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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유럽 경제 전환기에 맞춘 韓기업 東유럽 교두보
체코 ‘원전’·폴란드 ‘방산’·헝가리 ‘2차전지’ 시너지 창출
잠재적 경쟁국 中에 앞서 유럽 시장 선점할 절호의 기회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25 06:31:30
 
▲ 김상철 글로벌비즈니스연구센터(GBRC) 원장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으로 동유럽이 다시 중요한 경제 협력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24조 원 규모의 원전 건설과 관련 7월 우선 협상대상자 선정에 이어 전(全) 주기 협력 협약까지 이루어져 파트너로서의 관계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최종 계약까지 아직 6개월 정도의 시간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최종 담판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수주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대 60% 체코 기업의 참가, 그리고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수익성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 세계가 속속 원전으로 눈을 돌리고, 특히 탈(脫)원전 선두주자였던 유럽 국가들이 마치 도미노처럼 원전 수용으로 돌아섰다는 점이 주목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급성장·전기차 전환 등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이 원인이다.
 
현재 원전 관련 글로벌 강자는 미국·프랑스·러시아에 이어 신흥 주자로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세계 원전 시장에서 수주 강세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은 지난 정부의 원전 경시 오판으로 잃어버린 5년을 보냈다. 잘못된 정책으로 5조 원 정도의 손실이 있었다고 하지만 인재 손실·연관 산업 붕괴 등을 포함하면 더 큰 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전 산업의 생태계가 거의 붕괴하다시피 한 것을 현 정부가 다시 불을 지피면서 서서히 본 궤도로 진입하는 중이다. 위에서 언급한 국가들에 이어 간신히 5위로 올라섰고, 이 순위는 우리 하기에 따라 언제든 만회할 수 있다. 체코 또한 잠재력 큰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유럽 원전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양국의 전략적 계산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한국 기업의 동유럽 시장 진출은 이 지역 국가들의 유럽연합(EU) 가입이 시작된 2005년을 전후하여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폴란드·헝가리를 중심으로 서유럽 시장을 우회 조준하는 제조업 거점 구축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헝가리는 삼성의 본거지가 되고 있고, 최근에는 이차전지(소재 포함) 업체들이 다수 진출하면서 한국이 최대 투자국으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폴란드에는 LG를 필두로 자동차·가전·배터리 등의 업체들이 속속 자리를 잡는 중이다. 양국에 대한 투자 규모가 130억 달러를 넘어서고, 진출 업체 수만 600개에 달한다.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상대적으로 폴란드·헝가리 대비 투자 규모가 작기는 하나 현대·기아를 비롯해 40억 달러 투자에 150여 개 기업이 진출하고 있어 갈수록 그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다.
 
폴란드는 K방산 유럽 시장 진출 교두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K2 전차·K9 자주포 등의 수주 계약이 잇달아 나오면서 폴란드의 국방력이 한국 무기로 채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K방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추가 계약도 계속 나올 전망이다. 이미 루마니아와는 K9 자주포 수출 계약이 체결되어 이것이 사실임을 입증한다. 이번 원전 수주가 최종 확정되면 체코는 K원전 유럽 진출의 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방산·원전·이차전지의 유럽 시장 진출 전초기지를 폴란드·체코·헝가리에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한국 기업의 중국 거점 붕괴와 중국산의 전방위적 공세에 대비하는 시의적절한 수출 시장 재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유럽은 경제 체질 전환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안보·에너지 위기가 가중되고 있고, 경제력 후퇴로 위상이 과거와 같지 않다. 유럽 경제를 주무르던 독일이 계속 후퇴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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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해법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동유럽 국가들이 부상하는 원인이 제공된다. 독일에 대한 의존도가 강한 체코가 한때 등한시했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을 서두르는 이유가 되고 있기도 하다. 당연히 중국도 이 지역에 엄청나게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중국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한국 기업에 고무적이다. 모처럼 온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정부나 지금 정부 모두 내치가 꼬이면 외치에 열을 올린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부인할 수는 없다. 이번 체코 방문에서도 원전뿐만 아니고 배터리·미래차·로봇 등의 분야에서 5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전통적으로 체코가 유럽 내에서도 기계 부문 강국이라 협력의  여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방문 성과와 정권 홍보에 집착하다 보면 기존에 폴란드나 헝가리에 거점을 마련하고 있는 기업들과의 충돌 우려에 대해 소홀해질 수 있다. 이들 기업의 입장도 배려하고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조화와 균형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중국이고, 먼저 목표 시장을 선점하는 데에 ‘팀 코리아’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나치게 포장에 집착하기보다 실리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투명한 결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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