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MZ세대를 중심으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바람이 거세다. 한 마디로 힘들고 지치는 건강관리 말고 즐겁고 지속가능한 방식을 통해 건강과 기쁨까지 거머쥐겠다는 전략이다. 요즘 세대의 헬시플레저 추구 방식을 식단·정신·운동 3가지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해 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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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 플레저’ 영향으로 ‘로 푸드’ 식품 인기 ↑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처럼 체중관리는 건강 유지에 매우중요한 요소다. 그렇다고 무작정 굶을 수는 없다. 먹긴 먹어야 한다. 다만 3대 영양소 중 탄수화물·지방보다는 근육 생성·유지에 필수적인 단백질에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리서치 조사(올해 6월 실시)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남녀(400명)가 건강과 관련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바로 ‘체중관리(63.7%)’로 나타났다. 체중 관리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단백질(54.1%)’이었다.
이러한 관심에 힘입어 단백질 식품 시장은 매년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단백질 식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3364억원으로 2018년(813억원)과 비교해 4배 이상 커졌다. 4년 연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64.2%에 달했다. 올해는 시장 규모는 4000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단백질 식품은 유통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마켓컬리에서 단백질 스낵류(과자·칩)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1%, 단백질 디저트류(브라우니·파운드·케이크)는 34%나 껑충 뛰었다. 8월 초 롯데마트의 프로틴바 및 이마트의 단백질 식품의 매출도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0%, 142.8% 올랐다. 오리온의 ‘닥터유 단백질바’는 올 4월 매출액 25억원을 달성하며 업계 히트상품 기준인 월 매출 10억원을 2배 이상 넘어섰다.
특히 단백질로 구성된 ‘음료’가 시장을 주도하는 분위기다. 웰니스 브랜드 일일하우가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해 올 5월 단백질 식품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 ‘단백질’과 ‘음료’를 함께 언급한 정보량은 16만781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3% 늘어났다. 이는 영양제(+16.8%), 건강식품(+14.1%), 소고기(+5.5.%), 닭가슴살(+2.4%)보다 높은 증가세였다. 반면 물이나 우유에 타 먹는 분말 형태인 파우더와 단백질 쉐이크의 정보량은 13% 하락했다.
늘어난 관심만큼 판매량도 급증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1~8월 단백질 음료의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편의점 GS25에서도 6~7월 단백질이 함유된 건강기능 음료의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4.3% 치솟았다. 마켈컬리에서의 1~8월 단백질 음료 판매량 증가율도 92.0%(전년 동기 대비)로 높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단백질 음료는 간식이나 식사대용으로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편리성과 기존 대비 개선된 단백질 함량, 영양 성분 등을 앞세워 단백질 식품 시장의 대세를 이끌고 있다”면서 “가볍게 운동을 즐기는 이들부터 운동 전문가까지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라고 설명했다.
‘헬시 플레저’ 트렌드는 단백질 식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로푸드(Low Food)에 대한 관심도 크다. 로푸드는 필수 영양 성분은 함유하면서도 당·나트륨·카페인·지방 등 특정 성분을 줄이거나 뺀 식품을 말한다. 설탕 대신 스테비아 등의 대체 감미료를 넣거나 밀가루 대신 곤약·두부같이 열량이 낮은 재료를 활용한 음식 등이 로푸드에 속한다.
로푸드에 대한 관심은 판매량에서 드러난다. 위메프에 따르면 올 6월 로푸드에 속한 △제로(0)칼로리 탄산음료수는 1년 전보다 5배가량 매출이 늘었다. 같은 기간 △무알코올 맥주 1816% △저칼로리 과자 635% △밀가루 없이 만든 제품을 뜻하는 글루텐 프리 3768% △무염버터 30% △무지방 우유 114% △무가당 요거트 78% 등도 높은 판매 증가율을 나타냈다.
업계는 ‘헬시 플레저’에 주목하며 다양한 로푸드 식품을 내놓고 있다. 오뚜기는 13일 열량을 20% 낮춘 ‘컬러플라워 도우 피자’를 출시했다. 식이섬유 등을 갖춘 저칼로리 재료인 컬러플라워를 도우에 넣어 만들었다. 8월에는 저칼로리 컵라면인 컵누들의 라인업에 ‘짜장맛’과 ‘로제맛’을 추가했다. 열량은 각각 170kcal, 165kcal로 일반 라면의 5분의 1 수준이다.
CJ제일제당도 열량을 25% 정도 낮춘 ‘비비고 왕교자 라이트(Light)’를 내놨다. 만두소에 닭가슴살 등을 넣고 당면 대신 실곤약을 사용해 칼로리를 100g당 190kcal에서 135kcal로 낮췄다. 대상은 곤약 쌀을 활용해 칼로리를 낮춘 ‘호밍스 곤약볶음밥’을 출시했다. 칼로리는 195~215kcal로 밥 한 공기(300kcal)보다 낮다. 농심 역시 저칼로리 컵라면 ‘누들핏’을 새롭게 출시했다. 떡볶이국물맛, 어묵탕맛인데 칼로리는 각각 150kcal, 105kcal에 불과하다.
음료업체는 제로칼로리·무설탕 등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12일 칼로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제로 칼로리 홍차음료 ‘실론티 레몬 제로’ 500mL를 출시했다. 몬스터에너지는 오리지널의 무설탕 버전인 ‘제로 슈거’를 선보였다. 칼로리는 355mL 기준 16kcal다. 코카콜라도 한정판으로 당류 0g인 ‘코카콜라 제로 마시멜로’를 출시했다. 글로벌 맥주사인 버드와이저와 호가든은 무알코올 음료인 ‘버드와이저 제로’, ‘호가든 제로’를 시중에 내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건강하려면 운동해서 살을 빼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서 즐겁게 건강관리를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식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젊은 세대들은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건강과 아름다움에 관심이 많아 제로칼로리 음료수와 같은 로푸드에 열광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특히 “코로나19 발병도 크지만 늘어나는 1인가구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예 안하다 보니 혼자서 자신의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해 건강관리에 관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건강과 아름다움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이므로 살이 찌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는 식품이나 서비스는 계속 나올 것이다”이라고 내다봤다.
맛있는 비건 식품도 건강관리 음식으로 부상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비건(vegan) 식품도 덩달아 각광받고 있다. 비건은 동물성 재료를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를 일컫는다. 건강 식단이라는 측면에서 ‘헬시 플레저’와 일종의 교집합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비건에 대한 개념도 변하고 있다. 채소만을 고집하는 등 금욕적인 식생활을 추구했던 과거와 달리 영양분이 풍부하고 맛있는 식물성 재료로 식단을 구성한다. 특히 육류의 모양과 맛, 식감을 구현한 대체육 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만큼 ‘가치 소비’ 성향도 비건 식품을 선호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채식을 하면 환경을 보호할 수 있고 동물에 대한 죄책감을 덜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신세계푸드가 올 3월 MZ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대체육 인식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7.6%가 대체육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체육을 소비해야하는 이유(복수응답)로는 △환경보존 71.4% △동물복지 53% △건강한 식습관 43.5% 등의 순이었다.
소비자들은 비건 식품을 적극 소비하고 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마켓컬리에서 비건 제품 판매량은 작년 상반기보다 약 60% 늘어났다. 비건 김밥·만두·빵 등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식품이 주도했다는 평가다.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도 2016년 170억원에서 2020년 216억원으로 약 20% 성장했다. 2019년 출시된 롯데푸드의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와 동원F&B의 ‘비욘드 미트’는 올 6월까지 각각 20만개씩이 날개돋친듯 팔려나갔다.
식품업계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비건 식품에 주목하고 있다. 건강과 가치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식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향후 성장세를 키울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비건 식품 시장 규모는 2020년 261억달러(약 33조9000억원)에서 2028년 613억달러(약 79조6000억원)로 연평균 13%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대체육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7월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한 데 이어 올 7월에 식물성 원료로 햄의 맛과 식감을 구현한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을 내놓았다. 8월에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식물성 정육점인 ‘더 베러’를 개장했고, 미국에 대체육 전문 자회사 ‘베러푸즈’를 설립하며 북미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CJ제일제당은 작년 12월 식물성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출시한 뒤 첫 제품으로 비비고 ‘비건만두’와 ‘비건 김치’를 출시했다. 최근에는 특허청에 ‘다시다 비건’ 상표를 등록했다. 식물성 식품 사업에서 2025년까지 매출액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농심은 작년 1월 식물성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을 출시한 뒤 올 5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식만 제공하는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을 오픈했다. 비건 라면 ‘자연은 맛있다 정면’을 판매하는 풀무원도 같은 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 식물성 식재료를 사용하는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를 개장하며 비건 레스토랑을 두고 맞불었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대체육 시장이 비건 트렌드와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비건 트렌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국내 비건 식품 시장 중에서 비건 베이커리 시장이 높은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며 “시장 성장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홈베이킹을 위한 전기오븐 등 가전 구매와 20·30대 여성의 가치·건강 소비 성향 등 조건이 맞물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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