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개정협상 앞 韓美 수읽기 치열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데일리 칼럼

조문식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8-18 00:21:02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이하·한미 FTA)을 둘러싼 양국 간 수읽기가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지난달 12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무역대표부(이하·USTR)를 통해 개정협상(재협상)을 위한 절차 개시를 요청하면서 쟁점으로 부상한 한미 FTA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운동 시절부터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어 주목된다.

특히 서비스 분야 등은 대미 적자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매년 자유무역협정 관련 이행평가서를 작성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한미 FTA 이행평가보고서를 5년 넘게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눈앞으로 다가온 파도 앞에서 우리 정부는 ‘준비 부족’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통상조약법)’ 제15조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이하·산업부) 장관은 통상조약에 따라 구성된 공동위원회에서의 주요 논의 사항을 평가하게 되고, 그 결과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한미 FTA 이행 보고서는 5년 4개월이 넘도록 단 한차례도 발간되지 않았다.

물론 우리나라가 한미 FTA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은 통상조약법 시행령 제2조에서 평가주기를 ‘5년’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반면 산업부가 지난 21일까지 비공개로 유지했던 ‘FTA 이행 연례보고서 기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매년 FTA 이행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미국의 FTA 관련 보고서는 정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간된 미국 무역위원회의 2016년 연례 보고서를 보면 산업별 FTA 효과 분석은 세밀한 부분까지 정리하고 있었다. 미국의 경우 ‘돈육’, ‘아보카도’, ‘블루베리’, ‘자동차’, ‘구리’ 등까지 상세히 분류했고, 각 국가에 대한 분석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 자료의 국가별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시장에 대해 “규제 시스템의 투명성이 크게 개선됐고 주주들이 규제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시장이다”고 분석했다. 자료는 특히 우리나라 저성장의 원인에 대해 “부분적으로 중국의 저성장에 기인한 것이다”고까지 정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FTA 개정협상(재협상)과 관련해 ‘개시될 것인가’부터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 USTR의 경우 미국 수출품과 관련한 한국 무역 장벽 완화 및 무역 불균형 해소 등을 한미 FTA 일부 개정의 이유로 들었지만 이는 사실상 한미 FTA 재협상의 서막으로 관측되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남북 관계가 급랭한 상황에서 미국발 한미 FTA 개정 협상 움직임을 두고 그 배경과 의도 등에 대한 갖가지 해석이 나오는 것도 고민거리다. 정가 등에 따르면 개정협상에서 다양한 경제 쟁점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지금까지 미국과의 통상 협상 과정에서처럼 한국에 유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국회입법조사처 자료 등에 따르면 현재 수준에서 신 서비스 산업 분야가 규제 없이 개방될 경우 태동하는 국내 첨단 서비스 분야가 미국에 흡수될 우려가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협상 의제를 선제적으로 정의하는 것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재협상이 현실화된다면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카드를 내밀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제조업 보호주의 성향을 보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자동차와 철강 등에서 의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나라도 과거 협상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해관계 균형 조절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아울러 정부는 국회와의 협치를 통해 이번 사안을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번 협상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에서의 경우와는 다른 케이스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당·정·청이 협심해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류에 서명을 한 후 요동칠 우리 경제의 미래를 대비하는 수준 높은 정부를 기대한다.

[조문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조문식 cho@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