별검사(Special Prosecuter)로 임명하는 관습법상의 특별검사제도가 존재했다. 그러나 관습법상의 특별검사는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고 또 쉽게 해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독립된 지위에서 공정한 수사와 소추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특별검사가 닉슨 대통령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자 닉슨이 법무부 장관에게 특별검사 해임을 요구한 일이 있었다. 그러자 장관과 차관이 모두 이를 거부하고 사임해 버렸다. 그러자 차관보에게 지시해 특별검사를 해임하는 ‘토요일 밤의 대학살’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닉슨 대통령 하야 이후 특별검사의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제화 논의가 시작되어 1978년에 공직자윤리법 개정 법률 형식으로 특별검사법이 제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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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은 본래 5년 기한의 한시법이었지만 세 차례 개정을 통해 연장되면서 1998년 초까지 19명의 특별검사가 임명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건이 불기소나 무죄로 종결되었고 지나친 수사 비용과 장기간·광범위한 수사, 특별검사의 권한 남용 등으로 많은 비판을 사게 되었다. 이란 콘트라 사건에 4786만5000달러, 클린턴 대통령 부부가 연루됐던 화이트워터 사건에 4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비용까지 쓰였다.
 
특별검사제도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노출된 계기는 화이트워터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클린턴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이던 시절에 발생한 부동산 개발회사 관련 비리 의혹인데 수사 결과 무혐의로 결론 났다. 그러나 이 사건은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가 임명된 후부터 클린턴의 성추문 조사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마침내 르윈스키 사건이 터지면서 소위 ‘지퍼게이트’로 변질되어 버렸다. 스타 특별검사의 최종보고서에는 본래 수사 대상인 화이트워터 사건에 관한 내용은 거의 없고 지퍼게이트 관련 내용만 가득해서 학부모들이 스타 검사를 음란물 유포 혐의로 고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24살 백악관 인턴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위증을 교사한 클린턴은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에 의해 탄핵 소추되고 말았다. 그러나 탄핵안은 상원에서 기각되었고 ‘세금 4000만 달러를 쓰고도 밝혀낸 것은 당초 사건의 진상이 아닌 클린턴의 여자 문제’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특별검사법은 미국변호사협회의 권고로 1999년 6월 폐지되었다. 로이터 통신은 이 법을 “사랑받지도 못했고(unloved) (폐지에 대해)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다(unmourned)”고 표현했다고 한다.
 
기이한 것은 미국에서 특별검사법이 폐지된 직후 우리나라에선 특검법이 제정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제정 후 21년 만에 폐지됐고 우리나라는 제정 후 25년이 흘러 마침내 정쟁의 중심이 되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비용 추계에 따르면 미국처럼 천문학적 규모는 아니지만 김건희 특검법엔 81억 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예산이 필요하다. 김건희 특검법이 시행된다면 그 결과도 화이트워터 사건의 경우와 비슷할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제도를 도입할 때 미국의 사례를 많이 인용한다. 그러면 특별검사법을 폐지한 데서도 교훈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특검을 위한 특검·정쟁을 위한 특검은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국론 분열이 극심하다. 정히 필요하다면 상설특검법을 이용하면 된다. 개별 특별검사법은 이제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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