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단순 시비로 판단해 사건을 종결했으나 이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러 담당 경찰관을 징계한 데 대해 대법원이 정당한 처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박모씨가 소속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불문경고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기 고양시의 파출소에서 경위로 근무하던 박씨는 2021년 8월 ‘동거남과 시비가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총 세 차례 출동했다가 복귀했다.
처음에 동거남 A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폭행 사실을 부인했으며 피해자는 폭행당했냐는 경찰관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A씨를 내보내 달라고 요청해 박씨가 A씨를 밖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이후 피해자는 “동거남이 다시 왔다,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며 다시 신고했고, 박씨가 A씨에게 한 조치는 경고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사건은 112 신고 시스템상 사건 분류 코드가 ‘가정폭력’이 아니라 ‘시비’로 입력됐으며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도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피해자는 철조망을 뜯고 집에 들어온 A씨로부터 폭행당해 숨졌다.
이로 인해 박씨는 직무 태만 사유로 견책 처분을 받았으며 소청 심사를 청구해 징계 수위를 불문경고로 변경 받았다. 불문경고는 법률상 징계는 아니고 일부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이마저도 부당하다며 취소소송을 제기한 박씨는 1심에서 승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에선 패소했다.
대법원은 “원고는 세 차례의 현장 출동을 통해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고 신고자와 동거남의 다툼이 가정폭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충실히 하지 않았다”며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강구하는 데에도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112 시스템상의 사건 종별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지 않아 원고가 속한 순찰1팀과 근무 교대를 한 순찰2팀이 이 사건에 대해 가정폭력 사건임을 전제로 적절한 후속 조처를 할 기회를 놓치게 했다”며 “원고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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