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 분야는 의학을 연구하는, 제일 기본이 되는 학문이에요. 해부학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의학을 잘 공부하기 위해선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학문이죠. 저는 해부학교실에 소속돼 있어 학생들에게 해부학을 가르치고 있지만 현재는 근육과 관련된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어요.”
김현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53)는 근육량 조절 연구 파이프라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근감소를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바이오 분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오 분야는 해부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사회나 환자나 사람을 대상으로 해서 도움이 되는 혁신적인 기술의 개발이 바이오가 지향하는 지점이기에 김 교수는 그런 연구를 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기반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부학이라고 하면 K-바이오가 더 잘되기 위해서 기반을 제공하는 그런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K-바이오가 발전하고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선 해부학이 이 분야의 연구자들한테 해부학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요.”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매순간 보람 느껴… 사회 발전과 인류 미래에 도움 주고파
“학과 소개부터 하자면 의과대학은 기초가 있고 임상이 있어요. 기초는 말 그대로 의학의 기본이 되는 학문을 공부하는 분야이고 임상은 환자를 치료하는 학문이에요. 임상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이고 기초라고 하면 해부학, 생리학, 양리학 등이 해당되죠. 규모로 봤을 때 의과대학에서 제일 큰 기초 분야 중 하나가 바로 해부학이에요.”
김 교수는 사람들은 흔히 해부라고 하면 부검을 떠올리곤 하지만 부검 외에도 해부학이 대표적으로 쓰이는 분야가 있다고 말했다. 바로 법률상 문제되는 의학적 사항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이를 해결함으로써 법 운영에 도움을 주고 인권옹호에 이바지하는 학문인 법의학이다.
“요즘 해부학이 많이 활용되는 부분은 법의학이에요. 사람이 사망을 하게 되면 법의학자는 사망의 원인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어떤 원인으로 사망을 했는지 파악을 하기 위해 해부, 즉 부검을 하죠. 사망한 사람의 시신을 부검해서 그 사람이 과연 어떤 원인 때문에 사망에 이르게 됐는지 그런 것을 판단하는 것이 법의학이고 법의학은 해부를 기본으로 결정을 해야 하므로 제일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지요.”
“해부학은 일상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요가, 필라테스, 헬스 등 몸을 써서 하는 체조나 다양한 운동기법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할 때) 정확하게 자세를 취하거나 운동을 하기 위해선 인체 구조를 잘 알아야 해요. 잘못하면 오히려 그런 운동들이 인체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김 교수는 학문의 발전 측면에서 봤을 때 해부학은 미래 학문이 아닌 전통적인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시대를 앞서 가는 학문은 아니지만 해부학을 기반으로 해서 첨단의 학문으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해부학은 어떤 과학이나 의학이 발전하는 것과는 별개로 항상 그 위치에서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해부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있어요. 해부학을 비롯해 의과대학에서 배우는 기초의학을 배우기 위해선 우선 흥미가 있어야 해요. 기초 학문은 굉장히 오랫동안 연구를 해야 하고 그 성과가 하루아침에 나타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죠. 두 번째로 도전의식을 가진 사람이 이 분야를 연구한다면 좀 더 본인의 동기나 성취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는 매순간 보람을 느껴요. 기본적으로 의과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데 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이 의과대학에 진학을 하기 때문에 저는 이 학생들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고 인류의 미래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이러한 측면에서 제가 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서 강의를 할 때 뿌듯함을 느껴요.”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로 모두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게 꿈
김 교수는 인체에서 근육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근감소증 치료제를 개발해 근감소증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나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들의 근육 상태를 개선해 치료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근감소증이란 팔, 다리 등을 구성하는 골격근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김 교수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근감소증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30대부터 우리 몸의 근육은 서서히 줄어들어요. 우리가 운동을 계속 해야만 하는 이유죠. 이게 평균 수명이 70대일 때는 큰 문제는 없어요. 하지만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평균 수명이 90대가 넘어가게 되면 20년 이상을 근육이 없는 상태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굉장히 심각한 문제죠. 실제로 2016년 미국에서는 근육감소를 단순한 현상이 아닌 질병으로 인정했어요. 이에 따라 근감소는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어요.”
“근감소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 지금 국가 과제를 받아서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제 꿈은 근감소를 앓고 있는 노인들, 병원에 머무르면서 운동을 하지 못한 채 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또는 다양한 약물들에 의해서 근육이 없어지는 사람들을 위해서 근육감소를 막아줄 수 있는 그런 치료제가 상용화되는 것이에요. 노인들의 건강을 유지시키고 환자들의 근육 상태를 개선해서 치료에 좀 도움이 되는 그런 방향으로 기여를 하고 싶어요.”
김 교수는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들이 먹는 단백질 보충제는 다량의 질소를 포함하고 있어 심장과 신장 건강에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단백질 보충제는 단백질을 갈아 가루로 만든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질소가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물을 매우 많이 섭취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질소 없이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아미노산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심혈관계, 치매, 근육계통 이렇게 3대 약을 먹어야 해요.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심혈관계 관련해서 아스피린 하나 정도를 먹죠. 우리나라는 사람들의 인식이나 국가 재정이 뒷받침을 해주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스피린 정도만 먹을 뿐이죠. 누구나 나이는 들어가기 마련이고 모두가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를 바라잖아요. 인류의 보편적 소망을 위해 저는 오늘도 열심히 연구하고 있어요. 많은 이들이 건강하고 튼튼한 근육으로 유지되는 양질의 삶을 살도록 제 힘을 보태는 것, 이것이 제 최종 목표이자 꿈이에요.”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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