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Credit Bureau) 시장 내 경쟁구도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금융거래 정보 부족(thin filer)’으로 분류되던 자영업자의 대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데다 금융당국도 이들에게 맞는 평가기준 개발을 장려하면서 CB가 금융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어서다.
지난해 주요 카드사들의 참여로 시작된 경쟁은 최근 대형 은행과 핀테크(Fin-Tech)까지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더욱 가열됐다. 현재 미리 시장에 뛰어든 카드업계가 비교 우위를 선점한 상태이긴 하나 은행·핀테크 역시 만만찮은 역량을 보유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금융산업 ‘신(新) 먹거리’ 급부상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신한카드가 신청한 가맹점 결제정보 등을 활용해 개인사업자 CB업 예비허가를 13일 인가했다. 금융위는 신한카드가 대주주 적격성 등 ‘신용정보법’상 요건을 구비해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예비허가는 지난해 개정된 ‘신용정보법’ 시행 이후 첫 사례다.
신한카드의 예비허가 획득으로 금융위에는 KB국민카드, BC카드, 데이터기반 중금리시장 혁신준비법인(데이터혁신법인) 등 4곳의 신청서가 남았다. 금융위는 KB국민카드·BC카드, 데이터혁신법인 등에 대해서도 하반기 안에 신속하게 심사절차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에게 CB업을 장려해왔다. 2019년 금융위는 신한카드·KB국민카드·BC카드 3사에 가맹점 정보(데이터)를 활용해 소상공인(개인사업자) 특화 CB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혁신금융서비스 업체로 지정했다.
지난해 2월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신용정보업은 개인 CB(비금융전문 CB포함), 개인사업자 CB, 기업 CB(기업등급제공업·기술신용평가업·정보조회업) 등으로 구분되고 진입 규제도 합리적으로 개선됐다. 이로써 시범 운영되던 CB업의 상용화 근거가 마련됐다.
개인사업자 CB는 사업주 개인의 신용정보에 기댔던 과거와 달리 사업체가 가진 유·무형의 경쟁 요소 등의 정보를 반영한다. 이렇게 되면 대출을 받기 어렵거나 높은 금리를 적용 받던 불이익을 줄일 수 있다. 개인사업자 CB업자는 이를 통해 생성된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제공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를 자사의 다른 금융상품의 잠재적 고객으로 확보할 수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데이터가 전(全) 산업의 가치창출을 좌우하는 ‘데이터 경제 시대’에 맞춰 금융산업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등 국제적 데이터 법제에 맞춰 세계 데이터 경쟁에 참여할 기반을 마련하는 입법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카드사,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서비스 앞다퉈 출시
주요 카드사는 이미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인사업자 CB업 예비허가를 받은 신한카드는 가장 먼저 금융위 혁신금융 서비스 업체로 지정돼 지난해 10월부터 개인사업자 CB 고유 브랜드 ‘마이 크레딧(My CREDIT)’을 선보였다.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자사 보유 결제 빅데이터에 핀테크사의 신용평가 역량을 더했다. 신한카드는 대안CB 플랫폼 ‘크레파스’, 맞춤형 자산관리 플랫폼 핀셋엔을 운영하는 ‘한국금융솔루션’ 등과 협업했다. CB 유통뿐만 아니라 사업자 전용 금융상품, 대출 중개, 경영진단 등 특화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해 시장 내 영향력을 높일 방침이다.
BC카드는 ‘비즈 크레딧(Biz Credit)’으로 개인사업자 CB 서비스를 운영한다. 머신러닝 기법으로 휴·폐업 가능성까지 예측한다. KB국민카드는 지난 5월 ‘크레딧 트리(Credit Tree)’로 개인사업자 CB 예비허가를 신청했다. 지난해 8월 론칭한 크레딧 트리는 KB국민카드가 보유한 가맹점 카드 매출 데이터, 기업 신용정보, 신용카드 결제정보 기반 매출 실적, 상권 경쟁력, 사업성 정보, 부동산·비금융 정보 등 모든 내·외부 데이터를 반영해 등급을 매긴다.
현대카드는 개인사업자 CB가 아닌 ‘개인사업자 대출 비교 서비스’ 플랫폼을 지난해 11월 선보였다. 금융사들이 제안한 대출 조건을 개인사업자에게 안내하고 대출 상담·신청접수·정산 서비스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올해 4월까지 이용자수가 5만명을 넘었다. 롯데·하나카드는 모두 나이스(NICE)평가정보와 개인사업자 CB 모델 공동 개발 및 사업 추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9일 BC카드사 가맹점 정보에 머신러닝을 적용한 비대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모형을 선보였다. 은행의 첫 CB분야 진출로써 기존 신용평가모형에 개인사업자 정보를 확대 적용했다. 우리은행은 이를 현재 판매 중인 개인사업자 전용 대출상품 등에 활용하는 한편, 비대면 중금리 신용평가모형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장재영 신한카드 빅데이터 R&D 본부장은 “기존에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획일화됐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소상공인의 점포거래 정보에 관한 입체적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면 금융 사각지대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핀테크 선두주자 카카오뱅크, 국내 첫 ‘전업’ 개인사업자 CB 설립 예고
카드사가 겸업으로 직접 경기장에 나온 반면 데이터혁신법인은 개인사업자 CB업만 영위하는 단독 법인이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27일 주요 주주로 참여를 선언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데이터혁신법인이 금융위 예비허가를 얻으면 국내 첫 전업 개인사업자 CB사가 된다.
데이터혁신법인은 지분율 순서대로 △한국신용데이터 42% △카카오뱅크 33% △SGI서울보증 9% △KB국민은행 7% △현대캐피탈 5% △전북은행 2% △웰컴저축은행 2% 등이 주주사로 참여한다. 초기 자본금은 100억원 규모다. 계열사의 개인사업자 CB 진출에도 불구하고 참여한 KB국민은행과 현대캐피탈이 눈에 띈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금융업계 최고 기업과 함께 데이터로 중금리 시장을 혁신할 기회를 얻게 됐다”며 “자금 조달을 비롯해 자영업자가 영위하는 사업의 모든 순간에 맞이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광옥 카카오뱅크 중·저신용자 대출확대 TF장(부대표)은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자 2대 주주로 참여하기로 했다”면서 “업계 최고 기업들이 주주사로 참여하는데다 주주사의 역량과 노하우를 통해 개인사업자들에 대한 금융 포용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가 중·저신용자 상대 중금리대출을 취급하면서도 직접 개인사업자 CB업에 나서지 않은 이유로는 홀로 신용평가시스템(CSS) 구축이 어려운 탓이 꼽힌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중금리 대출을 공급하지만 업력이 길지 않고 카카오쇼핑 등을 활용해도 CSS를 구축하기엔 다소 역량이 부족했을 것이다”라며 “80만개 사업장 회원을 보유한 한국신용데이터(캐시노트)의 데이터가 개인사업자 CB 모델링에 중요 자원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금융사들이 개인사업자 CB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매출이 좋아도 업력이 짧거나 금융사 거래정보가 부족해 중·저신용자로 분류되던 개인사업자를 잠재적 우량 고객으로 삼을 수 있다.
실제로 그동안 개인사업자는 주로 사업주 개인에 기댄 신용평가로 금융기관 대출이 어렵거나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받았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중 개인 신용도가 높은 일부만 연 금리 7% 이하 금리로 대출을 받았고 대다수는 11% 이상의 높은 금리를 적용 받았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CB는 출발부터 카드사에 유리한 면이 많고 전에 없던 시장을 만드는 일이다보니 수익성도 성장성도 가늠하기 쉽지 않은데 (지금 상황은) 가능성을 높게 판단한 것 같다”면서도 “얼마나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해 얼마만큼 정확한 CB모델을 만들어낼지, 또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학형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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