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9·13 부동산 대책 말인가요. 그야말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 밖에 안 떠올라요. 간신히 집 한 채 산 서민 모두를 사실상 ‘죄인’ 취급하는 정책이죠”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9·13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유례 없는 고강도 대책이 담긴 이번 대책을 두고 사실상 모든 국민을 규제의 울타리 안에 가둬두고 있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반응이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이들 중 일부는 ‘집 가진 사람은 모두 죄를 지었고 모두 투기꾼이다’는 기조로 서민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충격의 9·13 부동산 대책…“정부가 우리를 집 가진 죄인으로 만들었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부터 줄곧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강도 높은 규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다주택자의 추가 구매를 막아 실수요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집을 공급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9·13 부동산 종합대책 또한 정부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따랐다. 주요 내용으로는 △2주택이상 세대의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 △非거주 목적 고가주택 구입에 주택담보대출 △주택담보 임대 사업자대출(LTV) 현행 80%에서 40%로 하향 조정 △양도소득세도 조정대상지역 내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면제요건 강화 등이 있다.
세부담도 늘렸다. 종합부동산세율을 당초 정부안보다 구간별로 0.2~0.7%p 인상했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이상 보유자에 종합부동산세도 최고 3.2%까지 중과 적용하고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300%로 높였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상향 조정 해 연 5%씩 100%까지 인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분양권이나 입주권도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간주해 무주택자에서 제외시켰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정부 대책의 내용을 종합하면 기존에 주택을 보유한 이들이 추가로 주택을 보유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추가 보유 시에는 부담을 늘려 기존 주택을 팔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다주택자의 개념을 대폭 확대해 추가 구매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국민들에게 환영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반발만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열심히 노력해서 좀 더 나은 삶을 사려는 일반 서민들이 희망을 짓밟았다는 반응이 우세한 것으로 파악됐다.
송파구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엄만섭(남·60) 씨는 “정책이 한참 잘 못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남에 집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 투기꾼 취급을 하는데 진짜 부자들은 집값이 오르고 세금을 많이 부과해도 매물을 넣고 기다릴 뿐이다”며 “어차피 오른 세금만큼 임대료를 올리고 호가도 상승시키면 그만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출을 막고 세 부담을 올리면 평범한 서민들만 결국 죽어나는 꼴이 된다”며 “세 부담에 서민들이 집을 팔고 그 집을 돈 빌릴 필요가 없는 부자들이 다시 사면 결국 양극화만 더 심화질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초구에서 20년 동안 거주했다는 최충식(남·55)씨는 “지금까지 서민들은 대출을 이용해서 집을 확장하며 꿈을 키워나갔다”며 “이제는 돈 있는 소수만 매물을 사게 되니 집값은 그들 마음대로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은퇴 후 연금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세금을 감당하려면 결국 집을 팔수밖에 없게 된다”며 “벌써부터 대출 규제 강화로 청약 당첨된 사람들이 중도금, 잔금 대출이 어려워지자 새로운 집 마련의 꿈을 접고 해약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정지심(여·60)씨는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이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평생을 모아서 20평도 안 되는 조그만 집을 마련했는데 대출이 막혀 기존 주택을 팔고 다시 임차인 신세로 전락하게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이 없고 단기적 성과에 급급해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며 “조합원 지위양도가 금지된 지역부터 집값이 오른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부동산만큼은 그냥 시장 원리에 의해 알아서 작동하도록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퇴 후 부동산을 시작했다는 Y공인중개사(강남구) 관계자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 왔고 전세를 살다가 남편과 허리띠 졸라매고 돈을 모아 지금은 대치동에 겨우 집 한 채 마련했다”며 “앞으로 나이를 계속 먹어가 소득이 점차 줄어들 텐데 취·등록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을 안고 집을 팔기도 어렵고 가지고 있으면 종합부동산세가 부담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대출도 막혀 청약을 받는 일도 불가능해져 뭘 해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주변에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똘똘한 한 채를 가진 강남 서민이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재건축 총량제가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일반 서민은 내 집 마련 사실상 불가…대출규제 완화하고 선별적 공급 확대 도입해야”
9·13 부동산 종합 대책 등 일련의 규제들과 관련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면 명확한 범위 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요가 높은 지역에 공급을 늘리고 로또 아파트가 될 것이 예상된다면 일부 물량을 영구임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효진 세무사는 “기존에는 금융회사가 60~80% 수준에서 자율적으로 범위를 적용했으나 정책 발표 후 바로 LTV가 40%로 적용됐다”며 “현행 대책대로라면 5억원의 가치를 지니는 집을 사려면 2억원까지 밖에 대출을 받을 수 있어 3억원을 유동자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식이면 일반 서민은 사실상 집 구매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내 집을 확장해 나가는 꿈을 막는 일괄 규제는 과한 처사라고 생각한다”며 “서민들에 한해서는 기존처럼 대출을 80%까지 늘려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햇다. 배 세무사는 “하루빨리 보안책을 담은 개정안을 내놔야 국민들의 거주 이전의 자유가 보장된다”며 “지금처럼 공정시장가액을 늘리면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 결국 가계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주택을 가진 사람들을 규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정부의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며 “실수요자의 범위에 1주택자가 제외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는 “정부에서는 이번 대책 발표를 통해 1주택자에 불이익이 없다고 하지만 9억원 이상의 주택을 가진 1주택자들은 피해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며 “1가구 1주택자들이 원활하게 대출 받을 수 있도록 보호하고 정책이 보완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이 아니면 공급 효과가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필요한 지역에 집중 공급하는 방안을 채택해야 한다”며 “분양을 받아서 로또가 될 지역이라고 판단된다면 영구 임대 주택으로 지정해 주거의 안전을 보호하고 투기 수요를 막아 주변 가격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